세계인이 주목하는 명실상부 ‘리더십의 황제’..베일에 가려진 놀라운 힘

‘인간미' 강조하는 자율관리형 경영, 경청을 중시하는 ‘듣기형 리더’
‘삼성맨' 되기 위한 ‘천재교육(?)’ 이 회장의 경영 방식 그대로 베어 있어
4년째 와병 중에도 여전히 세계인이 주목하는 ‘경제계 마이더스의 손’

유명연예인 못지않게 화제와 시선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경제를 주름잡는 이른바 ‘재벌家를 움직이는 손’, 바로 기업 총수들이다. 이들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은 국내는 물론, 이미 해외서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이들 경영 방식은 마치 ‘성공의 정석’ 이라도 되는 듯 교과서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것도 이들 손에 의한 것이요, 또 세계가 감탄할 만한 훌륭한 기업으로 키워내는 것 또한 이들 손에 달려 있다.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자연계를 지배하는 초월적인 존재를 일컫는 신(神). <공공뉴스>는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기업을 송두리째 움직이고 있는 각 그룹 총수들의 ‘신(神)경영’ 탐구를 통해 그 미스터리를 밝혀본다. <편집자註>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공공뉴스DB>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칭송 받는 삼성. 삼성이 세계 1등으로 우뚝 선 데는 단연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1987년 12월 1일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수많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비록 지금은 4년째 와병 중으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30년간 삼성을 이끌어 온 이 회장의 업적과 결실은 국내외에서 남다른 의미로 평가받고 있다.

◆부친 고(故) 이병철 회장의 ‘경청’ 가르침 중시

일부 대기업들이 삼성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할 정도로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경제계 마이더스의 손’ 이 회장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은 단연 세계인을 감탄시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로 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대권을 물려받기까지 21년 동안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회장이 1978년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회장실 바로 옆방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버지의 스케줄에 맞춰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매일 용인에 있는 아버지 숙소로 가서 취침을 확인한 뒤에야 귀가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아들들 중 가장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고 장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둘째 아들 대신, 좀더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진 셋째 아들을 후계자로 정했다.

그렇게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은 이 회장이지만, ‘삼성그룹 회장’으로서 경영 스타일은 아버지와 판이했다. 물론 인재관을 비롯한 몇가지 사항에는 공통점이 있다.

널리 알려진대로 고 이병철 회장은 1초의 차이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하고 치밀한 시간관을 갖고 있고, 모든 사업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세부사항을 직접 챙겼다. 신상필벌을 문자 그대로 지키는 냉정한 조직관리에다, 주로 말하기를 즐겼다.

반면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자율관리형 시간관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 전략을 구상하거나 거시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이외에는 삼성그룹의 대부분 사안을 전문경영인들에게 위임했다. 보는 시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회장은 ‘인간미’를 강조하는 조직관리에다, 명백하게 듣기형 리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나고 돌아온 후 이 회장에게 ‘경청(傾廳)’ 이라는 글귀를 선물로 줬다. 이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친께서는 제가 부회장이 되자마자 직접 붓으로 쓰신 ‘경청’이라는 글귀를 선물로 주시더군요. 그래서 그 후엔 회의할 때나 현장에 갈 때 가능하면 한 마디도 말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건희는 말을 못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당시 제 짧은 생각에도 참으로 좋은 가르침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10년 가까이 말없이 지내는 동안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고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남의 말을 들어라’라는 게 이 회장이 아버지에게서 핵심적으로 배운 것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것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중요한 태도 중의 하나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 역시 과거 ‘경청’의 자세를 유지했다. 이 회장은 그런 아들을 보며 “훌륭한 분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필요한 것은 누구한테나 배우려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아버지가 가르친 경청의 자세를 갖고 있고 말투도 어눌해서 말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번 입을 열었다 하면 혼자서 몇 시간 동안 말을 하는 사람이다. 지난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할 당시 프랑크푸르트, 로스앤젤레스, 오사카, 도쿄, 런던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신들린 듯이 말을 쏟아냈다. 하루 평균 여덟 시간, 최장 열여섯 시간 회의를 잇달아 열면서 3개월 동안 쏟아낸 말이 A4 용지로 8500페이지 정도나 되는 엄청난 분량이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25주년을 맞아 이 회장의 업적과 걸어온 길을 총 10회에 걸쳐 삼성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연재했다.<사진=삼성 공식 블로그>

◆‘핵심’ 찌르는 직관력과 경영철학..‘이건희式 카리스마’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이미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 노하우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을 이끌어 가는 대표들을 비롯해 일반인들 조차도 이를 본받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의 경영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정보와 기술로 무장한 ‘스피드 경영’이다.

이 회장은 삼성을 핵심 역량만 남겨두고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 상품의 기획부터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익은 두 배 세 배씩 늘었다.

이 회장은 “나무다리든, 뗏목다리든 건너가라”고 말했다. 두드려보고 건너다간 이미 늦는다는 판단. 이 회장은 소문난 스피드 광이기도 하다. 카레이서 복장으로 외국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엔 외국에 출장을 가면 카레이서 수준의 스피드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회장만의 특별한 경영 방식이다.

한남동 이 회장의 자택에는 매일 100쪽이 넘는 분량의 문서가 보고됐다고 한다. 삼성그룹 내 전 세계 계열사들을 통해 수집되는 이 정보들은 국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정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삼성의 정보 수집 능력과 치밀한 분석력, 기획력은 국정원에서조차 부러워할 정도로 알려졌다. 최고의 정보력은 삼성이 국내외 경쟁기업 및 경쟁상품의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원동력이다.

기술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 이 회장이 품질과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유명하다. 그는 늘 선진 제품과 현장 비교를 통해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며 21세기 생존조건”이라며 사장단에게 신기술 개발에 대해 끊임없이 채근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삼성만의 특징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고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이 회장은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조직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회장은 일을 맡긴 사람에게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를 통해 효과가 좋으면 최고 수준의 보상이 따랐다.

이 회장은 “아랫사람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의 시 토론이 실종된 채 일방적인 상의하달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삼성맨’이 되기 위해 필수교육(?) 이라 일컫는 ‘천재교육’도 이 회장의 경영 방식이 베어있다. 이 회장은 ‘일등주의’ 와 ‘인재경영’의 결합을 강조해왔다. 비전을 제시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전형적인 ‘지식리더’ 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뭐라해도 이 회장의 가장 큰 힘은 핵심을 찌르는 ‘직관’의 카리스마다.

지난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보자”는 화두로 시작된 이 회장 특유의 비유법은 그 후 5년 단위로 이어지면서 삼성의 변화와 개혁을 부추겼다. 1998년에는 “천재 한 명이 1000명, 1만 명을 먹여살리는 시대”라는 말로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평소에도 “향후 5년~1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경영진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삼성 관계자들은 아포리즘에 비견될 정도로 문제의 핵심을 찌르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이 회장 특유의 비유법이 바로 ‘인간 이건희’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관심사와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아는 것이 많다.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을 자주 드나든 재계 인사들에 따르면 이 회장의 서가에는 경영학 서적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반면 미래과학, 전자, 우주, 항공, 자동차, 엔진공학 등 이·공학 관련서적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 수장답게 전자제품과 기계,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유학시절부터 중고차나 전자제품을 사서 샅샅이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곤 했다고.

그런데 이처럼 관심사가 다양하고 아는 것이 많은 데 비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이 이 회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원래 사람은 아는 것이 많고 관심사가 다양하면 말이 많아지는 법인데 이 회장은 그 반대인 셈이다. 이것이 이 회장만의 ‘핵심적인 카리스마’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카리스마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내가 열 마디 할 때 이 회장은 한 마디를 하지만 그 한 마디가 내 열 마디를 누른다”고 했을 정도.

그리고 이처럼 조용한 가운데 핵심을 찌르는 직관력이 고비마다 삼성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생’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하고 또 즐겨 쓴다고 한다. 상생이란 너와 내가 함께 사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를 경영용어로 바꾸면 ‘win-win’이 된다. 그 때문인지 이건희 이후의 삼성전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심지어 국내 가전시장에서 숙명의 라이벌인 LG전자와도 소형가전에서 생산제휴를 맺기도 했다. 숙명의 라이벌까지도 전략적인 계획으로 경영에 끌어들이는 이 회장의 이런 면모가 바로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것이다.

<사진=공공뉴스DB>

◆4년째 와병 중에도 불가능은 없다?..끝나지 않은 ‘삼성신화’

“뛸 사람은 뛰고, 걸을 사람은 걷고, 앉아 있을 사람은 앉아 있어라. 그런데 삼성의 에티켓으로서, 삼성의 예의범절로서, 뛰는 사람은 앉아 있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고, 오히려 ‘잘 쉬었다가 너도 잘 뛰어라’ 라고 격려해주어라. 또, 앉아 있는 사람은 뛰는 사람한테 질투하지 말아라.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고,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어라. ‘나도 빨리 쉬고 체력을 회복해서 다시 뛰어야지’ 하고 생각하자. 이것이 삼성의 헌법·상법·예의범절이다.”

삼성의 강도 높은 교육과 이 회장의 인간미에 대한 사상은 ‘삼성맨’이라는 자부심과 삼성맨끼리의 동질감을 강하게 심어줬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삼성의 신화. 그 가운데에는 이처럼 한 기업의 수 많은 직원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든 이 회장의 깊은 땀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현재까지 4년째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이 회장의 병환 소식에 삼성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건희의 삼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2017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50조를 돌파하는 사상 최대 실적의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2월 1일 취임 30주년을 맞은 이 회장의 업적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한 것.

이는 지난 30년동안 이 회장이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얼마나 단단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이 회장이 병환 중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위대함이 확인되고 있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