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부문 1위, 14년 연속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선정
리니언시 악용 대리점들만 ‘곡’소리..상생 준법 경영 공염불?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내 생활용품업계 1위 업체 유한킴벌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과 가격 인상 꼼수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올해는 정부입찰 담합을 주도하고도 현행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대리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갑질’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것.

더욱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킴벌리, 담합 주도하고 대리점에 책임 전가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대리점 23곳과 함께 총 135억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주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100만원, 대리점 23곳에는 총 3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과징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바로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했기 때문.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가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하면 제재를 면제해주는 제도. 현행법에서는 담합을 한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하면 1순위에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 고발을, 2순위는 과징금 50%와 검찰 고발을 각각 면제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스스로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신고했고, 공정위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리점들의 상황은 달랐다. 규모가 작은 영세한 대리점들은 유한킴벌리 본사의 제안이 위법인지 모른 채 가담했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벌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유한킴벌리가 ‘을’의 입장인 대리점을 이용하고 자신만 처벌 대상에서 빠져 나가면서 결국 대리점들의 뒤통수를 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

유한킴벌리는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3일 1차 입장문에 이어 19일 2차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적극 해명에 나섰다.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은 입찰담합 행위의 위법성 우려를 인식한 직후 해당 행위를 금지했고, 제재 회피를 위해 리니언시를 악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

유한킴벌리는 “당사는 공정거래 관련 위법성을 인식할 경우 즉시 신고 및 제도개선을 하는 정책을 갖고 있고, 이는 당사의 유불리를 떠나 일관되게 적용된다”며 “이번 사안 또한 회사가 위법성 우려를 인식한 직후 바로 공정위에 신고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진신고와 관련된 비밀유지 의무로 유한킴벌리 측은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는 입장.

또한 “당사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였으며,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 확인 후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를 위한 조치로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입찰 전 사내 법무부서의 검토를 받도록 하는 등 준법 절차를 강화하고 회사 전 부분에 대한 공정거래 교육 또한 강화했다”며 “앞으로 준법경영, 상생경영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생리대 논란부터 대리점 갑질까지..착한기업 맞나?

유한킴벌리는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생활용품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했다.

유한킴벌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소비자, 전문가 등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전체 3위에 선정됐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4년 연속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고, 세부 조사항목에서도 사회가치 2위, 이미지 가치 2위에 오르는 등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산업별 평가에서는 생활용품부문 1위에 랭크됐다.

뿐만 아니라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생리대 역시 국내 여성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으면서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수상 내역에도 불구하고 각종 논란으로 꾸준히 구설수에 오르면서 회사가 약속한 상생과 준법 경영도 결국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