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임원 개별 면담 등 돌연 경영 간섭..매각 좌초 책임 회피용?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대우건설 경영을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산은이 최대 주주로 있는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을 모른 채 매각을 추진하다 좌초된 가운데, 이 회장이 대우건설 임원들을 직접 압박하면서 매각 중단에 따른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

대우건설 매각 무산에 이어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까지 선언하면서 국책은행이자 해당 기업들의 대주주인 산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질타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행보는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임원들에게 해외 부실에 대한 회생방안을 개별적으로 만들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상무급 이상 대우건설 임원들을 직접 개별 면담하고 회사 회생방안을 비롯한 사내 문제점 등을 직접 듣기로 했다.

아울러 대우건설 매각 불발의 원인인 해외 사업장의 부실 규모를 전수조사 할 것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전문가를 통해 전수조사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달 초 대우건설은 최종 인수를 앞두고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의 3000억원 손실로 매각이 불발됐다. 이에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을 사실상 포기하고 최대 2년까지 계획을 잡고 대우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대우건설의 신뢰도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업계에서는 산은이 내년 7월 전 대우건설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은이 사모펀드 ‘KDB밸류 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고, 해당 펀드 만기가 이 시기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건설 경영 정상화 과정 전면에 이 회장이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외 경영 전반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 이 회장은 그동안 산은 출신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고, 본인은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불발 책임은 매각을 추진했던 산은에게 있음에도 불구, 뒤늦게 대우건설 경영을 챙기기로 하면서 대우건설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것.

대우건설의 실적 발표 전까지 산은이 대우건설의 해외 손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관리 부실 지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우건설에 ‘경영관리단’이라는 산은 직할 부서를 만들어 인력을 파견, 보고를 받고 있음에도 손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산은의 ‘무능’을 보여준 셈.

현재 대우건설을 산은 출신이 이끌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산은에서 30여년간 일해온 송 대표는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우건설 신임 대표로 선임돼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송 대표가 대표 선임 후 산은과 직접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고, 사실상 산은이 대우건설 경영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건설업 경험이 없는 송 대표가 사장 직무대행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해당 자리에 송 대표를 앉힌 것은 산은으로 그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매각 좌초 원인 제공은 산은과 이 회장이 했지만, 자신의 실책은 바라보지 못한 채 뒷북 행보를 통해 대우건설에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며 “답변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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