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이른바 ‘송파 세 모녀’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났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많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힘써왔지만, 시민단체는 빈곤 문제 해결에는 정부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꼬집으며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폐지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송파 세 모녀 4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페이스북>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폐지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송파 세 모녀 4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송파 세 모녀 죽음은 한국사회 구멍 난 사회안전망의 민낯을 보여주는 소식이었다”며 “당시 정부의 말처럼 ‘있는 복지제도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난했지만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정부는 심화되는 빈곤 해결을 위해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재산기준 등 까다로운 선정기준에 대한 개선책은 담기지 않았고 낮은 생계급여 인상을 위한 로드맵도 부재했다”며 “올해 생계급여는 작년 대비 1.16% 오르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면서 “진짜 변화의 시작은 한푼 두푼의 예산이 아니라 가난에 빠진 사람이라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선언,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가난한 이들에게 차별 없이 몫을 보장해야 한다는 약속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온전히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폐지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송파 세 모녀 4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페이스북>

앞서 지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방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동반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세 모녀는 지하 셋방에서 살았으며, 큰 딸의 만성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당시 현장에는 ‘죄송합니다’라는 편지와 마지막 집세, 공과금 70만원이 담긴 봉투가 놓여 있었다.

세 모녀는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꼬박꼬박 공과금을 제때 내왔기 때문에 관할 기관에서도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

세 모녀 사건이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건으로 주목받으면서 지난 2014년 12월 ‘송파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이용·제공및수급권발굴에관한법률 제증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단전, 단수, 의료비과다 지출 등을 분석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가가 운영 중인 ‘위기예측 빅데이터 정보’를 통해 어려운 이웃 7만7000명이 기초생활보장 등 도움을 받았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지원 대상자 수는 전년과 비교해 1만1000명 증가했으며, 빅데이터로 예측한 대상자 중 실제 서비스를 지원받은 비율도 2016년 20.1%에서 2017년 25.6%로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역시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복지 혜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35만명을 찾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진=YTN 뉴스 캡쳐>

하지만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각도 움직임에도 여전히 고위험자 10명 중 7~8명은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회보장정보원이 제출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따른 지원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복지 관련 고위험 대상자는 49만8486명(2017년 8월 기준)에 달했지만 실제 복지서비스 지원으로 이어진 것은 22.1%인 11만613명에 그쳤다.

더욱이 발굴 인원 50만명 가운데 10만5000명은 과거 복지서비스를 받은 이력이 없었고, 이들 가운데 8%(8446명)만 지원 대상에 포함돼 나머지 9만여명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을 것으로 김 의원은 예상했다.

한편, 지난달 울산에서 발생한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의 경우 생활고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정한 수입이 없는 저소득층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여전히 정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철저한 전수 조사와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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