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등기이사직 물러나..후임에 정의선 부회장 측근 포진으로 승계 관측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는 것은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로의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3세 승계작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선도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박동욱 사장 및 이원우 현대건설 부회장, 윤여성 현대건설 전무를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오는 21일 현대건설 이사직에서 퇴임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을 인수한 이듬해인 지난 2012년부터 6년간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현대건설 경영에 관여해왔다.

기존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정수현 전 현대건설 사장도 각각 6년, 6년9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남에 따라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 3곳의 등기임원만 유지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그룹 내 최다 등기임원이 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곳의 등기임원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측은 자동차 부문 경영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 회장과 함께 물러나는 인사들이 모두 정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10여년간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과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굵직한 현안에 관여해 왔다. 정 전 사장은 정 회장의 숙원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적은 없지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최근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박 사장 등은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 소속이며, 특히 박 사장은 정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

그룹 모태에 정 회장이 빠지고 정 부회장의 핵심 오른팔이 요직을 차지한 셈으로, 정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부회장이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선이 강했다. 때문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이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려면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한편, 정부의 순환출자 고리 끊기 압박도 정 회장의 등기이사 퇴임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모비스가 대주주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당장 지배구조를 바꾸기는 힘들지라도 변화하겠다는 시그널(신호)을 보여달라고 주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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