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선거권: 대학입시생의 무책임한 한표 vs 권리의식 문제 결정 능력 충분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아직 미숙하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다 컸다고, 앞가림 할 나이가 됐다고 말해요. 우리도 무언가 선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것은 어른들이 결정하고, 우리들은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너무 답답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많은데 들어주지도 않고 하소연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우리 선택이 어른들의 선택보다 옳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한 개헌안에 선거연령 하향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편안이 담기면서 ‘만 18세 선거권’과 관련된 찬반 논쟁이 정치,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만 18세 이상의 국민은 모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참정권 부여를 외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면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지만, 일각에서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 OECD 국가 중 왜 우리나라만 없는 ‘18세 선거권’

선거연령 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 농성단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 22일 국회 앞 긴급농성을 시작하고,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투표하려면 4월 국회가 끝나기 전에 선거연령 하향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계 230여개에 이르는 국가 대부분에서는 18세 이하에 투표권이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다. 한국은 만 19세 이상 나이가 돼야 투표가 가능하다.

특히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국가로 꼽히는 가까운 나라 일본도 지난 2015년 법률 개정을 통해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췄다. 또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들도 18세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심지어 16세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나라도 있다.

선거철만 되면 많은 학생들은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 같은 청소년들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OECD의 공식 학업성취도 평가인 PISA 성적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치적 판단에 필요한 인지 발달, 도덕성 발달 능력 등이 성인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한국의 청소년들은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일까?

18세 투표권이 세계적인 흐름임에도 불구, 여전히 한국에서 만 19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 이유는 보수정당의 정치적 계산이 주된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대게 젊은 유권자의 경우 반(反)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보수정당의 전제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춰달라는 청소년들의 요구에 대해 현재까지도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

청소년들의 인권과 정치 참여를 보장받기 위해 전국 370여 개 단체와 청소년들은 지난해 9월 ‘촛불 청소년 인권법제정연대’를 결성,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과 학생 인권법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실제 청소년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서울 서초구의 A고등학교를 다니는 김모(19)군은 “입대도 가능하고 결혼도 가능한 나이인데 왜 투표만 할 수 없는지 아이러니하다”며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공부만 강요하고,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탄핵 촛불집회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참여도는 높았다. 그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참여를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며 “단지 투표권만 없을 뿐이지 곳곳에서 우리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라는 말만 할 뿐, 미래를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박모(18)양은 “청소년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다. 18살이면 충분히 사리분별이 가능한 나이이고, 어떻게 보면 어른들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보수와 진보, 그리고 계파로 나뉜 정치권에서 어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무조건 맞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냉정한 시각을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데 이념에 치우친 나머지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이념이나 성향 등을 계산하지 않는 청소년들의 냉정한 선택이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무작정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서라도 18세 투표권 법안이 통과돼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학생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 선거는 무슨...”

하지만,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 사이에서는 “공부할 나이인 애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알겠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 같은 현상은 리얼미터가 지난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46.0%, ‘반대한다’는 응답은 48.1%로 조사됐다. 그 중 60대 이상은 70.7%가 반대해 유독 선거연령 하향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적 기본권이란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국가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활동을 총칭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이러한 정치적 기본권, 즉 참정권 범위를 되도록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 19세 미만의 나이는 정치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정보화 사회에서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추는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투표권 행사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바람직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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