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참여연대 등 토론회 개최..임대인 임차인 모두 만족시키는 정책 필요
정동영 의원 “월세 전환 심화, 주거안정질 저하를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 상황”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건물을 세놓는 사람과 세받는 사람, 건물 임대인과 임차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갑과 을의 관계다. 정부는 상가 임대료의 과도한 인상으로 인한 상가임차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지난 1월26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상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보증금 및 월세 인상률 상한을 현행 연 9%에서 연 5%로 낮추는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 세입자 신세인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차보호법 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임대인와 임차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적정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을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회는 국회의원연구단체인 ‘불평등 사회 경제조사 연구 포럼(불사조포럼)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전국세입자협회, 서울세입자협회 공동주최로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제공=경실련>

임대인와 임차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적정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을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연구단체인 ‘불평등 사회 경제조사 연구 포럼(불사조포럼)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전국세입자협회, 서울세입자협회 공동주최로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토론장에는 불사조포럼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장정숙, 김광수, 최경환, 정인화, 조배숙 의원이 자리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및 임대료 인상률상한제 즉시 도입해야

이날 정동영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집값·전월세 가격 상승,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 심화 등으로 서민들은 주거안정질 저하를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주택점유형태 분석결과 전세 26%, 월세 31%, 자가주택이 42%인 상황에서 현 정부는 서민주거안전 관련 핵심정책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권을 정권 초기에 도입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0년경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은 큰 문제”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서민주거안정 위한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권 즉시 도입, 문재인 정부 왜 주저하는가?’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서순탁 교수(경실련 서민주거안정운동본부 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는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가, 토론에는 김성달 팀장(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창우 회장(전국세입자협회), 장경석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차서), 진미윤 연구위원(LH토지주택연구원), 송호재 과장(서울시 주택정책과)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필요성 및 개선대책 도출 ▲관련법 점검 및 해외 사례 연구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 실태 및 주요 쟁점 등을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발제자로 나선 이강훈 변호사는 법 개정의 필요성과 개선 방향을 짚었다.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고 임대료 인상률상한제를 실시하자는 문제제기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예전부터 이어져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상태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 제도에서는 임대인이 2년 계약 완료 후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면 임차인은 그대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재계약 시에는 연 5%의 임대료 인상률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결국 임차인은 임대인이 요구하는 액수대로 계약할 수밖에 없다.

이 변호사는 “현 제도는 임대인에게 편향된 제도가 분명한 것으로 적어도 임차인이 원하고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갱신청구 시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 없도록 인상률상한제를 법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토론장에는 불사조포럼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장정숙, 김광수, 최경환, 정인화, 조배숙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사진제공=경실련>

◆부동산 부자 기득권 위한 보호법?..2년마다 울어야 하는 ‘세입자’

아울러 최근 대두되고 있는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보다 월세 주택의 비율이 크게 높아 월세→전세→자가로 이동하는 주거사다리가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과도한 주거비용으로 인한 정상적인 자산 축적이 어려워지고, 결혼을 미루고 자녀를 낳지 않는다. 민간임대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은 우리 사회의 정상적 재생산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임대사업자 등록 확대 이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대책도 비판했다.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규제하는 민간 임대주택법 규제 체계 내로 들어오지 않는 민간업자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외에 임대차관계를 규율하는 법제도가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 주택임대인은 1~2호의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데, 이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발적 등록 확대가 결코 쉽지 않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정책 도입 시기를 예고하고 그에 맞추어 제도를 정교하게 논의하고 준비를 가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의 발제 이후에는 김성달 팀장, 장경석 입법조사관, 최창우 회장, 진미윤 연구위원 순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경실련 김성달 팀장은 전·월세 문제가 어떻게 부동산 자산 격차 심화로 이어지는지 짚었다. 또 민간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가파른 임대료 상승 문제도 꼬집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다 세밀히 설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장경석 입법조사관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장 제도를 규율하는 법이기에 보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조사관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며 법명에서 ‘보호’를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대인에 관한 의무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임차인에 대해서도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세입자협회 최창우 회장은 현 법령은 임대인만을 보호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실제 세입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갱신권 2년 연장 또는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가 아닌 계속 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 보호가 아니라 임대인 보호법이다”고 꼬집었다.

그 이유로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에서 임대인이 2년마다 세입자를 바꿔칠 수 있는 규정 ▲5% 상한 조항이 있지만 계약기간 안에 추가로 올려줄 수 있음 ▲계약 연장 시에는 상한 규정이 없음을 제시했다.

◆시장 구조 무시한 무조건적 인상률 동결 위험..선별적 보호 필요

한편, 임대인에 대한 재산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임대사업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게 먼저라며 현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을 옹호했다.

민간임대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시장 구조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제도 시행이나 법률 개선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진 연구원의 주장이다.

진 연구원은 “선진국은 무조건 인상률을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만큼 임대인이 보존을 받게 한다”며 “규제와 책임이 같이 가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인위적인 인상률을 규정하면 안된다. 시장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월세상한제를 모든 주택에 다 적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모든 주택에 일괄 적용하는 게 아닌, 선별적으로 일부 보호받아야 할 계층과 임대주택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