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정체성까지 뒤 흔든 원희룡 제주지사 마지막 승부수 ‘보수연대?’

원희룡 제주지사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일대 일 선거구도' 만들기에 나섰다. 한때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마저 거론되며 바른미래당에 반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원 지사는 "연대를 원한 적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 필승카드가 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일대 일' 선거구도는 결국 '진보 VS 보수'의 구도와 다름 없기에 원 지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보수연대'가 실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6월 지방선거 제주지사 선거를 놓고 바른미래당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6·13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우남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문대림 전 청와대 비사관, 강기탁 변호사, 박희수 전 도의회 의장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치열한 경선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권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높은 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노리는 여권 예비후보들이 넘쳐나면서 경선 열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일찌감치 김방훈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후보로 확정했다. 김 전 부지사는 지난 2010년 제주시장을 지냈고 원희룡 현 지사 취임 우 1년 6개월간 정무부지사를 맡기도 했었다.

하지만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당 지지율과 함께 다른 정당 후보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한번 더’를 외친 원희룡 현 지사는 아직까지는(?)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원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인적으로는 재선을, 거시적으로는 바른미래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여권의 지지율이 확고한 반면 야권은 일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나란히 후보를 내 가뜩이나 지지율 싸움도 힘겨운 판국에 보수진영에서 표를 나눠야하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반영한 듯 모두 4명의 예비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치열한 경선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2월 13일 김우남(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악수를 교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원 지사는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아니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나섰다. 즉, 바른미래당에서는 금기어나 마찬가지인 ‘자유한국당과의 선거 연대’를 직접 언급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원 지사로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극복도 어려운 판국에 보수진영에서 후보단일화가 안 될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보수진영의 후보단일화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하지만 정작 원 지사의 소속정당인 바른미래당에서는 자유한국당과 선거 연대 발언은 거의 ‘금기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의 탄생이 자유한국당을 뛰쳐나온 바른정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서긴 했지만 아직까지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이 합친 정당이기 때문이다.

또한 바른미래당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에게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정치생명을 내걸어야 할 도박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역시 자신들이 ‘염증과 한계를 느꼈다’라며 뛰쳐나온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가 부담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유력한 지방선거 승리 지역으로 손 꼽혀온 제주지사가 던진 ‘연대 아니면 탈당’이라는 승부수에 본가가 들썩이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부분적인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암시하며 당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유 공동대표는 지난 3월 29일 열린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개편대회 직후 “당내 반발이나 국민의 오해나 이런 부분만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곧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바른미래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유 공동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개편대회서 "당내 반발이나 국민의 오해 부분만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바른미래당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불리한 선거구도 하에 치러내야 하는 바른미래당의 '고육지책'으로 보수연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바른미래당 내부가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면서 '보수연대'의 결과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유승민 공동대표.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 내 호남출신 한 관계자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지역구는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라며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성 상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를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만약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선거 연대가 이뤄진다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굳이 공세를 펼치지 않아도 우리 지역에서 바른미래당은 사라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의 현제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원 지사의 승부수에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미 제주지사 후보를 확정한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도 어려워진 원 지사가 바른미래당 후보나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선다 해도 모두 부담을 느끼기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소속이든 바른미래당 소속이든 당장 원 지사는 민주당 후보와의 ‘일대 일 선거구도’를 만드는 게 시급한 상황. 따라서 원 지사가 어느쪽으로 출마를 하든 ‘야권단일화’만이 재선에 이로웁다는 계산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고 자유한국당과 선거 연대를 가져간 다 해도 바른미래당에서 또 다른 후보를 낼 경우에는 원 지사의 복잡한 계산도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원 지사의 승부수가 ‘최악은 막아보자’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스스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하더라도 바른미래당이 ‘훼방을 놓지 말라는’ 뜻도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원 지사는 이와관련 "구체적으로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원했다는 것은 와전 된 것"이라며 "(자유한국당과의)선거연대는 이야기 한 적도 없고 기대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2일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공동대표가 야당연대를 폭넓게 제기하자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으니 안철수 영입인재위원장이 '제주지사나 이번 부분은 선거구도를 짜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제가 구체적으로 (연대) 이런 걸 원했다는 식으로 조금 와전이 됐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는 선거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민과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소동을 빚으며 바른미래당의 정체성까지 뒤흔들어 놓은 원희룡 지사의 승부수 ‘1대 1 구도’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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