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17일 구속기소된 후 약 1년 만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으로 인해) 국정 질서는 큰 혼란에 빠졌고,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이르렀다”면서 “그 책임은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에게 부여된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열린 선고공판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해 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 가치 재정립을 위해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 등과 함께 대기업을 상대로 총 774억원의 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한 것으로 봤다. 또 삼성에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하고, 롯데와 SK에 K스포츠 재단 추가 출연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또한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를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고, 이에 미온적이던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노태강 문제부 2차관이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 체육국장이던 당시 승마협회 감사 보고서에서 최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사직을 강요하고, 정권과 맞지 않는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이유로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시켜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최씨의 추천으로 KEB하나은행에 이상화 전 독일지점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토록 한 혐의 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이날 선고된 징역 24년은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가 받은 징역 20년보다 무거운 형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최씨와의 공모를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대통령의 직권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정씨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에 대해서는 72억9000여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으로 낸 16억2800만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204억원은 제3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오고간 것으로 판단했다. K스포츠 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가 70억원을 출연한 것에 강요와 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봤다.

이외에 이 부회장 퇴진을 압박한 혐의, 정호성 전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하나은행 이 전 지점장을 승진하도록 강제했다는 강요죄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1심에서 징역 24년이 선고됐다. 6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을 반영한 사필귀정이자 죄에 상응한 판결”이라며 “이번 선고 형량은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의 신분을 이용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법치 질서를 훼손하며 대기업으로부터 사익을 취한 위법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 ”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면서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 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른미래당은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의 불행한 말년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유죄 선고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속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 준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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