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 시간이 결코 ‘약’이 될 수 없는 아픈 기억→“그 곳도 봄이 오길..”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 아직 꽃도 채 피우지 못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골든타임의 지연,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정부의 뒷북 대처가 최악의 참사를 낳았다.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전국에서는 침통한 분위기 속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잃은 슬픔,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눈물, 친구와 함께 구조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많은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여전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였던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걸린 대형 노란 리본 현수막.<사진=뉴시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진실규명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단원고 학생 박영인·남현철군,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 등 미수습자 5명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 세월호 4주기, 전국 추모 행사 잇따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는 대규모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오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가 ‘4·16 세월호 참사 4주기 국민 참여행사’를 개최할 한다.

 행사는 이날 오후 4시 대학생대회를 시작으로 진행된다. 대학생 4160명이 노란 리본 형태의 플래시몹을 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방식이다.

본행사는 오후 7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영상을 시작으로 유가족 발언과 편지글 낭독, 세월호 관련 단체의 호소문 낭독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창작 뮤지컬 ‘네버 에버(NEVER EVER)’와 가수 이상은·임정득·전인권의 공연도 예정됐다. 행사는 4·16가족합창단 등의 합동공연을 마지막으로 오후 9시께 종료된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참여자들이 노란 리본 띠를 직접 만들거나 추모 손수건을 제작하는 등 참여 행사도 마련된다.

아울러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광화문 중앙광장에서는 세월호 72시간에 대한 기록물이 전시된다.  또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기억하기 위한 전시물과 세월호 추모 만화 등이 배치된다.

전남 목포신항에서는 오는 14일 오전 10시30분 ‘목포중고등학생연합 416 기억 및 다짐행사’가 오후 2시에는 ‘세월호와 촛불,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 토론회가 도서문화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15일 오후 4시에는 전남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가 진행된다.

세월호 참사 4주기 당일인 16일은 오후 3시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 영결식’이 열린다.

안산시와 경기도청·경기교육청은 이날 합동 영결식을 끝으로 분향소를 철거한다. 대신 경기도 안산에 세월호 추모공원 설립이 추진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추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416 해외연대 기억행동은 오는 22일(현지 시간)까지 캐나다, 프랑스,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독일 등에서 세월호 4주기 관련 집회 또는 행사를 개최한다.

지난 12일 목포신항만에서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세월호 선체 직립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 아픈 기억을 다시 마주하는 사람들

현재까지도 많은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외침은 지속됐고, 지금도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기가 구성된 후 1년6개월간 3번의 청문회가 열렸고 증인도 107명에 달했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대부분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재난관리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정부 인사들의 잘못을 규명하는 과정은 이제 겨우 수사가 일단락됐다.

이준석 선장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항해사와 기관장 등 10명 넘는 승무원이 징역형에 처해졌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등 임직원과 화물하역업체 관계자들도 실형을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한 시민은 “아직도 세월호 사고 당일 기억이 생생하다. TV를 통해 침몰하는 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 슬픔은 말할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10대 학생들의 죽음은 더 가슴이 아팠다”면서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에 절망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가 4년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며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한 학생의 꿈마저 바꿔놨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당시 생존 학생인 장애진씨는 “졸업 후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장씨는 동남보건대학교 응급구조과 3학년이다. 장씨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었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소방관으로 바뀌었다고.

장씨는 “초기 대응이 늦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도움을 다시 돌려드리고 싶어 응급구조과에 진학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4월이 되면 더 먹먹해진다. 먼저 간 친구들이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만약 살아있으면 평범하게 대학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벚꽃 사진을 찍고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오후 경기 안산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영정 앞에 놓인 추모품 기록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풀리지 않은 진실들..이제는 밝혀야 한다

세월호는 지난해 인양에 성공, 목포 신항에 거치되면서 이제 직립(直立)을 앞두고 있다. 진상규명·미수습자 수습 ‘열쇠’인 세월호가 바로 세워지게 되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침몰 원인 규명은 더욱 가까워지게 되고 미수습자 수색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안타깝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을 위해 무엇보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아 있는 이들의 아픈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눈물을 쏟아 이제는 눈물마저 말라버렸을 4년이라는 세월.

이 시간 동안 함께 분노하고 울었던 국민들은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진 진실은 없다는 것에 허탈함마저 든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시 꾸려진 2기 특조위가 그동안 밝혀내지 못했던 진실들을 명확하게 규명해줬으면 좋겠다. 원인이 규명되고 그에 따른 책임자를 처벌해야 또 다시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떠난 이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는 없지만,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그동안 흘렸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 부처에서 수많은 의혹들과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4월 벚꽃이 흩날리는 봄 언저리에서 우리는 또 다시 아픈 기억과 마주하게 됐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리고 영원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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