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 사죄 메일에도 반응 ‘냉담’..3대 노조 “조 전무 즉각 사퇴하라”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에 이어 욕설 음성파일까지 공개되는 등 조 전무에게 인격 모독을 겪었다는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후폭풍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사진=뉴시스>

최근 한 매체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과 함께 제보자가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원증, 명함 등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을 녹음한 제보자는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집무실에서 조 전무가 간부급 직원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던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매우 일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제보자는 “조 전무의 폭언은 일상적이었지만 그날 수위가 유난히 더 높아 녹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 전무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 하고 있는 태도에 화가 났다. 갑질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제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음성 파일 속에는 고성을 지르며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있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대한항공 측은 해당 파일 속 목소리가 조 전무인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지만, 광고업계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의 갑질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폭로글 때문.

최근 한 익명 게시판에는 조 전무가 대한항공 광고대행 업무를 맞고 있는 HS애드 광고 팀장에게 회의 도중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함을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글이 게재됐다.

대한항공 측은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과거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인 2014년 ‘땅콩 회항’ 갑질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동생까지 갑질이 불거지면서 한진 오너일가를 향한 대중의 비난은 더 커졌다.

이에 조 전무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될 행동을 보여 할 말이 없다”며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논란이 거세지자 베트남 여행에서 급거 귀국한 조 전무는 지난 15일 또 다시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사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무는 해당 메일에서 “이번 사태는 일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생긴 일”이라며 “열정이 과해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다. 법적인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적 비난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 전무의 갑질 논란에 대해 대한항공 내 3대 노조는 이례적으로 일제히 공동 성명을 내고 조 전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 등 3개 노조는 조 전무의 이메일이 전달된 직후 ‘대한항공 경영층 갑질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항공 3개 노동조합은 한목소리로 “작금의 사태에 심히 우려를 표명하는 바”라며 “연일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속보가 끊이지 않는 경영층의 갑질 논란과 회사 명칭회수에 대한 국민청원 속에 일선 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해 온 2만여 직원들조차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6만 가족들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조 전무의 경영일선 즉각 사퇴와 국민과 모든 직원들에 대한 조 전무의 진심 어린 사과, 경영층의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한편, 조 전무는 현재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로부터 특수폭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상태. 또 서울 강서경찰서도 내사에 착수, 회의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대한항공 직원 몇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조 전무가 물컵을 어디로 던졌느냐에 따라 특수폭행이냐 단순폭행이냐 등의 혐의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컵을 던졌다면 특수폭행, 직원에게 컵을 던지지 않고 물을 뿌렸다면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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