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또 남양유업이다. 그동안 이물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남양유업 분유에서 어김없이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엄마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남양유업은 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이념 아래 ‘품질경영’을 강조해 온 분유제조 전문기업.

하지만 영유아들이 먹는 분유에서 잊을만 하면 터지는 이물질 논란에 사측의 안일한 대응 문제, 여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갑질 기업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

이 같은 상황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올해 이정인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사 이래 최초의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이 대표를 내세워 그동안 외부에 비쳐져 온 ‘악덕기업’ 오명을 벗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홍 회장의 시도가 과연 남양유업의 이미지 회복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남양유업 분유서 이물질 잇따라..다른 분유 먹여라? ‘공분’

17일 관련업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분유 제품에서 벌레로 추정되는 이물질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지난 12일 “남양유업의 ‘임페리얼드림XO’ 1단계 분유를 먹이는데 4일 만에 이물질이 나왔다”며 “계속 같은 제품을 먹였는데 그동안 못 보고 먹인 게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양유업 측) 담당자가 방문해 분석해서 알려준다고 가져갔다. 육안상으로는 분유 누룽지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며 “찝찝하긴 하지만 분유를 함부로 바꿀 수도 없고,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것이 잦은 일이냐”고 덧붙였다.

이 글을 본 일부 회원들은 “임페리얼 제품에서 (이물질이)나왔다는 후기 많이 봤다”고 댓글을 달았고 해당 커뮤니티에는 임페리얼 제품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에서 제조한 다른 분유 제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9일에는 남양유업의 ‘임페리얼XO’ 제품에서 이물질이 3번이나 나왔다는 한 소비자의 지적도 있었다.

조리원에서부터 임페리얼XO 제품을 먹였다는 소비자 B씨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총 3번에 걸쳐 검은색 이물질이 잇따라 검출됐다.

B씨는 “큰 이물질이 나와서 검색해보니 임페리얼XO 먹이시는 분들 중 이물질 나왔다는 분들과 매우 흡사했다”며 “남양유업에 전화했고 그날 담당자가 왔다. 돋보기로 보더니 ‘섬유조직’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가)저희 부부에게 돋보기로 한번 보라고 했지만,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검정 덩어리를 돋보기로 본다고 그게 뭔지 저희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담당자는 해당 이물질을 ‘보풀’이라고 했다. 하지만 B씨는 “우리 부부는 집에서 면티만 입는다”며 “이런 상황을 설명했더니 분유 뚜껑을 열고 분유를 타는 동안 날아와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 분유를 타거나 아기용품을 만질 때 항상 손을 닦는데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남양유업 측은 성분검사 결과를 전화로 통보했고, B씨는 해당 이물질이 ‘섬유조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물질은 또 다시 발견됐다. 두 번째 이물질 검출 당시 방문한 담당자는 초분(분유 만드는 과정에서 액체를 건조시켜 가루로 만드는 과정)이 찌꺼기 같은 게 생겨서 탈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첫 번째 이물질 발견 때와 마찬가지로 먹이던 분유를 가져가고 새 분유로 맞교환해 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분검사에 대한 연락은 없었다고.

B씨는 세 번째 이물질이 발견된 후 남양유업에 또 전화를 했다. 방문한 담당자는 두 번째 이물질은 ‘물때’라는 검사 결과와 함께 또 다시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갔다고 B씨는 설명했다.

B씨는 “아기 분유포트 일주일에 한번씩 구연산으로 소독하는데 (물때가)안 보일리 없다. 집도 새 아파트로 2달 전에 입주했는데 수도꼭지에서 저런 것이 떨어질리 없다고 담당자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담당자는 “물때나 초분 찌꺼기는 아기가 먹어도 무해하다. 계속 이물질이 나와서 남양유업 분유 어떻게 먹이시겠냐. 바꾸려면 기존 분유 3분의 1 남았을 때 섞어가면서 바꿔라”며 “간혹 아기 엄마들이 초분 같은 게 나와도 잘 모르고, 남양에서도 맞교환 말고는 보상을 안 해주니 인터넷에 글을 올리더라”고 응대했다고 B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남양유업의 분유 ‘임페리얼XO’ 제품에서 발견된 이물질 <사진=해당 블로그 캡쳐>

◆회사 측 “제조상 이물 들어갈 수 없어..소비자 응대는 오해”

특히 남양유업의 이 같은 소비자 응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남양유업 ‘아이엠마더2’에서 구더기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발견한 후 올해 1월 남양유업 측으로부터 ‘씨앗’이라는 결과 통보를 받은 소비자 C씨는 사측의 대응에 크게 격노했다.

이물질의 정체를 두고 남양유업 측의 미심쩍은 태도에 C씨가 이것저것 따져 물으니 담당자는 “고객님이 이물질의 정체를 알기 원한다면 어디든 알아서 의뢰를 하시고, 그결과 구더기로 나오면 인정하겠다”고 답변한 것.

C씨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남양의 성의 없는 허술한 태도에 너무 화가나고 아기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어떠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원인규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남양이라는 대기업이 고객을 이런 식으로 무너뜨리는구나’ 싶은 마음에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면서도 “괜히 남양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소비자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하기는 커녕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이물질은 제조공정 상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며 “(소비자 응대 부분에 있어서는) CS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클레임과 관련해 정중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소비자 클레임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남양유업 분유 이물질 관련 댓글 <사진=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갑질부터 오너리스크까지 이미지 반등은 ‘글쎄’

한편,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홍 회장은 지난 12일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증여세와 상속세, 양도세 등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고, 차명주식 보유 등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만 1억원의 벌금형이 나왔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지난 2013년 갑질 사태 이후 관련 송사에서 모두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남양 사태’와 오너리스크를 겪으면서 떨어질 데로 떨어진 신뢰도와 이미지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고, 오히려 이물질 논란 등이 꾸준히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더욱 냉담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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