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 남기고 사의 표명..“새로운 100년 위해 변화 필요”
역대 CEO 모두 ‘중도하차’..정치권 외풍에 밀렸다는 지적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기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포스코 CEO 잔혹사’를 권 회장도 결국 피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뉴시스>

◆정권교체=수장교체?..권오준 포스코 회장 ‘중도하차’

권 회장은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공식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CEO 변화”라며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은 사람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부분을 이사회가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유독 정치권 외풍에 흔들려왔다. 민영화된 옛 공기업의 특성상 주인이 없는 구조이다 보니 정치권의 입김에 취약하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분 10.79%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소액주주가 대부분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 기준 57%에 달한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가 없다보니 정치권 외풍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권 회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연임된 권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 임기 2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중도 사퇴 의사를 밝힌 배경에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등 포스코 전임 회장들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을 보면 이 같은 해석에 어느정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줄곧 ‘퇴진설’에 시달려왔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정부 2년차에 포스코 최고경영자로 선임되면서 ‘박근혜 사람’으로 분류된 인물. 권 회장 선임 과정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에 나서는 동안 권 회장은 단 한 차례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는 등 현 정부가 일찌감치 권 회장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었다.

권 회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꾸준히 제기되는 CEO 잔혹사에 대해 일축했지만, 권 회장도 결국 예외는 아니었다.

◆벌써부터 후임 CEO 하마평..오인환·황은연·최정우 등

한편, 권 회장이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포스코는 후임 CEO 인선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김주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격론이 있었지만 권 회장이 숙고한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면서 “국민의 기대와 지분 50%가 넘는 글로벌 주주들이 있는 만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 회장 인선 때까지 권 회장의 현재 직책은 당분간 유지된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적어도 2~3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 과정 동안 경영공백이 없도록 권 회장에게 요청했다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권 회장 후임으로 포스코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군들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차기 회장 후보군은 오인환 포스코 사장과 황은연 포스코인재창조원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 전·현직 사장들이다.

오 사장은 그동안 권 회장 체제의 2인자로 통하는 인물로 마케팅본부장, 철강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황 원장은 지난 2016년 2월 포스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권 회장 뒤를 이을 유력한 인사로 꼽히기도 했다. 최 사장은 포스코켐텍이서 그룹의 2차 성장동력인 리튬 관련 음극재사업을 핵심 추진하고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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