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하고 편안한 젊은 CEO의 신세대 경영..‘회장’ 답지 않은 평범함이 ‘무기’

‘격식파괴’, ‘캔미팅’ 등 신세대 회장님의 특별한 경영방식 
‘글로벌리티 SK’ 위한 ‘포커경영’으로 새로운 리더십 발휘

유명연예인 못지않게 화제와 시선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경제를 주름잡는 이른바 ‘재벌家를 움직이는 손’, 바로 기업 총수들이다. 이들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은 국내는 물론, 이미 해외서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이들 경영 방식은 마치 ‘성공의 정석’ 이라도 되는 듯 교과서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것도 이들 손에 의한 것이요, 또 세계가 감탄할 만한 훌륭한 기업으로 키워내는 것 또한 이들 손에 달려 있다.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자연계를 지배하는 초월적인 존재를 일컫는 신(神). <공공뉴스>는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기업을 송두리째 움직이고 있는 각 그룹 총수들의 ‘신(神)경영’ 탐구를 통해 그 미스터리를 밝혀본다. <편집자註>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1998년 9월 서른아홉의 나이에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당시 재계에서는 그의 젊은 나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무엇보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SK 수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최 회장은 거대 SK를 잘 이끌어왔고, 벌써 취임 20년이 됐다.

‘대기업 회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소탈함과 편안함은 인재들을 최 회장 곁으로 불러 모았고, 현재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는 젊은 회장님의 힘있는 행보는 SK를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격식 파괴한 ‘신세대 회장님’

외부노출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어느 장소에서나 최 회장은 언론의 레이더망을 쉽게 빗겨나가기 힘들었고, 점점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언론에 공개된 대부분 모습들이 ‘회장님’이라는 딱딱하고 격식있는 모습들이 아니었다. ‘젊은 회장님’ 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편안하고, 때로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최 회장의 소소한 모습은 10년 전에도 화제가 된 바 있다. 2007년 10월 평양에 방문할 당시 TV화면에 찍힌 젤리 시계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 다른 재벌 회장들의 짐을 들어주는 모습 등이 공개되며 홍보실을 비롯해 회사 관계자들은 적잖은 당황을 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오히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척’하는 대기업 회장님보다는 더욱 멋진 모습이었다며 재밌게 받아들였다.

이에 SK 관계자는 “젤리 시계는 서울에서 가져간 시계가 맞지 않아 평양 호텔에서 급하게 하나 장만한 것”이라며 “최 회장은 격식을 차려할 상황이 아니면 평소에도 소탈한 차림을 즐긴다”고 말했다.

‘소탈’, ‘편안함’. 최 회장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그리고 이 단어들은 바로 그의 경영방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 알려졌듯, SK그룹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음료 하나씩을 들고 회의를 하는 일명 ‘캔미팅’으로 유명하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유학시절 경험을 살려 SK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 자리 잡게 한 캔미팅은 조직구성원들이 일상의 업무활동과 차단된 장소에서 정해진 경영과제에 대해 격의 없이 논의하는 회의방식이다.

부친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은 최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 스타일 역시 ‘격식 파괴’와 ‘자유로운 토론’을 중시하는 ‘캔미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 회장 본인 또한 자유분방한 성격이기 때문에 회의에서도 이런 면이 많이 녹아 있다는 평가다. 활발한 토론을 중시하는 회의에서 최 회장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자신은 그룹 중장기 비전이 담긴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원들 간 다양한 논의가 오갈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최 회장은 별도의 휴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업무가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해외사업장들을 많이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휴가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

하지만 평소 가정적이라는 회사 관계자들의 말처럼 시간이 날 경우 자녀들과 놀아주고 가족들과 함께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가정적인 모습은 직원들을 대할 때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섬유, 화학 공장의 특성상 365일 매일 가동되는 공장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공장 직원들을 최 회장이 직접 방문해 떡을 돌리며 고마움을 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 회장의 이런 자상함은 회사 내 직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더불어 한 마음이 되어 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최 회장만의 경영 스타일과 리더십을 만들어냈다.

서울 종로구 SK 본사 <사진=뉴시스>

글로벌 기업 성장 이끈 포커 경영론

SK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7월1일 SK㈜가 지주회사 SK㈜와 사업회사 SK에너지로 분할돼 출범한 것이 공식적인 지주사 전환의 첫발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활발하게 외부 활동을 펼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에 나섰다.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자격으로 동행해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했으며, 며칠 뒤에는 비행시간만 20시간이 걸리는 지구 반대편의 페루로 날아가 SK에너지의 카미시아 유전 시추 현장을 둘러본 후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과 면담했다.

2박3일만에 페루를 다녀온 최 회장은 일주일 뒤 SK그룹의 연례 사장단 회의인 ‘CEO 세미나’를 주재하기 위해 제주에 가서 3박4일간 이어진 열띤 토론에 참여했다. 중간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관련 경제인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들르기도 했다.

특히 최 회장은 연초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석 달에 가까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계열사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젊은 파워’를 실감케했다.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시작으로 2월에 미국 정ㆍ재계 인사를 만나고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데 이어 3월에는 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 U 씨티 건설 등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4월과 5월에는 보아오 포럼, 상하이 포럼 등에 참석했다.

또 6월에는 SUPEX 개원식에 참여하고 9월에는 SK울산 컴플렉스 탈황시설 준공식과 SK건설이 태국 국영회사 PTT의 자회사인 RRC와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시설 고도화사업 수주 계약을 체결하던 자리에 나타났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바쁜 행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SK 지주사 전환에 맞춰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계열사를 챙기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봤다.

최 회장은 CEO세미나에서 각 계열사가 ‘따로’ 경영을 통해 생존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또 같이’ 경영을 강화할 때라고 말하며 계열사 결속을 거듭 강조했었다.

또한 최 회장이 지주사 체제 시작 몇 해 전부터 ‘글로벌 성장’을 역점에 뒀다. 그가 글로벌 성장을 주창했던 이유는 당시 내수 중심이었던 주력 계열사 SK㈜와 SK텔레콤의 사업과 관련, 시장 포화와 경쟁 격화 등 환경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외 진출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과거 임직원 회의 등에서 “3년 내 중국 등 해외 진출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룹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수시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 회장 ‘포커 경영론’도 당시 글로벌 경영과 함께 화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포커 게임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즉 모든 게 불확실하며 판세가 불리하거나 가망이 없으면 신속히 죽을 줄도 알아야 하지만 패가 좋아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오로지 나의 선택이 나의 생사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그는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시시각각 생겨나는 장애요소와 변화 등을 감안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유연한 대책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우월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젠가 우리 자신이 죽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게임에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지 내가 잘 해왔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기존의 지식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새롭게 검증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검증 없이 과거에 통용됐던 경험과 경력만 갖고 그대로 적용해서는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게 바로 최 회장의 입장이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주 DB의 챔피언 결정전 6차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헹가래 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젊은 회장님의 ‘힘’..“안주하지 않고 새도약”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8년 현재 SK그룹은 최 회장을 중심으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선진화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SK그룹은 질적·양적으로 모두 급성장했다.

SK그룹은 10년 새 매출과 고용, 재계순위 등 정량적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최 회장이 강조했던 글로벌 경영에 대한 성과도 좋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SK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량 되는 점만 봐도 SK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지금까지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 초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년 신년회에서 “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며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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