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비리에 전 대표 뇌물 혐의 고객 기만 논란에도 재승인 성공
네티즌 “이유있는 대기업 갑질, 국가가 돌봐주는 꼴” 맹비난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롯데홈쇼핑이 우여곡절 끝에 사업권을 수성하면서 한숨을 돌린 가운데 심사를 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되려 역풍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홈쇼핑은 그동안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의 뇌물 혐의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관련 비리, 최근 허위 영수증 파문까지 터지면서 재승인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업계에 만연했다.

특히 롯데그룹은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는 등 총수일가의 경영 비리까지 겹쳐 안팎으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잇단 논란에도 ‘턱걸이 점수’로 3년짜리 사업 재승인을 받는 데 성공하면서 과기정통부의 롯데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사진=뉴시스>

더욱이 비리 온상이라는 오명 속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롯데홈쇼핑은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얻어냈지만, 내부에서는 오히려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더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라는 아무리 고객을 기만해도 사업하는 데는 지장없다. 이러니 롯데홈쇼핑이 비리를 당당히 저지를 수 있는 것”이라며 “대기업 갑질을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는 꼴”이라며 맹비난했다.

4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전날 TV홈쇼핑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열고 롯데홈쇼핑에 대해 오는 28일부터 2021년 5월 27일까지 3년간 사업을 재승인하기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방송, 법률, 경제·경영, 회계, 시청자·소비자 등 5개 분야 외부 전문가로 ‘TV홈쇼핑 공영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비공개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롯데홈쇼핑은 1000점 만점에 668.73점을 받았다.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가까스로 넘어선 것.

과락 적용 항목인 ‘공정거래 관행 정착·중소기업 활성화 기여 실적 및 계획의 우수성’에서는 230점 가운데 146.57점을 획득했다. 기준 점수는 115점이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불거진 홈쇼핑사 허위 영수증 사건 등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한 심의규정 위반 관련 사항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롯데홈쇼핑에 승인 유효기간 만료일인 오는 27일 이전 제재 처분을 통지할 경우 최대 7.25점을 추가로 감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최근 임의로 발행한 영수증과 관련해 방통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백화점에서 임의로 발행한 허위 영수증을 보여주고 명확한 근거 없이 특정 상품이 백화점에서 인기 상품인 것처럼 언급했다.

롯데홈쇼핑이 얻은 점수는 최근 5년간 이뤄진 TV홈쇼핑 재승인 심사 중 가장 적은 점수다. 이전까지는 지난 2016년 홈앤쇼핑이 받은 671.85점이 최하점이었다.

롯데홈쇼핑의 점수는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등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홈쇼핑은 105점 배점의 해당 항목에서 49.46점을 받았다.

통상 홈쇼핑 사업 승인 기한은 5년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롯데홈쇼핑의 사업 승인 유효기간을 5년이 아닌 3년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강 전 대표다. 강 전 대표는 재승인 허위 사업계획서로 방송법을 위반했다. 또 로비와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도 드러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6년 롯데홈쇼핑이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에서 3년의 조건부 사업권 재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헌 전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이 황금시간대 편성을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점이 적용돼 지난 2015년 홈쇼핑 재승인 심사에서도 5년 대신 3년의 재승인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말 전 전 수석 뇌물 의혹에 연루되면서 재승인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이번 3년 재승인 역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전 수석은 홈쇼핑 사업 재승인에 영향력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시절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 e스포츠협회 대회 협찬비 명목으로 3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중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과기정통부로부터 3년 조건부 재승인 허가를 받은 이후 “아쉽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신뢰 받는 기업이 되도록 앞으로 3년 동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송 중단’ 위기에 놓여 있던 롯데홈쇼핑이 가까스로 구사일생 했음에도 불구, ‘3년이라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생각 없는 언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롯데홈쇼핑의 역대최저 심사점수에 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의 깐깐해진 심사 기준으로 임직원들의 비위 행위나 회사의 불공정 거래 문제 등은 홈쇼핑 업체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까지 업계에는 재승인 탈락 선례가 없다. 만약 일벌백계 본보기로 롯데홈쇼핑이 탈락됐다면 타 업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턱걸이로 재승인을 허가하면서 일단은 롯데홈쇼핑과 업계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분위기.

그러나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결정이 각종 비리와 의혹, 갑질 논란 등을 꾸준히 야기하는 ‘재벌 봐주기’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면서 롯데홈쇼핑의 향후 행보도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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