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만남, 공정경제·혁신성장 저해하는 ‘갑질’ ‘일감 몰아주기’ 용납 안돼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3번째 회동에서 흔들림 없는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삼성·현대차·SK·LG그룹과 만났으며, 이어 11월에는 현대차·SK·LG·롯데그룹 경영진과 한 자리에서 의견을 나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재계와 만남을 가지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그 결과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악용되던 순환출자 고리가 사실상 완전 해소 단계에 접어드는 등 ‘김상조 효과’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부의 재벌정책 방향성과 관련해 10대 그룹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재계의 기업지배 구조와 거래 관행 개선 노력 등을 듣고 의견을 교환하고,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위한 공정위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1년이 되면서 각계에서는 ‘재벌개혁이 너무 느슨하다’는 평과 ‘기업을 거칠게 옥죈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며 두 비판을 ‘성급성’과 ‘과거회귀성’으로 규정했다.

이어 “경제 민주화를 재벌개혁으로만 인식하면서 사전 규제 위주의 경직된 수단으로 골든타임식의 시간을 정해놓고 재벌개혁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이런 성급함이 재벌개혁 실패로 이끈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경제의 어려움을 부각하면서 기업의 기를 살며줘서 대기업 투자가 성장과 일자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거 낙수효과식 주장이 있다”며 “이런 과거회귀적 움직임 역시 재벌 개혁을 실패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양극단의 실패 위험 속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개벌개혁에 실패했다”며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 관련, 각계의 엇갈리는 평가에 대해 “특정 시각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자 양쪽 시각의 가운데 지점에서 재벌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맞추겠다”며 “3년 내지 5년의 시계 하에 일관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공정경제 구축을 위해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혁신에 매진하고 있으며, 혁신성장을 위해 혁신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며 규제혁신 등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두 주제에 관한 기업 측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재계의 협조를 구했다.

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과 관련해 지주회사, 공익법인,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의견을 줄 것을 재계에 요청했다.

또한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선제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경영진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재계를 대표해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 협력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을 재계도 잘 안다”며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앞으로 5대나 10대와 같은 특정 범위를 정해 재계와 만나는 자리는 되도록 만들지 않되, 정부의 기업정책 또는 혁신성장 관련 등 개별적인 소통은 적극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다음 만남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부 출범 2년 차가 마무리되는 1년 뒤가 어떨까 한다”며 “앞으로 참석범위를 더 확대하지는 않고 주제에 따라 참석범위를 달리 해 소통을 내실 있게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하현회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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