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드루킹 사건’ 특검 문제로 여야가 연일 대치하면서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들의 사퇴 처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오는 14일까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들의 사퇴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재보궐선거는 내년으로 넘어가는 상황. 때문에 정 의장이 의원들의 사직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직권으로 열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야당으로 더욱 극단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단식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직권상정 문제는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 300인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로서 특정 지역을 공백 상태로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에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는데 정치적인 것과 섞어 이렇게 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다. 참정권의 기본인데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쉬운 문제부터 하고 추가적인 것은 나중에 하는 게 협상의 기술인데 이번 협상은 그런 면에서 빵점”이라고 지적하며 “양측이 협상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역행하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민생·개혁 법안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드루킹’ 특검 도입을 둘러싸고 한 달 넘게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가 장기 파행 사태를 맞으면서 지방선거 일정 등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 의장은 전날(9일) 자신의 SNS를 통해“지방선거에 출마하는 4개 지역의 의원 사직서의 경우, 14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지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매우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의장으로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경남지사 후보 김경수, 인천시장 후보 박남춘, 충남지사 후보 양승조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과 경북지사 후보 이철우 등 자유한국당 의원 1명 등 총 4명은 시도지사 출마를 위한 당 공천을 받아 의원직 사퇴를 예고했다.

하지만 사직서를 국회의원의 지방자치단체장 출마 시 사직기한인 14일까지 처리하지 못할 경우 4곳은 내달 13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선거는 내년 4월까지 밀리게 되고 해당 지역구 주민들은 1년 가까이 국회의원 공백 사태를 겪어야 한다.

결국 국회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직접 거론하면서 14일 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행 국회법 76조 3항은 ‘전체 의사일정의 작성에 있어 국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할 때에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포인트 국회가 열릴 경우 관건은 안건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 확보다.

의원 총 재적인원 중(현재 293) 과반출석에 과반찬성으로 이뤄지는 일반정족수(147)를 채워야 하는데, 민주당(121석)은 20석의 평화와정의를 끌어와도 141명이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지만 평화당과 함께 활동하는 비례대표 3명을 합쳐도 3석이 부족하다. 결국 무소속 의원까지 더해야 본회의 개의를 할 수 있다.

구치소 접견 조사 거부로 체포영장 발부된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드루킹 김모 씨가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능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드루킹 사건’ 특검 문제로 여야가 연일 대치하면서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과 정의당은 정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반기를 들고 있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김 원내대표 농성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회 전체가 정상화되고 있지 않은데 의장이 이 상황을 타개하고 풀 생각을 갖고 국회를 운영해야지 직권상정을 하면 오히려 이 파행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평생 의회민주주의자로서 살아온 의장이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며 “만약 직권상정을 하고 14일 사직서를 처리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야당으로서 국회 정상화와 드루킹 특검 관철을 위해 더 극단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정 의장이 의회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고 마지막에 민주당에 보은하겠다는 것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 의장은 8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원포인트 직권상정 의사를 밝혔지만 일부 교섭단체가 반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의 직권상정은 여야 갈등과 반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주요 경제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그러나 여야 정쟁으로 꽉 막힌 정국 속에서 정 의장이 꺼내든 직권상정 카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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