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한은행·카드·생명사 등 일부 채용비리 정황 포착..연령·성별 차등까지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덮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전혀 문제 없다”던 신한금융의 비리가 결국 낱낱이 적발됐다.

고위급 자녀에 대한 특혜채용이 이뤄지는가 하면 서류면접에선 연령·성별 차등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신한금융의 채용비리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향후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예고되는 등 조용병 회장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조 회장의 책임 하에 대국민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의 채용비리가 사실로 확인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조용병 회장의 책임 하에 대국민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고위급 자녀 특혜부터 연령·성별 차등까지..'대국민사과' 목소리도

1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신한금융 채용비리 조사 결과 임직원 자녀의 특혜채용 정황 6건을 포함해 신한은행과 카드, 생명사에 모두 22건의 채용비리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혜채용과 관련해 신한은행이 12건,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이 6건인 가운데 임직원 자녀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건은 신한은행이 5건, 신한카드 2건, 신한생명이 6건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13년 채용과정에서 전형별 각 요건에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현직 임직원 자녀 5명과 외부추천 7명을 특혜 합격시켰다.

임직원 자녀의 경우 학점이 저조해 서류심사 대상 선정 기준에 들지 못했고 그중 일부는 실무면접서 최하위권 등급을 받았지만 전형 과정을 모두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외부추천의 경우 정치인과 금감원 직원, 공사 임원 등을 통해 추천이 들어왔다. 이들은 ‘전 금융지주 경영진 관련자’, ‘지방 언론사 주주의 자녀’, ‘전 고위관료의 조카’ 등으로 표기되어 연령 초과와 면접성적 저조 등 기준미달이었음에도 최종 합격했다.

특히 여기에 연루된 금감원 직원은 전직 관료의 조카를 추천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 포함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 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신한카드는 2017년 채용과정 당시 외부추천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불합격했으나 결국 최종 합격 되는 등의 채용비리 4건이 적발됐다.

신한생명에서는 2013년에서 2015년 채용과정에서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들에 대해 서류심사 점수를 높게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특혜채용이 발견됐다.

이밖에 채용 서류심사 때 연령과 성별에 따른 채용 정황도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2016년도 상반기 채용공고에 연령 차등을 공지하지 않았으나 남자는 ‘1988년 이전 출생자’, 여자는 ‘1990년 이전 출생자’를 골라내 서류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또 2013년 상반기 채용에서는 남성 지원자 중 1989년 이후 출생자는 배점 5점을 주고 88년생부터는 1점씩 점수를 깎아 불이익을 주었다.

신한카드 역시 ‘연령제한 없음’ 공지를 하고도 33세 이상(병역필)과 31살 이상(병역면제)은 서류심사에서 자동 탈락시켰다. 서류단계부터 채용비율을 남녀 7대 3으로 정하고 이후 전형에서도 성비를 이 수준으로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해당 특혜채용 정황의 법률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공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관계자는 “채용 관련 서류의 경우 개인정보가 들어있어 대부분의 금융사에서 1년 이상 지난 건은 상당수 폐기를 한다”며 “지극히 제한적 정보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금감원에선 규명의 한계가 있고 검찰과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더니..’ 발목잡힌 조 회장 험로 예상

한편,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과정을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댄 가운데 신한금융은 당국 황제경영 칼날에도 천하태평(?) 모습을 보이며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앞서 금감원은 올 1월, 11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 신한금융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채용비리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의 적정성과 함께 금감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건을 점검한다고 지난달 공표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신한금융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채용이 이뤄졌다"며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검사 결과, 신한금융의 특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향후 검찰수사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조 회장의 행보 또한 험난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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