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불참 속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與野, 가열된 ‘네 탓’ 공방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개헌안을 상정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가 불성립됐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을 상정했지만, 야당이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가 불성립됐다. 개헌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개헌안을 상정을 선포했다.

지난 3월26일 제출된 개헌안 의결 시한은 이날까지로, 표결 없이 이날을 넘길 경우 투표 불성립으로 사실상 자동 폐기된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제안설명을 했다.

이 국무총리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여쭈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헌법개정안을 준비해 발의했다”며 “국민이 스스로의 권리로 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국회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득했다.

이후 국회는 찬반 토론과 표결 등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한국당은 본회의장 출석을 거부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본회의장에 참석해 반대 토론만 진행한 뒤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개헌안 가결을 위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192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114명만 투표에 참가해 정 의장은 결국 오전 11시 투표 불성립을 선포했다.

국회는 투표시 투표용지와 함께 명패를 주고, 개표 전에 명패를 통해 의결정족수를 파악한다. 만약 의결정족수가 미달하면 개표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의장이 개표를 진행하지 않고 투표 불성립을 선언할 수 있다.

투표 불성립으로 개헌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에 제출된 개헌안은 총 13번으로 이 가운데 9번이 가결됐다.

투표 불성립이 선언된 개헌안을 두고 계류냐 폐기냐 등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개헌안이 부결됨에 따라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정 의장은 대통령 개헌안 부결을 선포하면서 “30여년만에 추진된 이번 개헌이 투표 불성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점, 대단히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비록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사실상 부결로 매듭지어졌지만, 국회발 개헌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여야 합의 개정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상정해 열린 제360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192명을 채우지 못해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사진은 기명 투표 후 명패 수를 집계하는모습. <사진=뉴시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 개헌안 국회 처리 무산과 관련해 “그 많던 개헌의지는 다 어디로 갔나”라며 야당을 질타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본회의는 열렸으나 야당의 비협조 때문에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 불성립으로, 대통령 개헌안의 본회의 계류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야당은 개헌이 시대적 과제라 하면서도 시종일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개정은 정치권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할 것 없이 약속했던 공약사항”이라며 “대통령의 개헌안 제출은 국회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국민 앞에 약속했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향해 “개개인이 헌법기관 자체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기모순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민 60% 이상이 개헌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음에도,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친 것은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임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 개헌안 표결 강행을 두고 불만을 표출했다. 야4당이 불참 의사를 밝혀 투표 불성립이 확실시된 상황이었지만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표결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신보라 한국당 대변인은 “야4당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고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뻔 하지만 정부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며 “야당의 간곡한 호소는 정부여당의 독선과 아집에 무시당했다”고 일갈했다.

앞서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과 토론에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 부결이라는 상황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고 민생을 위한 것인지, 또 앞으로 국회의 개헌 논의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국익 차원에서 다시 깊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통령의 개헌안 제출은 개헌 성사를 위한 마중물이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책임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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