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 6명 입건..“유사 보험사기 발생 대비 수사 확대”

[공공뉴스=박계형 기자]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기 수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외제차가 보험사기에 주로 이용됐다면, 최근에는 고가의 외제 자전거까지 신종 보험사기 수법으로 활용되고 있어 경찰도 예의주시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고가 자전거 이용해 고의사고 보험금 챙긴 업자 등 적발, 보험사기 ‘덜미’

고가의 외국산 자전거를 이용해 지난해 4월부터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사기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회사원 김모 씨와 자전거 점포를 운영하는 이모 씨 등 일당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최고 2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외제 자전거를 가짜 교통사고로 망가뜨려 보험금을 청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6년 4월15일 송파구 한강공원 주차장에서 김씨와 이씨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1600여만원을 챙겼다.

자전거 수리·판매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고가 외제 자전거를 이용하면 보험금을 한몫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해 함께 자전거동호회 활동을 하던 김모 씨를 꼬드겨 가짜 사고를 기획했다.

이들은 이씨 매장에 보유한 ‘치폴리니’ 브랜드의 약 2000만원짜리 자전거와 '룩' 브랜드의 1200만원짜리, '윌리어' 브랜드의 600만원짜리 등 자전거 3대를 이용해 범행했다.

이는 이씨가 고가의 외제 자전거는 수리비로 보험금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

이들은 보험사기 의심을 피하고자 지인 2명을 동원, 보험사 측에 자동차를 후진하다가 세워놓은 자전거를 실수로 들이받았다고 거짓 진술해 보험금을 타냈다.

이어 2017년 10월13일 ‘치폴리니’ 자전거를 동원해 두 번째 가짜 사고를 냈다. 이번에는 김씨가 직장동료로부터 소개받은 강모 씨가 범행에 참여했다.

강씨는 잠원동의 한 도로에서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이씨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문에 부딪히는 수법을 사용해 이씨는 치료비용 380만원을 챙겼으며 자전거 파손 비용 20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고가의 자전거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자 보험사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2년에 걸친 경찰 수사로 조작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렌터카를 이용해 범행하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찾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전거 수리·판매점 운영이 어려워져 빚이 많아졌다”고 범행 이유를 설명했고 공범들도 모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는 자동차와 다르게 파손됐을 경우 부품별로 교환하는 게 아니라 프레임 전체를 교환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며 “고가 외제 자전거가 늘어나면서 유사한 보험사기가 일어날 수 있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보험사기 7300억원 ‘역대 최고’..금감원 “보험사기에 대한 범죄 행위 인식 부족”

이처럼 보험사기를 저지르다가 금육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적발된 액수는 지난해 7302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117억원(1.6%)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다.

적발 인원은 총 8만3535명으로 전년보다 523명(0.6%) 늘었고 1인당 평균 사기액은 870만 원으로 전년과 비슷하다.

허위 입원이나 사고내용 조작 등 허위·과다 사고와 관련된 보험사기가 전체의 73.2%(5345억원)로 가장 많다. 자동차 보험피해 과장은 전년 대비 11.7% 늘어난 54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살인·자살·방화·충돌 등 고의로 사고를 유발한 형태는 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 감소했다.

연령별로 구분하면 30∼50대는 68.5%로 전년보다 1.4% 포인트 줄었으나 20대는 14.4%에서 15.5%로, 60대 이상은 13.9%에서 14.5%로 늘었다. 전체적인 성별은 남성 68.7%, 여성은 31.3%로 나타났다.

아울러 무직·일용직 비중이 14.1%에서 12%로 감소한 반면 병원 종사자(1086명→1408명)와 정비업소 종사자(907명→1022명)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은 “국민들 사이에서 보험사기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보험사기가 근절될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협조하고 총력을 다 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험사기행위를 근절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보험사기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법은 보험가입자들의 사기행위 적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보험사나 판매업자에 대한 처벌은 담겨있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6년 9월 시행된 보험사기방지법에는 보험사나 보험사 임·직원, 판매업자 등이 저지른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내용이 없다.

보험사기는 범죄의 특성상 보험계약에 대한 지식이 높은 보험업 종사자가 연루될 가능성이 많지만 정작 법안에는 보험가입자의 보험사기행위 적발과 가중처벌에 관한 내용만 담겼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이 법안의 관점 자체가 보험사는 사기를 안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보험사입장에서 만들어진 법”이라며 “보험사도 보험사기를 치는 부분이 있는 걸 실무상 많이 봐왔으나 현재 법에는 보험사나 보험사직원과 설계사, 판매업자 등에 대한 처벌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2017년 4월에 발의된 보험사기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김관영의원 대표발의)에는 보험사기에 연루된 의료인과 의료기관종사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조사관은 “현재의 보험사기방지법은 보험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법안이 형평성을 갖기 위해서 보험회사와 보험사직원, 설계사 등 판매업자의 사기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조속히 들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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