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금융권을 덮친 채용비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신한은행 뉴욕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 전 회장 아들이 발령난 뉴욕지점은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 이른바 ‘꽃보직’으로 불리는 자리이기 때문.

이런 가운데 현재 신한금융을 이끄는 조용병 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한동우 사람’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한 전 회장의 아들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이 터져나오면서다.

그동안 경남기업 불법대출 의혹, 셀프 상임고문제 논란 등 재임시절부터 퇴임 후까지 갖은 구설수에 휘말렸던 한 전 회장. 그럼에도 한 전 회장과 아들은 승승장구 하고 있어 여론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국 ‘라응찬-한동우-조용병’으로 이어지는 신한금융 승계프로세스가 이번 채용비리 논란으로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전·현직 수장들 모두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 3월2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이취임식에서 한동우 전 회장(오른쪽)과 조용병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우 전 회장 아들 뉴욕 발령..내부적 입김 작용?

최근 서울동부지검은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한 신한금융 채용비리 사건을 형사 6부(박진원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신한은행 등에서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등에서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들이 특혜 채용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신한은행 12건,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 6건 등 신한금융 채용 과정에서 모두 22건의 비리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한금융에 채용을 청탁한 내·외부 인사와 관련한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 혐의점의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채용비리 의혹은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덮쳤다. 이에 금감원은 조사에 착수, 11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지난 1월 발표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관련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신한금융 고위임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재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타 금융그룹처럼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3년 채용과정에서 특혜 정황이 적발됐고 신한카드는 2017년, 신한생명은 2013~2015년 채용에서 단서가 포착됐다.

문제가 불거진 당시는 한 전 회장이 재직 중이던 시기다. 한 전 회장은 2011년부터 2017년 초까지 신한금융 회장직을 맡았다. 조 회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몸담고 있었다.

한 전 회장이 연루된 특혜인사 논란은 과거에도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한 전 회장 아들은 2004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퇴사 후 신한은행 투자금융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해오다 2017년 6월부터 뉴욕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문제는 아들 입사 당시 한 전 회장은 신한생명은 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라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그룹 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력직으로 채용된 한 전 회장 아들은 비공채 출신이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공채 출신도 아닌 한씨가 은행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불리던 뉴욕 주재원으로 발령 난 것에 대해 한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특히 한 전 회장의 아들이 뉴욕으로 예비 발령된 것은 지난해 3월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신한금융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이다.

하지만 신한금융 측은 조 회장과 한 전 회장 아들의 뉴욕 발령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한금융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전 회장의 아들이 뉴욕에서 근무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1월과 7월 인사를 단행하는데 (한 전 회장 아들의)예비발령은 3월이 아니라 6월”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조 회장이 신한은행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조 회장의)입김도 전혀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한 전 회장 아들의 ‘꽃보직’행에 ‘한동우 사람’ 조 회장의 영향력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그다지 많지 않은 분위기다.

◆조용병 회장 위 ‘상왕’..리더십 부재에 책임론까지 거세

엄밀히 따지면 조 회장은 이번 채용비리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채용비리에 연루된 한 전 회장을 털어버리는 것이 속 편한 상황. 하지만 조 회장은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또한 한 전 회장은 채용비리 외에도 퇴임 후 상임고문 자처 등으로 구설수가 불거진 바 있다.한 전 회장은 재임 시절 상임고문제도를 만들었고, 2017년 퇴임 후 상임고문을 자처하면서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

신한금융은 신한사태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약 20년간 라 전 회장이 이끌어왔다. 이후 한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 전 회장은 임기 동안 내분을 일으켰던 신한사태를 극복하고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그동안 전례 없던 고문직도 맡게 됐다.

고문은 표면적으로 그룹 성장에 도움을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 방향 등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조타수’에 가깝다.

한 전 회장은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또 조 회장은 ‘한동우 라인’으로 분류된다. 결국 ‘라응찬-한동우-조용병’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때문에 전임 수장들이 현재까지도 신한금융의 실권을 장악하면서 지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상왕(上王)과 왕(王) 회장’의 그늘 아래 수십 년간 안정적인 지배구조라고 인정받아 왔다는 뒷말이 무성했지만 조 회장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것도 이 대목이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패권은 잡았지만 ‘실세’는 따로 있는 모습으로,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다.

뿐만 아니라 전임 회장들의 상왕 노릇을 함구하며 침묵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만큼 조 회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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