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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tory] 미래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자세#임산부 배려석:저출산 걱정하는 정부..배려 없는 시민들→양보 분위기 정착돼야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한국에만 있다는 ‘임산부 배려석’을 접한 외국인들의 리얼한 반응이 화제를 모았다. MBC에브리원에서 방송 중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즌2에서 한국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가 당황하는 외국인 친구의 모습이 그려졌고, 이후 한국의 배려 문화를 칭찬하는 모습까지 전파를 타면서 눈길을 끈 것.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스페인 출신 장민의 세 친구(아사엘, 네프탈리, 안토니오)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세 친구는 지하철에 남아 있는 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한국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중 아사엘이 앉은 자리는 하필 임산부 배려석이었다. 친구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상황. 그러나 임산부 배려석을 표시하는 분홍색 시트와 안내문은 유독 눈에 띄었고, 이를 발견한 네프탈리는 아사엘에게 “어디 앉았니?”라고 물었다. 본인이 앉은 자리가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사엘은 당황해하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같은 민망한 상황에 아사엘은 목까지 빨개져 버렸다.

방송을 통해 임산부 배려석을 대하는 외국인의 태도를 본 임신 6개월차 주부 A씨는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차라리 낫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고 당황하는 모습을 한국에선 전혀 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지금은 배가 좀 나와서 임산부 배려석을 비켜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몰라라 하며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앉아 있는 아저씨, 아주머니, 학생들을 본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A씨는 “무작정 자리를 비워놓으라는 게 아니다. 임산부들이 없을 때 앉아 있다가 임산부가 보이면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나라에 배려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저출산 적신호 켜진 한국..극복 나서는 文정부

최근 저출산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극복 구심점에 불붙였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현행 5.8%보다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재정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매년 예산 편성에 앞서 당정청이 모여 예산의 운용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일자리·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도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확장적 재정을 강조했다. 7.1%인 올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내년에도 유지하거나 더욱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이어 “문화와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며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이런 문화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중기 재정지출 증가율을 현행 5.8%에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저출산, 낮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 마련을 위해 장기적 시계에서 선제적 재정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 대책과 재정소요’ 방안을 중심으로 신혼부부 주거지원, 일·생활균형, 워라벨, 평등한 지원, 효율적 행정지원체계를 통한 저출산 극복방안을 제시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며 “중소기업 등 사각지대는 육아휴직도 어렵다. 거점형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저출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외 입양이 많다”면서 “사회가치적 측면에서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향후 5년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이라며 “추가 지출이 있더라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저출산 극복 사례로 해남과 세종을 꼽으며 “해남은 정책적 인센티브가 많았고, 세종은 경력단절의 우려가 적고 보육시설이 잘 돼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2018∼2022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지출 증가율의 구체적 규모는 오는 9월2일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때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 ‘그림의 떡’ 임산부석, 인구절벽 걱정하면서 배려는 없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을 걱정하고 있지만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상당히 인색한 모습이다.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설치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려 문화는 정착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임산부의 날을 맞아 1만600여명이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임산부의 60.2%만 ‘배려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산부 10명 중 4명은 임산부석 양보 등을 비롯한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수도권 지하철 열차 한 칸당 2석씩 총 7100개의 임산부석을 마련했다. 하지만 배려가 잘 이루어지지 않자 임산부석을 강조하기 위해 좌석과 좌석 바닥에 분홍색 스티커를 붙이는 등 디자인을 바꿨지만 여전히 임산부는 서서 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임산부 배려를 위해 지난해 전국 최초로 부산에 도입된 ‘핑크라이트’는 열쇠고리 모양의 발신기 ‘비콘’을 소지한 임산부가 배려석 근처에 접근하면 좌석에 부착된 분홍색 라이트가 반짝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핑크라이트가 반짝임에도 불구하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승객들은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는다.

또한 반복적으로 “가까이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세요”라는 음성메시지나 임산부를 비롯한 교통 약자를 위해 좌석을 비워달라는 권고 방송에도 각자의 할 일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오히려 임산부가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

서울에 거주하는 한 임산부는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닌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임산부석을 양보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럴거면 왜 임산부석이 있고 임산부 배지를 달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임산부석에 앉을 수 없어 노약자석 등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6년 8월에는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임신 27주 임산부가 노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인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임산부에게 수차례 자리 양보를 요구했고 여성이 임산부임을 밝히자 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임부복을 걷어올리고 여성의 복부를 가격했다.

일각에서는 양보해 달라고 부탁하다가 해코지를 당할까봐 말을 못하거나 아예 눈치가 보여 임산부석 근처로는 가지 않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시기 위해 대전 도시철도1호선 개실 내에 설치된 임산부석에 곰인형 ‘테디베어’가 비치된 모습. <사진=대전도시철도공사>

# 내일의 주인공 지키는 ‘테디베어’..향상된 시민의식 꿈꾼다

임산부 배려석은 도입 때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둬야 하느냐는 점이다.

한 쪽은 ‘자리에 앉아있다가 임산부가 탑승하면 양보하면 된다’는 의견으로 ‘배려석’인 만큼 강제성이 없는데다가 비워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또 다른 한 쪽은 ‘임산부 배려석에 누가 앉아있을 경우 임산부가 양보받기 힘들기 때문에 아예 비워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신 초기의 임산부들을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워두는 것이 ‘배려’라는 이야기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임산부 배려문화 확산을 위해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곰 인형 ‘테디베어’를 비치했다. 테디베어가 앉아 있는 자리는 임산부를 위해 비워달라는 의미로 ‘여기는 임산부 배려석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캠페인을 접한 네티즌들은 SNS 등을 통해 좋은 캠페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비용이 들더라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연민의 감정이라기보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일이라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산부 배려석 운영은 법으로 정하지 않고 시민들의 도덕적 판단과 양심에 맡기고 있다. 임산부석에 앉는 시민 대부분이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양보하는 분위기가 쉽게 정착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내일의 주인공과 그들을 건강하게 품고 있는 임산부를 위해 배려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는 사회를 오늘도 꿈꿔본다.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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