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급에 큰 비용 안 들어간다는 주장 인정 어려워”..소비자연맹 2심도 패소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도난·분실한 티머니 카드의 잔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단체 소송에서 소비자 측은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입증책임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법원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했다 볼 수 없어”..항소심도 한국스마트카드 손 들어줘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허부열)는 지난 5일 소비자연맹이 한국스마트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티머니 카드가 도난·분실됐을 경우 저장된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위반했다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하는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보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원고는 편의점에서 하나의 단말기를 가지고 교통카드와 신용카드를 동시에 충전하고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면 이런 전산환경 하에서는 단말기 추가 없이도 도난·분실된 금액을 반환하는 데 큰 비용 드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원고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기가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현재 한국스마트카드는 교통카드인 티머니 카드를 사용하다가 도난·분실했을 경우 전자금융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근거로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

앞서 소비자연맹 측은 2015년 12월 도난·분실 시 카드에 저장된 금액과 카드값은 지급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티머니 서비스 약관이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연맹 측은 고객이 개인정보와 카드번호를 등록한 티머니 카드는 ‘기명식’ 선불식 충전 카드라는 점을 들어 잔액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5년 동안 도난·분실로 사용되지 못한 티머니 카드 충전금이 65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환불해 주지 않는 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해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

반면 한국스마트카드는 티머니 카드가 누구나 습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명 카드’라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약관에서 ‘도난·분실 시 환불 불가’ 원칙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티머니 카드가 적용받는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신용카드 등 접근매체의 분실됐다는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심은 “전자금융거래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도난·분실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해 사업자가 면책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면책사유 또한 카드의 명의자를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한국스마트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규정은 선불식 충전 카드가 주로 소액으로 거래될 뿐만 아니라 도난·분실 신고를 받더라도 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했다.

이와 함께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겨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난·분실된 티머니 카드에 대해 전액 환급이 보장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카드 잔액의 환급 제한이 전체 고객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뉴시스>

◆후불카드 사용자 급증..소비자를 위한 충전 잔액 환불 교통카드 출시

한편, 교통카드 도난·분실사고가 잇따르면서 후불식 충전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스마트카드에 따르면, ‘모바일티머니 후불형 서비스’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모바일티머니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휴대폰에 ‘'티머니 NFC 유심(USIM)’을 장착해 대중교통이나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티머니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다.

모바일티머니 후불형 서비스는 기존 신용카드로 이용하던 후불 교통결제 시장을 대체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삼성페이에서 모바일 티머니를 발급받아 쓸 수 있는 ‘삼성페이-모바일티머니 서비스’가 개설 45일 만에 누적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고 이중 80%가 후불형 서비스 이용자라고 밝혔다.

또한 교통카드를 잃어버렸을 때도 충전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전국호환 교통카드도 지난 4월 출시됐다.

코레일이 출시한 ‘레일 플러스 대중교통 안심카드’는 교통카드를 분실했을 때 카드에 남아 있는 충전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고 카드 구매비 부담을 대폭 낮췄다.

이는 카드 충전 금액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카드를 분실할 경우 레일 플러스카드 홈페이지에 환불 신청을 하면 신청일로부터 5일 이내에 충전 잔액을 환불받는다. 다만 환불 서비스를 받으려면 사전에 홈페이지에 대중교통 안심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청소년·어린이 교통카드는 첫 사용일로부터 10일 이내 운영사 홈페이지에 할인 등록을 해야 할인 운임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반면 레일 플러스 대중교통 안심카드는 별도의 할인(청소년·어린이) 등록 절차 없이 구매할 때 자동으로 등록돼 훨씬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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