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댓글 : 익명성 이용해 쾌락 누리려는 권력 놀이→‘자유’ 아닌 ‘폭력’ 인식해야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이용하며 1000명이 넘는 팔로워 수를 가진 A씨는 자신이 SNS에 올린 일상 사진들이 최근 다른 포털사이트에 게시돼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해당 게시물은 출처도 적혀 있지 않을뿐더러 사진 내용과는 관계없는 글로 온라인 상에서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게 했다. A씨는 댓글에 자신의 몸과 얼굴 등을 품평하는 악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3000개가 넘는 댓글 중에는 “내가 A의 동창인데 다 뜯어 고쳤다” “예쁘지도 않은 게 연예인 병에 걸렸다” “보정을 많이 해서 실제로 보면 사진과 달라서 못 알아볼 듯”등 도 넘은 악플이 상당했기 때문. A씨는 근거 없는 사실이라며 댓글로 해명글을 달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 오히려 비난과 조롱 공격을 받았다. 분노에 찬 A씨는 무단도용 한 게시자를 신고했다. 하지만 처벌수위는 고작 게시중단이라는 ‘솜방망이식 처벌’ 뿐이었다. A씨는 “해당 게시물은 사라졌지만 또 다른 어딘가에서 내 게시물이 올라와 그 곳에 달릴 댓글들이 더 무섭다. 악플로 인한 상처는 도대체 누가 보상해주는 거냐”고 토로했다.

최근 방송된 KBS2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스킨십 아빠가 악플러들을 고소했다. <사진=KBS 2TV ‘안녕하세요’ 캡쳐>

댓글은 타인의 생각과 반응을 확인하는 통로다. 인터넷이 발전한 요즘, 많은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댓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듣기 좋은 댓글이 있는 반면, 오히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들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들이 꾸준히 늘면서다.

온라인상에서의 악성 댓글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만 적용되다가 최근에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일반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성댓글이 더 악질적이고 지능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 ‘기세등등’ 악플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 등 말에 대한 파급력을 보여주는 속담을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말은 한번 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고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할 때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아왔다.

글 역시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입으로 뱉지만 않을 뿐, 글자를 통해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글에 대한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

말은 뱉으면 사라지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그만이지만, 글은 평생 남아있기 때문에 더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최근 ‘안녕하세요’부터 ‘하트시그널2’까지 일반인 참가자에 대한 도 넘은 악플에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에는 스킨십 아빠 가족이 등장해 방송 이후 쏟아지는 악플에 법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스킨십 아빠는 딸들에게 뽀뽀하는 행동 이상의 스킨십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족들이랑 같이 보는데 더러워서 도저히 못보겠더라” “아빠가 딸 볼을 혀로 핥는 게 진짜 경악스럽다”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스킨십 아빠로 소개된 최호진씨는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를 참지 못해 결국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토로 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족의 문제점을 고백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최씨 뿐만 아니라 그간 해당 프로그램 출연 일반인들 중 많은 이들이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하트시그널2’에 출연자 송다은은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녀는 프로그램 내에서 가장 강력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김현우와 오영주의 사이를 훼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과 함께 쏟아지는 수많은 악플을 견뎌야만 했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들은 송다은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찾아가 그의 행위를 비판하고 오영주와 비교하면서 도 넘은 욕설까지 쏟아냈다.

송다은은 해명글까지 올렸지만 그럼에도 악플은 가라앉지 않았다. 송다은은 “비난 아닌 비판을 하셨으면 한다”며 “더 악플을 다시면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아울러 서로를 겨냥하는 댓글 뭇매도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대학생 여모씨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다’라고 지적하는 댓글을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댓글을 올리자마자 ‘너 얼굴이 더 자극적이다’ ‘너가 뭔데 판단하냐’ ‘그런 사고로 사회생활 어떻게 할래’등의 악플 포화에 시달린 것.

여씨는 “마치 집단폭행을 당하는 느낌이었다”며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는 절대 하지 못할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 악플러들의 주된 활동무대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경찰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무분별한 악플과 이들을 고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자료=리얼미터>

# 도 넘은 악플 눈살..“국민 3명 중 2명,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 찬성”

악플러들이 온라인 상을 자유롭게 활개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이라는 점에서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타인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익명성은 그들이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호막이나 다름 없다.

이런 가운데 국민 3명 중 2명에 이르는 대다수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7일 인터넷 댓글을 실명으로 달게 법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 주장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해 19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악성 댓글을 근절하고 타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5.5%에 달했다.

이는 ‘과도한 통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반대한다’(23.2%)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것. 찬성하는 측은 악성 댓글 근절, 인격권 보호의 이유인 반면 반대 측은 과도한 통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 찬성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지역별로는 ▲경기·인천(찬성 72.5%vs반대 20.4%) ▲부산·경남·울산(68.4%vs23.5%) ▲광주·전라(65.8%vs25.2%) ▲대전·충청·세종(62.3%vs30.8%) ▲대구·경북(61.9%vs16.0%) ▲서울(58.5%vs25.2%)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찬성 71.7%vs반대 21.8%)와 20대(70.0%vs25.4%)에서 찬성 여론이 70% 이상이었고 이어 50대(66.4%vs24.2%), 30대(61.7%vs26.9%), 60대 이상(59.2%vs19.5%) 등이다.

지지정당별로는 정의당(찬성79.4%vs반대20.6%)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1.5%vs21.1%)에서 찬성 여론이 70%를 상회했으며 이어 자유한국당 지지층(60.5%vs25.7%), 무당층(56.5% vs20.4%) 순으로 나타났다.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찬성73.3%vs반대22.1%)과 진보층(71.4%vs17.0%)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보수층(50.9%vs39.2%)에서도 찬성 여론이 절반을 넘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에서 찬성 여론이 우세했는데, 특이하게도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층과 정의당·민주당 지지층에서 보수층과 자유한국당 지지층보다 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최근에 발생한 댓글조작 사건의 여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는 지난 4월 1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1640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 4.3%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사진=뉴시스>

# 익명의 집단 권력 놀이..악플은 자유 아닌 ‘폭력’

직접적인 언어폭력이나 물리적 폭행보다 사이버 언어 폭력이 무서운 점은 나를 공격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피해자들의 큰 상처를 받게 되지만 악플에 대한 처벌은 아직 미약한 수준인 한편, 자신의 글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악플러도 많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유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건수는 모두 1만3348건으로 집계됐다. 검거 건수는 발생 건수에 비해 적지만 실제로 검거되는 인원은 한 해에만 1만5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2012년 5684건 ▲2013년 6320건 ▲2014년 8880건에서 이듬해 1만5043건으로 급격히 증가한 이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피해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악플 근절을 위해 법적 처벌 강화와 더불어 근본적인 예방법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에서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이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무기로 자신의 기호에 반하는 사람들을 굴복시켜 권력의 쾌감을 누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때 댓글을 통해 조언을 얻거나 토의를 하는 등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포털사이트의 댓글들은 악플이 판을 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거의 순수함과 진정성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한 세력의 적폐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악플, 근거 없는 주장, 비방, 욕설 등이 난무한 가운데 혁신적이고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단장해야 한다. 촛불처럼 올바른 대중이 움직여야 정의는 비로소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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