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장 취임 후 실적 부진, 재건축 비리에 석면 논란까지 악재 잇따라
세계보건기구 규정 ‘1급 발암물질’ 사용 대체 왜?..폐암, 후두암 등 유발
‘죽음의 기업’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올라..“대기업이 국민 위협”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박동욱호(號) 현대건설이 이번에는 석면건축물 철거 강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짓고 있는 ‘힐스테이트 신촌’의 분양가 승인이 지연된 상황에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인근 고등학교의 석면건축물을 철거하면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은 무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에 현대건설 측은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석면건축물 철거는)이상 없이 진행된 건”이라고 일축했지만, 문제는 현대건설의 석면건축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강남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도 인근 초등학교를 배려하지 않은 공사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런데 또 다시 비슷한 문제가 터지면서 ‘상습법’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의 2018년 초는 유독 다사다난하다. 특히 박동욱 사장이 올해 취임한 후 실적 부진에 재건축 비리, 석면 논란까지 현대건설 안팎으로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박동욱號 현대건설’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들 안전은 ‘뒷전’..학교 주변 석면건축물 철거 강행 논란

7일 한 매체는 현대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1구역 재개발을 통해 분양하기로 했던 ‘힐스테이트 신촌’의 분양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달 20일 인근 고등학교 석면건축물(생활관 건물) 철거 공사를 강행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철거 공사는 학생들의 건강이 염려돼 여름방학 기간에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분양 일정을 이유로 학교 측도 모르게 철거를 강행했다.

현대건설이 이 구역에 짓고 있는 ‘힐스테이트 신촌’은 지상 최고 20층, 15개동 규모로 총 1226가구다. 지난달 초 분양 예정이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해 분양이 현재 지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재개발을 위해 고등학교 생활관 부지를 매입했지만 철거를 하지 못하면서 분양 승인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HUG의 분양승인을 위해 무리하게 학기 중 철거를 강행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학생들의 안전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현대건설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인체에 노출될 경우 폐암, 후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산업현장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는 건물 철거현장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규모 철거작업이 이뤄지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 인근에서 석면 노출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민들은 가습기살균제, 라돈침대 사태 등 유해물질 공포를 겪어왔던 만큼 이번 현대건설의 석면건축물 철거 강행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더 큰 문제는 현대건설에서 석면건축물 철거 관련 문제가 이번이 처음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석면 노출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고 석면 해체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석면 해체 작업은 아이들의 석면 노출 가능성에 대비해 방학기간 중 하기로 주민들과 협의했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1월부터 무작위로 석면철거공사를 진행해 공분을 샀다.

현대건설의 석면철거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재된 상태다.

특히 석면건축물 철거와 관련된 2건 모두 청소년들의 안전 문제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큰 비난이 일고 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2위로 명실상부 업계를 대표하는 건설사 타이틀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강남권 재건축 수주비리를 수사중인 경찰이 4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사장, 취임 초부터 악재 ‘쓰나미’..앞날은 ‘깜깜’?

석면건축물 철거 문제 외에도 현대건설을 둘러싼 잡음은 올해 초부터 유독 눈에 띈다.

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거액의 금품 및 접대 예산을 수립하고 살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물론, 1분기 실적도 부진해 1월부터 현대건설을 이끌어온 박 사장이 입지가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내려고 조합원들에게 선물을 뿌린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로 현대건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 일대 아파트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부터 내사를 벌여왔다.

이에 따라 4월 말 현대건설 계동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현대건설이 살포한 금품 예산 규모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승인 없이 집행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박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박 사장은 지난해 재건축 시장 내 화제 단지였던 반포 1단지 재건축 수주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인물. 당시 재무를 담당하는 재경본부장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금품 예산 편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5%, 10.5% 감소하고 신규 수주 또한 20% 이상 급감했다.

이렇듯 경찰 수사에 실적 부진까지 내부적으로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암물질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는 모습은 박 사장의 앞날에도 치명타가 될 우려가 있다.

◆회사 측 “불법적인 처리 없었고 문제 없이 진행됐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석면건축물 철거는)재건축 조합과 (생활관 건물이 있는 고등학교를 설립한)추계학원간 협의 하에 하기로 했는데 이견이 있었다”면서 “조합 측이 철거를 진행하면서 추계학원 측으로 공사 관련 공문을 보냈고 전혀 문제가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석면건축물 철거 과정에서)불법적인 처리는 없었고, 여름방학에 진행하기로 한 철거는 다른 초등학교와 관련된 것이다”며 “철거 과정에서 석면을 발견해 신고하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실적은 해외 대형 공사들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정이 천천히 진행되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 것. 하반기 이후 다시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박 사장의 리더십 등과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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