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투표율:‘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의 차이..정치권 성실 공약 이행도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20대, 30대는 현재의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주역들인데 왜 이들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지 모르네요. 선거날은 투표를 하라고 빨간날로 지정해 놓은 것인데... 예전보다 투표율이 높아졌긴 해도 그냥 쉬는날로 생각하면서 해외든 국내든 놀러갈 생각만 하고 있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 씁쓸하네요.”

서울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며칠 전 자신의 20대 아들과 TV를 시청하다 화가 났다. 아들과 뉴스를 시청하던 중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유세를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나왔지만 아들이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채널을 돌려버린 것. A씨는 아들에게 지역구 의원은 아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모른다’ 였다. 아들의 당당함에 오히려 당황한 A씨는 이어 후보를 알아야 투표를 하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아들은 전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후 투표 당일 밤 늦게 집에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의 아들은 “공약을 대충 들어봤는데 대부분 청년 일자리에 관한 공약이 많았다.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고,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공약을 내놨다고 해서 그것이 다 지켜질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그랬는데 또 다시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종료된 지난 9일 용산구 서울역에 차려진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관외 선거인 투표 봉투를 용산구 선거관리위원회로 옮기기에 앞서 정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3지방선거 사전투표 최종투표율은 20.14%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최종투표율은 21.07%로 마감됐다. <사진=뉴시스>

# 역대 두 번째 지방선거 투표율 

코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마다 ‘소중한 한표’ 행사를 통한 지지를 호소하고 다양한 이벤트까지 준비하면서 민심 잡기 막바지에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8~9일 치러진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결과다. ‘역대 두 번째’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것.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일부터 9일까지 전국 유권자 4290만7715명을 상대로 실시한 제7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20.14%로 집계됐다.

전국 유권자 가운데 864만897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이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율(11.49%)보다 8.65%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한 이번 사전투표율은 2016년 4월 진행된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인 12.19%보다도 높았다. 사전투표에서 역대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해 대선(26.06%)에는 미치지 못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 투표율이 31.73%(50만468명)로 가장 높았다. 전북(27.81%, 42만4883명), 세종(25.75%, 5만5149명), 경북(24.46%, 55만705명), 경남(23.83%, 65만8923명), 광주(23.65%, 27만7252명) 등 순이었다.

반면 대구 지역의 투표율이 16.43%(33만6422명)로 가장 낮았고 부산(17.16%, 50만4421명), 경기(17.47%, 184만151명), 인천(17.58%, 42만91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도 19.10%(160만558명)로 평균을 밑돌았다.

아울러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은 21.07%(39만8116명)였다. 지난해 치러진 4·12 재보선 당시 사전투표율은 11.22%로 이번이 9.85%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중요하게 꼽히고 있는 것은 2030세대의 표 향방이다. 그동안 이들 세대의 투표 참여율이 높지 않았던 만큼 이들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판단이다.

2016년과 2017년 촛불집회 이후 대선을 겪으면서 점차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청년층들의 움직임에 사회는 더욱 주목하고 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용산구 서울역에 차려진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여행 출발전 투표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2030세대 표심은 어디로?

2030 청년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항쟁 등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들도 청년층이 주도했다.

2030세대는 우리나라의 변화의 주역임은 물론, 향후 미래를 이끌어 갈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의 정치 참여는 낮은 수준이었다. 학업과 취업에 치이면서, 그리고 취업 후에는 결혼, 내 집 마련 등 각종 문제로 끊임없이 난관에 부딪히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정치는 ‘내 이야기가 아닌 먼 나라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는 이들이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전투표 이전 발표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2030세대는 과거에 비해 높았다.

한국갤럽이 이달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3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80%가 ‘꼭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4년전 지방선거 때보다 6%포인트 늘어난 수치.

‘아마 할 것 같다’가 8%, ‘아마하지 않을 것 같다’는 4%, ‘투표하지 않겠다’는 3%였다. 2014년 지방선거 일주일 전 실시된 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꼭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74%였는데, 이에 비해 6%포인트 증가한 수치였다.

이 같은 증가폭을 이끈 것은 젊은 층이었다. 2014년 ‘꼭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62%였던 20대의 경우 이번에는 67%로, 30대는 67%에서 81%로 늘었다. 40대는 72%에서 83%, 50대는 79%에서 83%로 각각 올랐고, 60대 이상은 86%에서 85%로 소폭 감소했다.

적극 투표 의향 층만 놓고 봤을 때 20대 67%, 30대 81%, 40대·50대 83%, 60대 이상 85%로 20대의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31일 성인 1002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RDD (집전화 RDD 15% 포함)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30세대가 정치 참여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청년실업과 일자리, 부동산 문제 등 이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현안을 두고 각 후보와 정당들이 이에 맞는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 ‘안 하는’것과 ‘못 하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2030세대의 지방선거 투표 참여율이 높아졌다 한들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지지를 호소하며 그 시대에 직면해 있는 사회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을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각 정당은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를 놓고 많은 공약을 제시했지만, 4년이 지난 현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올 3월 청년실업률이 11%를 넘어서는 등 2001년 3월(5.1%) 이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요즘 2030세대는 SNS, 온라인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 후보자들은 직접 민심을 얻기 위해 시민들을 직접 만나며 유세를 하고 있지만, 2030세대가 학업과 일에 몰두하고 있을 낮 시간대 주로 행해진다. 때문에 2030세대는 공보물 또는 매체나 온라인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2030세대에게 투표율이 낮다고 지적만 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울 따름.

그나마 점차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연령층보다 낮은 이유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 전문가는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2030세대의 정치 참여 적극성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사실이다”며 “이들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세대로 이들의 정치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이들에게 비난만 쏟아내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030세대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또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어줄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상황에 맞는 공약들을 준비하고 그것을 지키고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많은 2030세대들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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