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말 대출 잔액 51조원, 전년比 4.5조 ↑..비은행 중심 급증에 부실 우려 목소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숙박·음식점업 경기가 13년만에 최악인 상황에서도 대출은 급증하고 있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들 업종의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숙박·음식점업에 뛰어들고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관련 업종 창업 법인 수는 20%가량 줄어든 상황.

하지만 올 1분기 말, 1년 전과 비교해 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차주들의 신용도는 낮아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취약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빚으로 버티는 숙박·음식점업..대출 잔액 올해 1분기 51조2589억원 달해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51조2589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4644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으로 보면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지난 2014년까지는 4조원을 밑돌다가 2015년에 들어서면서 확대된 후 최근까지 4조∼5조원대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대출 증가는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산업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숙박·음식점업 경기가 내리막길 추세인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3.7(2015년=100)로, 2005년 1분기(9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2015년 생산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올해 1분기 생산은 2015년보다 하락해 업황 경기가 13년 만에 가장 나쁘다는 의미다.

이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자금과 은행 대출금을 모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숙박업이나 식당 창업에 몰렸기 때문. 이 같은 시장 포화상태가 발생하면서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가 있어 해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추운 날씨, 미세먼지 때문에 가계가 외식을 꺼린 영향까지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 자영업자들의 비용은 비싸지고 경기는 크게 살아나지 않아 대출로 연명하는 숙박·음식점업이 많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분석했다.

또한 부채의 질도 심각하다. 1분기 숙박·음식점업 대출 중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36조4661억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14조7928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예금은행 대출이 덩치 자체는 크지만 비은행(2조7443억원)이 예금은행(1조7202억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을 앞서며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은행 대출 증가액은 2016년 3분기까지 예금은행보다 적었으나 이후 역전해 최근에도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임대업(2%), 제조업(10%), 도매업(9%), 소매업(12%)보다 숙박·음식점업에서 저신용자(7∼10등급) 비중이 14%로 높아 차주의 신용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2016년 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앞둔 2015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 은행대출에서 비은행 대출,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 쪽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적용대상을 넓히고 강도가 세지는 대출 규제 정책 방향이 변화하지 않으면 통계로는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고 폐업 등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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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음식점업 최저임금 여파로 서울 창업 법인 수 22.4% ↓

한편,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숙박과 음식점업 창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월 서울연구원의 ‘서울 법인 창업 및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서울에서 창업한 법인 수는 2932개로 전년 동월에 비해 12.0% 급증했다.

법인 창업 통계는 한국기업데이터에서 취합하는 통계를 서울연구원에서 가공한 것으로, 서울의 창업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시는 매달 법인 창업과 일자리 동향, 소비경기지수를 모니터링해 서울의 경제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창업 법인 수 증가율이 높은 산업은 녹색·디자인 및 패션·바이오메디컬과 도소매업으로 각각 26.6%와 21.3%를 기록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전년 동월 대비 22.4% 감소해 창업 법인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처럼 창업 법인이 대폭 늘었으나 신규 일자리는 3.1% 증가한 1만3291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도소매업과 금융업, 비즈니스서비스업에서 고용이 활발했지만, 법인 평균 종사자 수가 많은 숙박·음식점업과 도심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숙박·음식점업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태에서 철저한 조사나 계획 없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가계빚만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또 비은행 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부실 우려 지적은 더욱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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