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회의원 99명에 불법 후원 혐의 사전구속영장 신청..향후 거취 또 ‘빨간불’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황창규 KT 회장의 향후 거취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

이에 KT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 회사 측은 황 회장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리적으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황 회장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회의원 불법 후원 혐의..황 회장 등 KT 전·현직 임원 4명 사전구속영장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여원을 국회의원 등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황 회장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황 회장과 대관부서인 CR(대외협력) 부문 전·현직 임원 등 4명은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2017년 10월까지 회사 자금으로 산 상품권을 현금화해 마련한 4억4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혐의다.

KT CR부문 임원들은 법인자금으로 주유 상품권 등을 구입한 후 이를 현금화해 2014년 5월부터 3년5개개월간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경찰 조사 결과 KT는 이 가운데 일부를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후원했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을 포함한 고위임원 등  27명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이를 피하려는 꼼수를 쓴 것.

또한 이 과정에서 KT는 임원별 입금 대상 국회의원과 금액을 정리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돈을 받은 국회의원실에서 직·간접적으로 KT의 후원 사실을 인지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KT가 국회의원 후원회에서 입금된 후원금이 KT 후원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CR부문 직원들이 입금한 임원들의 인적사항을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 알려줘 KT 후원금인 사실을 알렸다.

통보받은 의원실 측에서는 “고맙다”고 하거나 후원금 대신 자신들이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실은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법으로 19대 국회의원에게는 1억6900만원이, 20대 국회의원에게는 2억7290만원의 KT의 불법 정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19대 국회의원은 46명, 20대는 61명의 국회의원이 포함됐다.

KT가 이 같은 불법 후원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통신 관련 예산이나 입법 등에 유리하게 하도록 청탁을 넣기 위해서라고 봤다.

KT 관계자들은 해당 시기 합산규제법 무산과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황 회장 국정감사 출석 제외 등 KT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회 현안 논의를 이끌기 위해 후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KT는 상품권 깡으로 조성한 11억5000여만원 중 후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7억여원은 경조사비나 골프 비용, 식재, 택시비, 주점 팁, 유흥업소 접대비 등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회계 감사 등도 실시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CR부문 일부 임원들로부터 불법 후원금 기부와 관련,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황 회장의 용인하에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황 회장 측은 “국회에 대한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고 CR부문의 일탈로 판단한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황 회장 혐의 부인 “성실히 소명할 것”..향후 거취 촉각

경찰은 KT 측의 법인 자금을 후원회 계좌로 입금받은 국회의원실의 관계자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맙다’ 등 답을 KT에 보냈던 약 10명 의원실 관계자들을 우선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부 의원실에서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시설과 단체 등에 기부·협찬을 요구하고, 보좌진·지인 등을 KT에 취업시켜달라고 청탁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KT 측은 이날 “황 회장은 해당 건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다”면서 “경찰의 영장 신청과 관련해 사실관계와 법리적으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사전구속영장 신청으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의 향후 거취에 또 다시 눈길이 쏠린 모습.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정기 주총일까지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4년 3월 취임한 황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렸음에도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회사 내·외부에서 불거진 자진사퇴 압박 속에서도 주총을 통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후에도 그를 향한 퇴진 압박은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까지 불거지면서 황 회장이 임기 완주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 것.

황 회장 전임 수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전적이 있는 데다 KT 현직 CEO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라는 점 때문이다.

앞서 황 회장은 4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으로 소환돼 불법 정치자금 후원 혐의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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