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 통해 전기기능장 시험 문제 유출..관련자 74명 무더기 적발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국가기술자격인 전기기능장 실기 시험에서 출제위원, 관리위원, 학원장, 수험생, 인터넷 카페 운영자 등 70여명이 부정행위를 시행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정행위를 한 피의자 74명을 검거해 이중 시험장 관리위원 A씨, 전기학원 원장 B씨,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C씨 등 3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열린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 시험에서 한 시험장 관리위원이였던 A씨는 수험생에게 나눠주고 남은 시험지를 빼돌려 복사해 팩스로 B씨에게 3회에 걸쳐 전달했다.

A씨를 통해 유출된 시험지는 B씨를 거쳐 전국 7개 전기학원 원장과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C씨에게 전달됐다.

이에 C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수험생 256명을 초대했다. 이어 실시간으로 시험지를 유출하고 문제를 풀이해 그 해답을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이들 수험생 중 59명은 실기 시험에서 쓰기 위해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노트북을 이용해 C씨가 공유한 정답을 보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수험생들은 휴대전화 핫스팟이나 에그 등을 이용해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단체 대화방에 접속했으며 일부 수험생은 시험 시간에 노트북으로 C씨와 실시간 대화를 하며 답안을 작성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9시부터 시작된 전기기능장 시험은 부정행위에 가담한 수험생들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답안을 받는 데는 불과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실기 시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각각 선정된 D씨와 E씨는 학원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이 출제한 문제를 배포해 특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전기학원원장인 E씨와 F씨는 학원을 운영하는 자는 실기 시험장의 감독위원으로 선정될 수 없음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속이고 감독위원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감독위원으로 선정된 시험장에 학원생들을 원서 접수하게 한 후 시험 답안의 점수를 높게 채점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들 모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이 같은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산업인력공단의 시험 출제·검토위원 관리 소홀과 고정적이고 획일화된 시험장 감독·관리위원 선정이 이번 부정행위를 가능하게 했다”면서 “전기기능장은 취득 시 관련 분야 취업과 승진, 수당 등에 큰 혜택이 있을 만큼 비중이 큰 자격증이기에 엄격한 관리를 위한 공단의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자격정보사이트인 큐넷에 국가자격시험 부정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불공정 행위 모니터링 강화와 조직적인 부정행위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공단 홈페이지 내 ‘고객의 소리’를 통해 접수하던 자격시험부정행위 신고를 접수했으나 신속한 대응과 문제해결을 위해 큐넷 홈페이지로 이관하고 자격시험 주관부서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과 함께 처리절차를 일원화했다.

신고대상은 국가자격시험과 관련된 각종 부정 및 비리사항이며 큐넷 홈페이지 내 부정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하거나 본부 능력평가국(기술자격운영팀)으로 방문신고도 가능하다.

신고내용은 부정제보 신고서 양식에 따라 작성·제출하며 관련 증빙자료가 있을 경우 함께 첨부한다. 공단은 공익 제보자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신고인 정보는 비공개로 한다.
  
공단 관계자는 “국가자격시험에 대한 부정과 비리행위는 국가자격의 공신력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근절 캠페인을 통해 부정행위를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공정하고 공신력 있는 국가자격 시험 시행을 위해 부정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특별관리종목군으로 지정·관리하는 등 부정방지 강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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