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허씨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왕국’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GS그룹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한 사익편취 규제에 강한 목소리를 낸데 따른 것.

앞서 GS그룹은 본지에 “(내부거래를 하면서)불법이나 위법을 한 적도, 부당이익을 제공한 적도 없다”면서 “다만 (내부거래) 비중이 타 기업보다 높을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결국 공정위가 압박 수위를 높이자 자발적인 지분매각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GS그룹의 소극적 지배구조 개선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로 논란이 됐던 일부 계열사의 지분 정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GS그룹의 움직임은 타 대기업에 비해 늦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재벌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지난해 부터 삼성과 롯데, 한화, 현대차, 태광 등은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을 꾀했지만, GS그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GS그룹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정부의 눈치만 살피다 최근에서야 GS ITM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알려온 것이 사실상 전부다.

지난 25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보완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총수일가 ‘쌈짓돈 통로’ GS ITM 지분매각 추진..‘일감몰아주기’ 온상 여전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최근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를 위해 그동안 ‘오너일가 쌈짓돈’ 통로로 지적받아온 GS ITM 등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GS그룹은 GS ITM 지분매각을 위해 따로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고 GS그룹 차원에서 실무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 계열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는 ▲보헌개발 ▲삼양인터내셔날 ▲삼정건업 ▲프로케어 ▲켐텍인터내셔날 ▲GS ITM 등으로 대거 점검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GS ITM은 과도한 내부거래 구조를 통해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위한 계열사로 지목되면서 공정위는 GS ITM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총수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GS ITM은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실제로 2017년의 2100억원 매출액 가운데 전체 매출 규모의 35% 가량을 달성한 GS리테일(719억원)이 차지했다.

이어 GS칼텍스(282억원), GS홈쇼핑(281억원), GS건설(57억원), GS텔레서비스(55억원) 등과 거래하며 매출 규모는 총 71%(1413억원)를 나타냈다. 이는 엄연히 일감몰아주기 행위인 것.

이 같은 지배구조로 GS ITM은 GS리테일과 GS칼텍스, GS건설 등 그룹 핵심 계열사와 거래하면서 탄탄한 실적을 유지했다.

또한 2017년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보다 다소 줄었으나 70.6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 못지않게 오너일가의 지분율도 상당하다. GS ITM의 최대 주주는 22.74%를 보유한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허윤홍 GS건설 전무 8.35%, GS그룹 총수일가 등이 8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GS그룹 총수일가는 그룹 일감으로 실적을 낸 뒤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상당 규모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GS ITM는 실적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난 2015년부터 매년 24억원 정도를 배당하면서 이 같은 규모의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법령이 정한 기준을 크게 넘어선 규모로 일감몰아주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시스템통합 업무를 담당하는 계열사였기 때문.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의 긴급성·효율성·보안성 등 이유로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예외성을 인정하고 있다.

GS ITM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의 한화S&C,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 CJ그룹의 CJ올리브네트웍스 등 또한 그룹 내 시스템통합 업무를 담당하는 계열사로, 내부거래 규제의 예외규정을 이용해 성장했다.

이와 관련, 허창수 회장 일가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꾸준히 부를 상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GS그룹은 허씨 일가 일감몰아주기 왕국”이라며 “GS ITM은 기업이익 감소나 배당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업배당금을 줄이지 않아 총수일가의 ‘쌈짓돈’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허창수 준법경영은 어디?..비정규직 2배로 ‘껑충’ 또다른 편법승계 ‘시끌’

한편, GS그룹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1년 새 2배 이상 증가하면서 편법적 경영권 승계 지렛대로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그룹 소속 상장사들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GS그룹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다른 그룹보다 월등히 많았다.

2017년 6월말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3667명으로 전년 6월 기준(1657명)보다 121.3% (2010명) 급증했다. 또한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도 1년 새 9.68%에서 18.48%로 상승폭이 컸다.

이는 GS건설이 현장채용 계약직을 비정규직 근로자에 포함한 영향이 컸으며 GS리테일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비상자 계열사인 왓슨스코리아를 합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GS그룹이 세금없이 ‘금수저’를 물려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등 ‘꼼수승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허창수 회장은 4월 ‘2018 2분기 GS 임원모임’에서 “GS는 출범부터 지주회사체제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며 “윤리경영을 중요한 경영가치로 실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공정위의 재벌개혁 움직임 속에 수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GS그룹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이슈 역시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한 사익편취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사실상 규제대상 회사들이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아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