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콜센터 상담원과 관리자가 주고 받은 메시지 <사진=KBS1 뉴스 캡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문재인 정부의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정책 기조에 앞장서겠다던 신한카드가 그러나 이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신한카드는 임직원의 워라밸 문화 조기 정착을 위해 자율 출퇴근제 등 제도를 올 7월부터 시행했지만, 하도급업체 소속 직원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인격침해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에 비난 여론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KBS는 최근 대기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이달부터 본격 시작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기업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는 ‘남 얘기’ 라는 내용이 골자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오히려 살인적인 초과 근로와 언어폭력과 같은 대기업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 특히 업계 1위 신한카드가 그 주인공으로 거론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신한카드 콜센터 상담사들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관리자에게 “화장실 다녀오겠다” “물 떠오겠다” 등 보고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상담사들에게 “왜 자주 화장실을 가냐” “그만 좀 가라”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니냐” 등 인격 침해를 서슴지 않았다.

콜센터 상담사 A씨는 “다 큰 성인임에더 불구하고 이런 걸, 시·초·분마다 다 보고를 한다는게...(화장실을) 벌써 또 가느냐는 식으로 계속 너무 눈치를 주니 수치심을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신한카드는 상담 실적에 따라 상담사의 휴가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관리자는 콜센터 상담사에게 “오늘 목표가 200개인데 200개 달성 못 했다. 연차를 못 쓰게 해도 법적으로 문제 하나도 안 된다. 돈으로 주기 때문에”라고 했다.

한편, 신한카드는 ‘일과 삶의 양립’ 조기 정착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안은 선제적으로 개선하기로 하면서 PC 오프제와 자율 출퇴근제를 이달부터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워라밸 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는 신한카드가 정작 하청업체 직원들에게는 휴가 제한에 인격침해 등 도 넘은 갑질을 저지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현 정부 기조를 의식한 그저 ‘보여주기식’ 행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

결국 업계 1위 카드사라는 명성과 이미지에도 생채기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신한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콜센터는 도급업체이기 때문에 원청사(신한카드)는 콜센터 직원에 대한 업무지시나 감독을 할 수 없다”면서 “콜 물량도 적정 수준으로 도급업체에게 준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신한카드)에서는 도급사(콜센터) 직원들에게 휴가를 권유하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콜센터 직원들이 이직이 잦고,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 등에는 다른 직원이 업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휴가를 못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콜센터의 일상적인 관행으로 문제가 불거져 (신한카드도) 당황스러운 입장”이라며 “도급사와 협력해서 상담사들의 업무 환경 개선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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