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논쟁:반려인 1000만 시대→‘야만’이냐 ‘전통’이냐 복날만큼 뜨거운 목소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의 숫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버려지는 동물 수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대다수가 한때 누군가에게 ‘가족’의 이름으로 불린 반려견들이다. 애견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주인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반려견을 발견하면 적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 보호하며 지냈다. 다행히 카페를 오가는 고객들에게 입양을 모두 보낼 수 있었지만 병이 들어 혹은 나이가 들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버림받은 반려견의 경우 상처를 보듬어 안아줄 새로운 가족을 절실히 기다린다. 이처럼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는 사례도 많지만 유기견이나 반려견이 식용견으로 팔려가는 경우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A씨는 착찹하고 미안한 마음이 더욱 든다고. 처음에는 귀여운 외모에 혹해 분양을 받았지만, 실증이 나거나 아프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견’이 언제든 ‘식용견’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경각심과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A씨는 호소했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복날은 물론 평상시에도 개고기를 취식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복날이 되면 보양음식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유난히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어김없이 복날은 다가왔다.

그러나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개식용은 우리의 전통적 음식문화이자 개인의 취향이라는 의견과 반려동물로서 개의 사회적 인식이 변화된 시점에서 개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차는 우리사회의 오래된 갈등이다.

초복인 1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동물권 행동 카라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복날만 되면 불붙는 개식용 찬반 논란

초복을 맞은 17일 동물권단체 카라가 청와대 앞에서 개식용 금지를 촉구했다.

카라는 이날 오전 9시3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개들의 희생이 최고조에 이르는 복날,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 ‘마루’의 친구들을 살려달라”며 “개식용을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보신문화로 외견과 품성이 ‘마루’와 다르지 않은 개들이 잔인하게 사육되다 도살되고 있다”며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카라는 “정부의 방치 속에 전국 6000여곳의 개 농장에서 한 해 약 100만 마리의 개가 도살되고 있다”며 “식용견만 도축한다는 개농장 측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누군가의 반려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토종개,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의 동물들이 개농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서울 도심에서는 개고기 식용 문제를 두고 개 사육 농가와 동물권단체 회원들의 찬반집회가 열렸다.

개·고양이 도살금지 국민대행동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1만5000 곳의 개농장이 있으며 매년 약 200만 마리의 개들이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며 “개식용이라는 악습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처참하고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동물에 대한 도살을 법률에 따라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현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법에 따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개, 고양이 도살금지법을 제정해 대한민국 개농장의 개들을 고통과 고문, 그리고 지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개 사육농민들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는 같은 날 동화면세점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동물권단체들이 개 사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동물권단체의 대변자가 돼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개식용 금지에 대한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개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 달라는 전국동물활동가연대(이하 전동연)의 요구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17일 처음 청원이 올라온 이후 청원마감을 일주일 앞두고서 ‘개·고양이 식용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 청원이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십 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잔인하게 죽어가는 개와 고양이만이라도 제발 식용을 종식시켜 주시기를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개·고양이 식용금지 문제는 국민청원에 1200여건으로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는 축산법의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법안이 발의돼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개식용 업자들의 유일한 법적 명분이 제거되고 모든 개는 동물보호법상의 반려동물이 돼 도살은 불법이 되고 개농장과 보신탕은 사라지게 된다”며 “개식용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청원 내용에는 ▲축산법의 가축에서 개 제외 ▲개·고양이 식용금지법 통과 ▲동물보호복지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축산법에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식용으로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허가받은 작업장에서만 도살할 수 있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돼 있지 않아 개 도살행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처럼 모순된 법안으로 인해 그간 개의 불법 도살과 섭취를 막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식품으로서 개고기의 안전성 문제, 유통 등은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사진=뉴시스>

# 개의 법적 지위, 가축 아닌 ‘반려동물’로

반려동물인구 1000만명을 넘어선 시대가 됐지만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를 잡아먹는 일은 여전히 존재하는 실정. 국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앞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5월15일 축산법이 정의하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한다는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6월20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고양이 등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명시되지 않은 동물을 도살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 이하 카라)와 동물권을연구하는변호사단체 PNR(공동대표 서국화·박주연)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이제는 개식용 종식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표창원 의원과 이상돈 의원이 주최하고 카라와 PNR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개식용 종식의 의미를 밝히고 그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이상돈 의원은 개식용 문제는 이 시대에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개식용 문제는 더 이상 문화니 전통이니 하는 말로 넘길 수 없는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농장은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이고 기존 법률의 모순 속에서 존속해왔다”며 “가축에서 개를 제외한다면 개농장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농업 같지 않은 농업이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개농장주 중에서도 잔인한 방식으로 죽이는 행위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며 “개식용 종식을 위해서는 개농장주 혹은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간주하고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포용적인 태도로 다가가는 편이 혹시라도 있을 이들의 반감을 줄일 수 있는 접근방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대한민국의 개식용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낳고 환경부가 키운 것”이라며 “1000마리~1만마리를 키우는 대규모 개농장은 ‘음식쓰레기’와 ‘축산폐기물’이 조직적으로 공급됐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들을 폐기물 처리기로 이용했지만 이 개들을 보호해야 할 농식품부는 개식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운운하며 동물학대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실태조사 실시 ▲개식용 종식 필요성 공론화 ▲폐기물관리법, 축산법, 동물보호법 개정과 이에 따른 엄정한 법집행 ▲전업지원 등 출구전략을 포함한 ‘개식용 종식 로드맵’ 도출과 합의를 통해 개식용을 종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추후 농식품부, 환경부, 식약처 등 정부 부처가 공동의 책임 인식을 가지고 우리나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PNR의 서국화·박주연 공동대표는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었다.

서 대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개가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살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축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개는 모두 반려동물의 지위를 갖게 돼 개농장 확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표 역시 현행법이 실효적으로 제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법률 규정에 따르거나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등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에만 동물의 도살이 허용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식용견·유기견·반려견은 모두 똑같은 ‘개’

한편, 국민 절반이상이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고기 식용에 대해 여전히 우호적인 여론이 우세한 모습이다.

6월25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대한다’는 응답이 51.5%로 ‘찬성한다’는 응답(39.7%)보다 11.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2008년 개고기 식용 합법화에 대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53.2%, 반대 의견이 27.9%로 나타난 바 있어 개고기 식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호적 여론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식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소폭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찬성 36.9% vs 반대 56.7%) ▲40대(38.9% vs 54.7%) ▲50대(35.0% vs 52.9%)에서 반대가 절반 이상이었고 ▲30대(43.9% vs 48.6%) ▲60대 이상(43.2% vs 46.3%)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성별로는 남성(찬성 36.5% vs 반대 55.6%)은 반대 여론이 우세했고 여성(42.9% vs 47.5%)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6월2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126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 4.9%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개고기를 섭취하는 식문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4가구 중 1가구가 개·고양이를 반려가족으로 인식하고 함께 살고 있다. 개·고양이는 반려인구가 가장 많이 기르고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물인 만큼 식용을 위한 살해, 절도, 학대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상황.

일부 국민들은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건가”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나 가족이지” “오래전부터 이미 개를 먹어왔고 또 개를 먹는 건 개개인의 자유인데 왜 남의 먹거리까지 관여하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용견이나 유기견, 반려견 모두 다 똑같은 ‘개’다. 생김새와 피부색이 달라도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다 똑같은 인간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전통적인 음식이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식용견과 반려견의 기준을 두는 것 자체가 ‘동물 차별’이나 다름 없다는 것.

특히 도살하는 과정에서 개의 사나운 생존본능 때문에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고 있는 것, 현행법상 가축 동물이 아닌 고기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 유기동물 및 길 잃은 개들이 옳지 못한 루트로 거래돼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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