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독불장군’식 행보에 회사 안팎에서 잡음이 쏟아지고 있다.

전임 박인규 회장의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DGB금융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지난 5월 새로 취임한 김 회장은 조직 안정화와 그룹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단행한 강도 높은 인적쇄신으로 해임 임원들 사이에서 ‘불법 해임’ ‘자진사퇴 종용’ 등 주장이 제기됐고, 영업전략 현안을 논의하는 그룹 내 최대 행사에는 불참한 채 황병욱 DGB대구은행 부행장보의 입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질타만 쏟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형국.

김 회장은 ‘소통형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지만, 취임 초부터 ‘불통’에 가까운 행보로 오히려 임·직원들에게 ‘불신’을 사고 있는 모습은 신뢰회복과 조직화합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그의 혁신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실정이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DGB금융 인적쇄신 ‘물갈이’..해임 임원들 “명백한 불법” 주장

1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대구은행 퇴임 임원 11명 중 9명은 자신들의 퇴진과 관련해 ‘불법행위’ 및 ‘완전 무효’를 주장하며 지난 18일 김 회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앞서 이달 4일 DGB금융은 그룹임원인사위원회를 열고 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기존 임원 17명 중 11명을 퇴임시키고, 8명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같은 대대적인 ‘물갈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근본적인 인적쇄신을 바탕으로 실추된 그룹 명예를 회복하고 지역경제 부흥에 이바지하겠다”며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 지배구조·핵심역량·질적성과의 최고를 추구하는 ‘트리플 베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임 임원 대부분은 “자진사퇴 의사가 없는 이번 해임은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

이들은 김 회장이 조직의 안정화에 우선할 것이라는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취임 후 내부소통은 멀리하는 한편, 당사자 의견을 무시한 채 강압에 의해 청구한 자진사퇴서를 이유로 부당해고를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제출한 공개질의서에서 해임 당한 11명 임원은 상법상 이사의 지위에 있지 않고 은행의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 대표이사의 지휘를 받아 전결권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며 각자 보장된 임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 임기 2년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임사유와 기준도 모른 채 강요와 강압에 의해 부당하게 작성된 자진사퇴서에 의해 돌연 해임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피해 임원들은 단 한 명도 자진사퇴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이에 따른 해임이 완전 무효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DGB금융그룹이 단행한 해임은 근로기준법, 은행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상법 등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퇴임 임원들은 임원전원의 퇴임을 요구한 관리기관의 담당자를 밝히고 해임인원 각자의 해임사유와 불법해임에 대한 의견 등을 오는 20일까지 회신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 해임 임원은 김 회장이 공개질의에 명확한 회신이 없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DGB금융지주 홈페이지 갈무리

◆김태오 DGB금융 회장, 소통 강조하더니 임직원 질타만

해임 임원들 사이에서 김 회장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은행 내부에서도 김 회장의 행보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달 13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18 하반기 전국 부·점장 회의’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박명흠 대구은행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임원과 부·점장 3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변화에 도전하는 새로운(New) DGB’란 경영목표 아래 ‘부점장의, 부점장에 의한, 부점장을 위한 전략회의’로 진행됐으며, 대구·경북의 동반성장 및 상생을 통한 새로운 출발과 도약 도모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회의는 상반기 추진실적 리뷰, 하반기 영업전략 발표 등 현안을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로 그룹 내 최대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수장들은 현안을 듣고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특히 5월 말 취임한 김 회장은 소통을 강조해 온 만큼 이날 회의에 참석해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들을 격려하는 ‘소통경영’의 첫 행보가 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날 경주시장을 만난 뒤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황 부행장보가 김 회장이 임원들과 부·점장들에게 당부할 인사말을 대독했다.

여기에는 3년 전 전략부재에 따른 경남은행 인수 포기, 학연·지연에 얽힌 인사, 채용비리와 비자금 등 대구은행의 고질적 병폐와 관련된 임·직원들을 향한 강도 높은 지적과 경고가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언행에 회의에 참석한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는 전언.

소통과 화합을 강조할 땐 언제고, 대리 발언을 통해 임·직원들에 대한 질타만 쏟아내면서 오히려 이들의 사기 저하만 시키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DGB금융지주 경영방침

◆그룹 안팎 잡음으로 향후 경영도 타격 불가피?

한편, DGB금융은 박 전 회장의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과 대구은행 직원 성추행 파문 등 악재가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지면서 지역사회 신뢰도는 물론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임한 김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DGB금융이 창사 이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은 어지러운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것.

아울러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이 분리된 첫 해인 만큼 체제안정에도 힘써야한다.

하지만 김 회장이 단호한 인적쇄신 의지를 드러내면서 일각에서는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김 회장이 투명한 인사관리와 겸손한 자세로 직원을 존중해 덕망과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평가됐으나 내부 직원들과 마찰에 대한 파장이 상당한 만큼 회복하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향후 경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취임 두 달여 만에 그룹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잡음을 어떤 방식으로 잘 봉합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DGB금융그룹 측의 입장 등을 들어보기 위해 홍보실에 문의를 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 이라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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