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부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완화 실행의 첫 행보를 내딛었다.

이는 최근 악화된 경제 지표와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격화되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성장의 돌파구를 규제완화를 통해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19일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혁신기술을 의료현장에서 사람을 살리고 치유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1형당뇨(인슐린 의존형 당뇨,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의 보호자인 김미영씨의 불합리한 의료기기 규제 사례를 제시하면서 “의료기기의 규제에 대해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안겨줬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아들의 혈당 검사를 위해 매번 바늘로 찔러 채혈해야 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껴 해외에서 채혈 없이 쓸 수 있는 혈당 측정기를 구입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김씨는 해외 당뇨병 사이트를 뒤져 24시간 연속 혈당측정기를 찾아냈고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김씨는 이 기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인슐린을 주입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김씨는 비슷한 고통을 겪는 다른 소아당뇨 가족들의 요청으로 기기와 앱을 제공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 없이 구매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검찰에 고발됐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의료기기는 개발보다 허가와 기술평가 받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혁신적인 제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제 때 신속하게 출시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성이 확보되는 의료기기의 경우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의 벽을 대폭 낮춰야 한다”며 “시장진입을 위한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잘 만들어진 의료기기 하나가 고치기 어려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낼 수 있는 한편, 더 쉽고 빠르게 질병을 찾아내 중증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규제혁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첨단의료기기 신속한 시장 출시 ▲안정성 확보된 체외진단 기기 절차 간소화·선진입-후평가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인허가 과정 통합서비스·규제절차 전 과정 통합 상담 실시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람 몸에 사용하지 않고 의사 진료 편의를 위한 기기는 식약처의 허가만 받으면 될 수 있도록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렵고 힘든 인허가 과정을 쉽게 만들겠다”며 “의료기기 허가, 신기술 평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식약처, 보건의료연구원, 심평원에서 따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동시에 진행하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개발부터 시장 출시와 보험 등재까지 규제절차의 전 과정에 대한 통합 상담을 하고 규제 진행과정을 전면 개방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꾸겠다”며 “개발자가 직접 평가과정에 참여해 설명할 기회도 갖게 될 것이며, 평가정보를 전면 공개해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활용되는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 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요한 분야”라며 “생명이 소중한 만큼 새로운 의료기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보건산업 관계자) 여러분의 열정에 정부는 날개를 달아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이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의료기기 산업에서 규제혁신을 이뤄내면 다른 분야의 규제혁신도 활기를 띨 것”이라며 “우리 의료기기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뚝 서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번 현장방문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주재하려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기한 뒤 잡은 규제완화 관련 첫 일정으로 청와대는 규제혁신을 통한 혁신성장 실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