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쓰레기 대란:실종된 시민의식 민낯→전세계 환경보호 움직임 동참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피서를 떠난 A씨는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계곡 곳곳에는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들이 널려있었고 남은 음식물은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다. 심지어 한 편에 배치된 분리수거함 안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과 각종 생활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은 채 지저분하게 뒤섞여 악취가 끊이질 않았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들은 피서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골칫덩어리이다. 피서객이 몰리면서 쓰레기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치우는 속도가 더딘 것이 문제인 것. A씨가 예약한 펜션 사장님은 “수거를 하고는 있지만, 요즘 같은 행락철이 되면 매일 쓰레기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매년 여름철마다 되풀이 되는 ‘쓰레기 몸살’,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이 가져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2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해수욕장과 계곡 등 주요 휴가지가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내다 버린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워도 끝이 없는 쓰레기와 함께 비양심적인 피서객들의 시민의식도 함께 버려지면서 환경미화원들과 담당 공무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실정.

특히 취약지역 쓰레기 처리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으나 버려지는 양이 많고 지역이 광범위해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내 쓰레기는 되가져가서 집에서 처리하는 등 성숙된 시민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 본격 휴가철과 함께 또 시작된 ‘쓰레기 전쟁’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수욕장, 계곡 등으로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지역민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반면, 피서객들이 놓고 간 쓰레기들로 ‘쓰레기 대란’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화 활동을 일상적인 생활로 정착시키기 위해 최근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연안정화의 날’로 지정하고 정화활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월 연안정화의 날에는 전국 지방해양수산청과 지자체 등이 주관하고 지역단체, 주미나, 어업인 등이 참여하는 해양쓰레기 정화활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해안정화활동과 함께 올해 4월 개최된 ‘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해수욕장 쓰레기 발생저감 방안’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SNS를 통한 사진 인증 이벤트도 준비했다. 해양환경공단 페이스북에 ‘해양쓰레기 치우기 인증사진 이벤트’를 개최하고 추첨을 통해 매월 50명에게 음료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이번 시험사업 결과를 토대로 해수욕장 쓰레기 저감 방안을 개선·보안해 전국 해수욕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강용석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올 여름은 불볕더위가 일찍 시작돼 많은 분들이 시원한 바다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안정화의 날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화활동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소중한 실천이 모여 우리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저마다 휴가철 피서지 쓰레기 특별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이용객들이 청결하고 쾌적한 환경에서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계도 활동과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CCTV까지 설치하는 등 쓰레기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서지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관할 지자체의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 시 생활 쓰레기 불법투기로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피서지에서 종량제 봉투 미사용 무단투기는 20만원, 불법매립은 50만원, 불법소각은 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 도심 속 한강공원도 여름만 되면 더위를 피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인다. 이에 서울시는 11개 한강공원을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강공원 질서 확립대책을 마련했다.

재활용품과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투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의도 한강에 음식물 수거함과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각각 3배씩 늘렸다.

특히 여름 성수기인 6월부터 각종 기초질서 위반행위 단속 강화를 위해 230여명의 단속반을 투입, 5개월간 쓰레기 무단투기, 음주 소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본격적으로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환경정화 활동 움직임에도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들의 행동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고기를 굽고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석쇠는 물론, 수박껍질 등 음식물 찌꺼기, 술병 등으로 인해 악취까지 더해져 지역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운동과 환경보호를 동시에..‘플로깅 열풍’

여름 피서와 함께 본격적인 쓰레기 대란이 시작되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플로깅(plogging)’도 주목받고 있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플로깅은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달리기(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말한다.

방법도 간단하다 주머니에 봉지를 넣고 조깅을 하다가 길가에 쓰레기를 발견하면 줍는다. 스쿼트, 스트레칭 등 운동 효과로 몸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는 ‘1석 2조’ 효과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로 밀려온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beachcombing)’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치코밍은 ‘바다(beach)’를 ‘빗질(combing)’한다는 뜻으로, 바다 위를 떠돌다가 해변으로 쓸려온 물건들을 줍는 것.

장소만 바뀌었을 뿐, 쓰레기를 줍는다는 점은 플로깅과 같다.

플로깅을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SNS의 역할이 주효했다. 플로거(plogger·플로깅 하는 사람)들은 운동 후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를 통해 ‘#plogging’ ‘#1run1waste’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물을 올린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도 없고, 나이 제한도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간단한 조깅을 통해 몸을 단련하고 환경까지 지킬 수 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우리 국민들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광주 플로깅 동호회’, 6월 창단한 울산 ‘플로깅운동연합공동체’가 현재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플로깅 활동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과 몸 관리에 관심이 높은 현대인들이 비싼 운동기구 대신 쓰레기를 새로운 운동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쓰레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문제는 비단 휴가철 반짝 발생하는 것이 아닌 전 사회와 전 세계가 함께 공통으로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갖게 한다.

<사진=뉴시스>

# 성숙한 시민의식 되찾기 위한 노력

현재 세계는 플라스틱 등 퇴출 운동을 전개하면서 환경보호에 너도나도 앞장서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망친 환경을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쓰레기 처리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20일 전세계 30개 브랜드 6500개가 넘는 호텔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커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연간 10억개 이상의 플라스틱 빨대와 2억5000개 이상의 스틱에 달하는 양으로, 오는 2019년 7월까지 전 세계 매니지먼트 및 프랜차이즈 호텔에서 모든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한다.

기존 플라스틱 빨대의 재고물량을 모두 폐기 처리하고 고객 서비스 지속 강화를 위해 직원 대상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대체 빨대는 고객 요청 시에 제공한다.

아르네 소렌슨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CEO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을 선언한 최초의 대기업이 돼 자랑스럽다”며 “고객이 호텔에 투숙하는 동안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에 쉽게 동참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내다 버린 재활용 쓰레기들은 결국 우리에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역시 전세계 환경보호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 대란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쓰레기를 자원화해 국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원 빈국이면서 에너지 최대소비국으로서 쓰레기 대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모든 영역의 주체들이 쓰레기의 재활용과 자원화에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환경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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