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격 인하 요구 거절→제3업체에 기술자료 전달..법인·관련 직원 5명 적발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납품가격을 줄이기 위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적발됐다.

특히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약화시켜 성장을 저해하는 대기업의 대표적인 ‘갑질’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 공정위의 ‘기술유용 근절대책’ 발표 이후 첫 적발 사례다.

<두산인프라코어 홈페이지 캡쳐>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건설기계 시장의 대표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부품의 납품 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자신의 납품단가 인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하도급업체 등의 기술자료를 새로운 공급처가 될 업체에게 전달해 그 업체가 해당 부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0년부터 굴착기에 부착되는 에어 컴프레셔를 장착해 왔다. 에어 컴프레셔는 압축공기를 분출해 굴삭기나 작업자의 옷에 묻어 있는 흙, 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로서 굴삭기에 장착된 상태로 사용된다.

그간 에어 컴프레셔는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모두 납품받았다. 이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에어 컴프레셔는 그 수량이 연간 3천대 정도였고 1대당 가격은 평균 50만원대였다.

이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2015년말 에어 컴프레셔의 납품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이노코프레이션의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제3의 업체에게 2016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용한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은 에어 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도면으로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 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제작도면 31장 중 11장은 이노코퍼레이션과의 거래 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였고 나머지 20장은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업체의 기술력이 부족하자 이노코퍼레이션에게 추가로 제출받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으로부터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각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해 2016년 7월부터 납품을 시작하자 이노코퍼레이션은 2017년 8월 이후 에어 컴프레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10% 가량 낮아졌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그만큼의 이득을 취하게 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아울러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업체의 냉각수 저장탱크 기술자료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7월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냉각수 저장탱크의 납품가격을 인상해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한 뒤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5개 사업자 간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도면 전달 행위는 궁극적으로 납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번 사례는 김상조 위원장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처벌 사례로 2017년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우리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관행으로 반드시 근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유용은 협력사에게 관련 기술자료 일체를 요구하고 타사에 정보를 제공해 동일한 부품을 제조하도록 해 단가를 인하시키거나 계약 전에 기술자료를 빼내 유사제품을 만드는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보복행위를 3배소 적용 대상에 추가한 하도급법 규정이 17일 시행된 만큼 공정위는 금년 하도급 서면실태조사에서 보복행위 부문을 면밀히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혐의로 지난달 공정위의 첫 제재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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