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자연재해 아닌 인재” 급부상한 책임론..한국 이미지 ‘손상’ 불가피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참사와 관련 시공사인 SK건설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라오스 정부는 이번 댐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부실시공에 따른 ‘인재’(人災)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 동안의 SK건설 주장과는 상반된 것으로, 회사 측은 사고가 나기 열흘 간 해당 지역에 1000mm가 넘는 비가 내려 물이 차 범람하면서 발생한 자연재해라고 주장해왔다.

더욱이 이번 라오스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재’(天災)주장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SK건설의 행보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

일각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를 내세우며 SK건설에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태나 다름 없다는 시선.

특히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SK건설과 라오스 정부 간 책임 공방은 더욱 확대되고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SK건설 책임으로 판명날 경우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치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 손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댐 붕괴사고 원인 ‘인재’ vs ‘천재’..부실시공 의혹으로 국제 망신 우려

7일 SK건설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라오스 현지 언론 비엔티안 타임스는 라오스 정부가 이번 댐 사고의 원인을 자연재해가 아닌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라오스 아타푸지역의 세피안-세남노이 대형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현지 언론이 이달 5일 발표한 댐 사고 사망자는 33명, 실종자는 98명이며 대피한 주민은 2만5000여명이다.

이번 댐 사고와 관련,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경제부총리는 최근 열린 사고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홍수는 댐에 생긴 균열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참사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보상은 일반적인 자연재해 때보다 많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주무부처의 고위 관리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SK건설은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아타프주에 평소의 3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진 만큼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댐 붕괴 원인을 둘러싸고 라오스 정부와 SK건설 사이에 ‘인재’와 ‘천재’ 공방전이 진행 중이다.

통상 댐 건설은 그 지역의 강수량 기록을 파악한 후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지어진다. 이번 라오스 댐 공사는 발주처와 건설 재료부터 방법까지 합의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곳곳에서는 이번 사고 원인으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시공 기간을 단축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 나왔다. 지난해 3월말 세남노이 본댐 공사를 마친 SK건설은 당초 계획보다 4개월 앞당겨 물을 채우는 임파운딩(Impounding)을 실시했다.

특히 SK건설은 난공사 구간인 11.5km에 달하는 수로터널을 포함한 15.7km 길이의 용수로 공사를 671일만에 마쳤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대규모 댐 건설의 경우 시공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공기 단축은 준공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건설업계의 오래된 상식이다.

이와 함께 SK건설이 운영 수익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앞당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SK건설은 댐 건설과 관련해 준공 후 27년 간 운영하면서 연간 전력 판매액 1300억원에 따른 배당수익을 추가로 가져가는 구조로 계약했다. 즉, 준공일정을 앞당겨 발전소를 일찍 가동할수록 SK건설은 투자금을 빨리 회수해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SK건설은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의 부실시공으로 여전히 입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대표적인 건설사 중 하나다. 그간 SK건설은 준공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건설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기 완공된 것에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국토 대부분이 열대우림 지역으로, SK건설이 댐 건설을 하면서 홍수 대비에 대한 철저한 사전 인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댐은 안전을 위해 담수 능력 이상의 물이 유입될 경우를 예상해 미리 방류하는 것이 원칙이다. 엄청난 물이 유입됐더라도 댐의 범람에 대비해 수량을 실시간으로 관리, 미리 방류했으면 댐이 무너질 일은 없다.

하지만 SK건설은 보조댐이 유실된 것을 확인한 뒤 본댐(세남노이) 비상방류관을 통해 방류를 실시해 보조댐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댐이 무너지고 나서야 방류 조치를 했다는 점은 현장 관리가 허술하고 본사의 위기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의 이미지 실추와 국제적인 망신까지 면치 못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형국. 결국 SK건설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이유이자 해명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 3일 SK건설은 라오스 댐 사고로 침수 피해를 입은 아타프주(州) 지역 8㎞ 도로와 보수가 필요한 목교에 대한 복구를 마쳤다. <사진제공=SK건설>

◆부실시공 ‘낙인’ 찍힌 SK건설 ‘책임론’ 부각..사고 현장 수습에 총력 기울여

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로 인해 국가 신인도 하락과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감소도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해외건설 수주 유형이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시공 기술이 뛰어난 업체에 공사를 주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SK건설은 기술 점수를 낮게 받거나 수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제는 SK건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점.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설계는 선진국에 다소 뒤지지만 시공 부분에서 자신했던 만큼 이번 사고가 다른 건설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이에 SK그룹은 라오스 댐 사고로 침수 피해를 입은 아타프주 지역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SK건설은 건설 전문인력이 포함된 임직원 구호지원단을 현장에 투입해 8km 도로에 대한 복구 작업을 마쳤다.

이번 도로 복구 작업은 구호물품을 전달할 트럭과 마을 복구 작업을 위한 장비들이 안전하게 침수 피해마을까지 진입하기 위해선 도로 복구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구 작업은 도로의 물기를 제거하고 장비를 이용해 다짐 작업을 해 도로를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목재가 파손되거나 비틀린 목교 보수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이밖에 SK건설 구호지원단은 사남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의약품·식료품·의류 등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전기·조명시설·정화조 설치, 방역·의료 활동 지원 등을 계속 펼치고 있다. 또한 수해마을 가옥 안전진단과 전기 등 각종 생활 설비의 점검 및 보수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SK건설은 사고 발생 직후 서울 본사와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 사고 현장에 각각 비상대책사무소를 설치해 사태를 수습 중이다.

안재현 SK건설 사장 등 경영진이 참여하는 구호지원단도 현지에 파견돼 라오스 정부 및 주정부의 구조·구호활동에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SK건설 구호지원단은 7월29일부터 라오스 아타프 주정부 요청을 받아 사남사이 지역에서 이재민 임시숙소 공사에 착수했다.

해당 공사는 주정부가 제공한 1만㎡ 부지에 150여가구의 대규모 숙소를 짓는 것으로, 완공되면 그동안 학교 3곳에 나눠 생활해 온 이재민들은 욕실 등 기초 편의시설을 갖춘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5일 조기행 SK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라오스 수력발전댐 붕괴사고에 대해 현지 주민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명했다. <사진=뉴시스>

◆조기행, “댐 붕괴사고 수습에 SK건설 모든 역량 투입”..악재 딛고 순항하나

한편, 조기행 SK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라오스 수력발전댐 붕괴사고에 대해 현지 주민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명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공식 발표문을 통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일부 구간이 단기간의 집중호우로 범람·유실되면서 댐 하류 마을이 침수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며 “사고로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과 유가족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지역이 산재돼 있고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관계로 피해 상황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사고 발생 후 본사와 라오스 현장은 비상대책반을 설치해 사태 수습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고 라오스 정부 및 아타프 주정부와 공동으로 인명구조, 피해구제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 부회장은 “SK건설은 시공사로서 사태 수습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 최단 시간 내 복구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으나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SK건설은 사태 수습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한 SK건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된 실정.

이번 ‘시공부실’ 의혹으로 인한 파장이 상당한 만큼 회복하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경영과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건설이 당면한 악재를 딛고 순항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SK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댐 사고와 관련한 라오스 정부의 ‘인재’ 규정은)현지 매체를 통해 잘못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라오스 정부는 사고의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한국, 태국 등을 초청해 함께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SK건설은 ‘천재지변’이 (댐 사고의)원인이라고 계속 주장한 것은 아니다. (부실시공 등)항간의 소문도 추측에 불과하다”며 “우선 구호활동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이나 보상금 문제 역시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진 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원인 규명에는)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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