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가중시킨 개편안, 4가지 개편 시나리오 1·2위 제친 ‘3안’ 결정
수능 상대평가 큰 틀 유지..제2외국어/한문영역 절대평가 변경 제안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오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을 소폭 확대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가교육회의가 명확한 비율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을 확대하라고 정부에 권고하면서 대입개편의 공이 다시 교육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공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과 동시에 1년 이상 논의한 대입개편의 결과가 결국 ‘현행 유지’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 “정시비율 기준 일률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워”

국가교육회의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은 대입제도 개편의 공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가 그간 4개월여 간의 논의 끝에 내놓은 결론으로, 교육부가 이미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확정안인 셈.

최근 대입개편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의 핵심은 수능 위주 전형을 중심으로 하는 정시전형 확대 여부였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수능 위주 전형은 현행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라며 “비율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학들이 정시비중을 30%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교육회의는 확대할 정시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처럼 뚜렷한 정시비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려면 각 대학 상황을 담은 자료가 필요했는데 충분하지 않았고, 정시비율을 제시하더라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세부적인 전형 비율은 교육부가 결정하라는 뜻이다. 2019학년도 대입 기준 수능전형은 20.7%, 이를 포함한 정시전형은 23.8%다.

앞서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론조사에서는 4가지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1안(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수능 상대평가)과 2안(전형 간 비율 대학자율 결정·수능 절대평가)이 각각 평점 1, 2위를 기록했다.

공론화위는 1안과 2안의 지지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지만, 수능 위주 전형의 적정 비율에 대한 부가질문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현행보다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현행(약 20.7%)보다 높은 39.6%로 나타났다.

입시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바꿀 필요가 있으며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리되 1안처럼 45%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한 것이라는 게 공론화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비율을 명시하지 않고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권고함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이번 대입개편의 결과가 ‘정시모집이 소폭 확대된 현행 입시제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시는 원칙적으로 각 대학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교육회의가 비율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위주 전형을 대폭 확대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조사 결과를 무력화시키고 지지도 꼴찌를 기록한 3안(사실상 현행 유지 주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수능 위주 전형을 소폭 늘리는 것은 교육부가 수도권 주요대학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재정지원 사업만으로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참여단의 공론조사까지 벌인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새 대입제도 개편 도출, 1년 간 20억원 예산 투입에도 ‘제자리’

이와 관련,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정하지 않되 현행보다 확대한다 ▲수능 평가방식은 일부 과목 상대평가 유지 원칙을 적용하되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절대평가로 바꾼다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는 현행처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서울 소재 15개 주요대학은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를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 전형으로 전체 선발 인원의 25.1%를 뽑지만 2020학년도에는 2.4%포인트 늘어난 27.5%를 뽑기로 했다.

이는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올해 3월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정시전형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교육부가 이미 정시 확대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능 평가방식은 상대평가의 큰 틀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절대평가로 바꾸기를 제안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절대평가화는 이미 지난해 수능 개편 때에도 예견돼 있었다.

아울러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도 현행대로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두던 서울 소재 일부 대학은 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고안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개편은커녕 사실상 현행 대입제도와 다를 바 없는 안을 내놨기 때문.

새 대입제도 개편 도출은 지난 2017년 8월 이후 1년 간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국가교육회의는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회적 갈등만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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