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향후 3년 간 180조원을 투자해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삼성의 ‘통 큰’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이 부회장이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 구축과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사회적 책임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삼성의 이번 결단이 지난 2015년부터 불거졌던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들에 대해 결국 면죄부를 받으려는 밑그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일부 시민단체는 “범죄자 범죄기업의 코미디”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앞서 8일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의 직접 고용을 비롯해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담긴 ‘삼성의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한 이후 실행된 삼성의 발표로 이 부회장의 향후 공식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특히 이달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지 이틀 만에 삼성의 투자·고용 계획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이 이번에 발표한 투자·고용 계획의 주요 골자는 향후 3년 간 총 180조원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총 130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 유발 30만명 등 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번 투자의 대부분을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에 집중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한다.

이번 4대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금액이 당초 예상됐던 100조 초반대의 금액을 초과한 것 이외에 8년 만에 삼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며 국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노력에 대한 삼성의 부응은 4만명의 직접 고용계획에서 그칠 뿐만 아니라 향후 5년 간 청년 취업준비생 1만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 기회와 연결한다.

아울러 삼성은 향후 5년 간 500개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해 청년 창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11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발표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있어 기업의 모범적인 ‘통 큰 투자’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의 제대로 된 실천 여부다. 더욱이 각종 불법비리에 연루된 이 부회장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에 연루돼 2017년 2월 구속된 이후 같은해 8월25일 1심에서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가 인정돼 5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올해 2월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이 부회장에 대한 범죄 혐의는 유효하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정부 건의 등을 놓고 사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이 부회장이 김 부총리와 만나 바이오 관련 규제완화 및 평택공장 전력 확보 방안 등을 요구한 것을 두고 약사단체 등에서는 “범죄자 이재용의 코미디”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윤영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동대표는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재용은 재판중인 범죄자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를 해서 고발당했다는 점에서 범죄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범죄자·범죄기업이 떳떳하게 국민에게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다. 자중 자애해야 할 기업이 오히려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삼성의 이번 발표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동뿐만 아니라 ‘재계 서열 1위’의 역할론에 대한 환영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이면에는 지극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만남 이후 삼성그룹이 투자·채용 계획을 선심 쓰듯 내놓는 모습이 마치 정부가 재벌기업에 기댄 혁신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콜옵션 공시 누락과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검찰에 고발된 상황에서 그 관계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장이 경제부총리에게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바이오산업의 규제 완화와 약가 인상 등을 당당하게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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