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최근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동참하며 훈훈한 감동을 준 가운데 정작 내부 직원은 ‘열사병’으로 쓰러진 사건이 발생하며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쓰러진 알바생을 두고 롯데월드 측은 119 구급대를 불러주기는커녕 주변 직원들 입단속을 시키기 바빴던 것으로 전해지며 자칫하면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대처에 누리꾼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특히 이 같은 소식에 정의당은 “그동안 롯데월드의 법 위반과 인사노무 관리 방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으로 번진 롯데월드의 ‘노동 사각지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서운 가운데 화살은 그룹을 지나 박 대표로 향하는 분위기.

박 대표가 대외적인 이미지 구축보다 회사 내 후진적인 노동인권 의식을 하루빨리 바로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MBC 뉴스 캡쳐>

◆롯데월드 인형탈 알바생, 폭염에 쓰러져 가쁜 숨만..정부 가이드라인 미준수?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최근 인형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노동자 A씨가 폭염에 쓰러졌지만 119구급대를 부르지 않고 회사 측이 직원들 입단속을 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주변에서 119에 연락하려고 하자 현장 감독이 “누워 있으면 괜찮다”고 하면서 주변에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동료들은 증언했다.

이 가운데 A씨는 직원들의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맨바닥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련 증상까지 보였다. 의식이 흐려지자 회사 측은 A씨의 상태가 더 나빠진 1시간 뒤에 119에 신고했다.

당시 인형탈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털옷을 입고 털장갑과 털신발까지 착용했다. 비록 롯데월드측은 실내 온도를 26도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리 천장 아래 공연자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다르다.

또한 롯데월드 인형탈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회사 측이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공연 직원은 “밥 먹을 시간도 거의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밖에 없다”며 “준비 시간을 다 포함을 안 한 시간 같다”고 말했다. 이는 폭염 시 1시간 근무 중 15분 정도 휴식을 권장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어긴 셈.

이에 대해 정의당은 폭염 사각지대에 공연 알바노동자를 방치한 롯데월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월드 공연 알바노동자가 퍼레이드 도중 온열질환(열사병)으로 이틀에 걸쳐 두 차례 쓰러지는 응급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회사 측 관리자의 적극적인 사후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롯데월드는 실제 출퇴근 시간과 자필 출퇴근 기록이 다르고 임금꺾기로 임금체불 발생, 휴게시간, 연차휴가·생리휴가 등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지난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임금꺾기, 쪼개기 계약, 꾸미기 노동 강요 등 심각한 근로기준법 위반과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의당은 “롯데월드는 쇼운영팀 여성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욕설 등 폭언, 성희롱에도 나 몰라라”했다며 롯데그룹의 알바노동자에 대한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롯데월드 측은 의무실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처음 쓰러졌을 때 다른 업무를 권했지만 직원 본인이 희망해 공연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허위사실을 발설할 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월드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도(MBC 뉴스데스크)와 달리 회사는 119에 연락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며 “(쓰러진 알바는) 급히 의무실로 이동해 검진을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해서 X-ray 등을 진행했으나 이상이 없어 수액을 맞고 퇴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해당 직원에게 의사를 물었고 직원이 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했다”며 “업무를 하고 싶지 않은 신호를 보였거나 거부했으면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방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회사 역시 인형탈 업무가 힘든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스조끼를 지급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 작업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매직캐슬 앞에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워라밸 일일이 챙기는 롯데자산개발 ‘이광영’ vs 직원 단속 힘든 롯데월드 ‘박동기’

일각에서는 ‘임직원의 행복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야말로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롯데월드가 사실상 복지 향상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 사태와 관련, 박 대표의 책임 및 적극적인 직원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 나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롯데월드는 “알바생이 일하다 더위에 쓰러졌다. 대표와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 “그리고 대표가 일일이 나서서 직원들의 근무 생활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는 것 아니겠냐”며 지나친 확대 해석에 불구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장 롯데그룹 내 타 계열사 대표의 사정은 다르다. 직원의 워라밸 문화에 직접 발벗고 나선 롯데자산개발 이광영 대표이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대표는 임직원들의 균형 있는 삶을 위해 임원들과 직접 나서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에 따르면, 해당 캠페인은 직원들의 워라밸을 임원이 직접 챙기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 역시 오후 6시가 되면 타 임원들과 함께 어깨띠를 두르고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정시퇴근을 권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자산개발은 7월부터 출근 시간 기준 30분 전, 퇴근 시간 기준 30분 후에는 PC를 사용할 수 없는 PC-OFF제를 도입해 퇴근 시간 기준 30분 전에는 PC 종료 시간을 알려주는 팝업창이 떠서 직원들이 정시퇴근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등 직원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일일이’ 직원 복지에 신경 쓸 수 없다(?)는 박 대표와는 사뭇 상반된 행보다.

지난달 박 대표는 개원 29주년을 기념해 롯데월드 매직캐슬 앞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바 있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참여한 사람이 다음 도전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를 통해 박 대표는 ‘모범리더’로 외부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일에 앞장 섰던’ 박 대표의 좋은 의도는 무색해졌다. 내부 직원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외면한 채 외부 이미지에만 신경 쓴 탓이다.

특히 롯데월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관광객들에게도 ‘행복한 공간’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이미지 실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국감을 앞두고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 곳곳에서 정부 눈치보기가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으로 흘러간 롯데월드의 노동인권 문제가 과연 그룹 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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