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인사적체 해소 위해 대기업 압박해 일자리 요구한 혐의
정재찬 전 위원장 등 총 12명..기업서 7년간 급여 76억 수령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직원들의 재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전·현직 공정거래위원회 고위직 간부 12명이 대기업을 상대로 불법 재취업을 주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16일 업무방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정 전 위원장을 비롯해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지철호 현 부위원장 등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위원장은 16명, 노 전 위원장은 2명, 김 전 위원장은 4명을 대기업에 불법 재취업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위원장 등은 공정위 재직 시절인 2014~2017년 내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대기업을 압박해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의 일자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정년이 임박했지만 퇴직 후 독자 취업이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는 ‘고참·고령자’에 대한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 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이들의 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채용 기업과 대상자, 시기, 급여, 처우, 후임자 등까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자들은  실질적 역할 없이 임원 대우를 받으면서 억대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수령했다.

공정위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급여는 모두 76억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한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들이 정년 이후에도 기업에서 퇴직을 거부하면서 공정위 내부 인사적체가 반복되자 정년을 넘긴 사람은 더 이상 연장 계약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기획·하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거의 모든 20대 기업에 퇴직자 채용을 강요했으며, 현재까지도 해당 일자리가 유지되며 공정위 퇴직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정위는 독자적 취업 능력이 없는 ‘고참·고령자’ 거의 전부를 20대 대기업 대부분에 강제로 채용시켰다”면서 ”기존 채용 비리 사건이 유력 정치인이나 관료의 개인 일탈인 반면, 공정위 사건은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 권한을 내세워 조직적으로 이뤄진 비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직자윤리법에서는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곳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제 검찰’로 불리며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정위에서 이 같은 조직적 불법 채용 비리가 확인되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

이에 현직 김상조 위원장은 오는 20일 쇄신안을 직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번 재취업 비리와 관련, 사과의 뜻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날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공정위 차원의 쇄신 방안을 오는 20일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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