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타인에게 공포와 불안 주는 행위→중범죄 인식 변화와 법 개정 절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얼마 전 소름끼치는 일을 겪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혼자 살고 있는 A씨는 어느날 야식으로 단골 치킨집에 치킨을 시킨 후 모르는 번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까 배달갔던 ○○ 치킨집 배달직원 인데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문자를 보냅니다'라는 한통의 문자. 음식을 주문하면서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치킨집에 등록됐고, 배달원 B씨는 A씨의 번호를 알 수밖에 없는 상황. A씨는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B씨의 메시지가 반갑지 않았다. 얼굴밖에 모르는, 아니 얼굴도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집 주소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더 컸다. 최근 곳곳에서 범죄 소식이 들리면서 자신도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이후 B씨로부터 몇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지만, A씨는 연락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혼자사는 자신의 집과 번호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월세 연장을 하려던 집에서 결국 이사를 해야 했다.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행동 ‘스토킹’. 구체적으로 특정한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해 편지, 전화, 컴퓨터 통신, 미행, 감시, 집과 직장 방문 등을 통해 공포와 불안을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stalk의 사전적 의미는 ‘활보하다’, ‘몰래 추적하다’이다. ‘스토커’(stalker:스토킹하는 사람)는 대부분 인격 장애가 있으며, ‘상대도 나를 좋아하고 있거나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환상을 가지고 계속 접근해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사진=뉴시스>

# 마음 거절당하자 전기충격기로 여성 BJ 덮친 20대

고백을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던 여성 BJ를 전기충격기로 공격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1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여성 BJ(개인방송 진행자)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자 전기충격기로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로 지난 15일 21세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전날(14일) 오후 12시15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BJ인 B씨(24•여)의 목과 허리 부위를 전기충격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평소 B씨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드러냈고, B씨에게 4000만원 가량을 빌려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B씨 자택을 찾아가 해코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공격을 받은 B씨는 쓰러졌고, 이후 정신을 차린 B씨가 차분하게 타이르자 B씨는 현장에서 달아났다.

전기충격기 테러를 감행한 A씨는 현장에서 달아난 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자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후 B씨의 집을 다시 찾아가던 중 신고를 받고 추격에 나선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현재 A씨는 자해로 생긴 상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경찰은 A씨가 퇴원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B씨를 112시스템에 긴급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위급상황 발생시 경찰을 호출하는 웨어러블도 지급했다. 이와 함께 B씨 집 주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BJ들이 방송을 진행할 때 자신의 신상정보나 동선 등에 대한 노출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방송을 통해 은연 중에 사는 곳,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노출되면 스토킹 범죄 위험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난해 10월 유명 BJ인 김이브가 한 남성에게 5년간 지속적으로 ‘사이버 스토킹’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자아낸 지 채 1년도 안 돼 또 다시 BJ 스토킹 범죄가 발생, 이번에는 신체적 상해까지 가하면서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윤태진 스포츠 아나운서 스토커 문자 메시지 <사진=윤태진 아나운서 SNS 캡쳐>

# 유명인들 범죄 표적 가능성 ↑..일반인도 예외 아니다

실제로 대중에게 노출된 연예인이나 방송인, 운동선수 등은 신상 노출이 쉽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왔다.

하지만 어긋난 팬심과 잘못된 애정 표출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을 가해자들은 간과하고 있는 모습.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에게 팬들의 사랑은 귀한 보물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집착에 가까운 어긋난 팬심은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윤태진 스포츠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 

윤 아나운서는 스토커가 보낸 메시지를 SNS에 캡쳐해 올리며 “무대응이 답이라 생각했다. 이것도 관심이고 사랑이겠지 싶어서다. 허황된 이야기들로 저번보다 강도가 더 심해졌다. 저를 응원해서든 싫어해서든 그만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건 저에게 정말 공포”라며 두려움을 전했다.

윤 아나운서가 게재한 메시지 캡쳐 사진 속에는 ‘○○동 아파트 앞이다. 안 자는거 안다. 불 켜져 있네. 당장 나와라. 뺨 한대 맞아줄테니. 벨 누를까. 소리 한번 칠까’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윤 아나운서가 실제로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언급돼 있어 실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과거 미국에서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과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가 스토커에 의해 살해 됐고, 조디 포스터의 극성팬은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도 있었다. 1989년에는 여배우 레베카 쉐퍼가 남성 스토커에 의해 살해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연예인 스토킹 사건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1998년이다.

1998년 11월 가수 김창완은 자신을 11년 동안 쫓아다니며 괴롭힌 신모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신씨는 1987년부터 김창완에게 팬이었다고 접근해 ‘작곡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거나 ‘아프니까 돌봐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11년 동안 그를 괴롭혀 왔다. 이 남성은 급기야 김창완의 집에 침입해 그의 코뼈를 부러뜨렸고 실형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스토킹’ 혹은 ‘스토커’라는 개념이 확실하지 않았던 시절, 피해자의 첫 고소 사례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도 시작됐다.

일반인이고 해서 스토킹 범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전북 군산경찰서는 술집 여종업원에게 상습적으로 위협적 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가 신고하자 2차례 폭행한 혐의로 스토커 C씨(27·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C씨는 2013년부터 D씨(31·여)에게 교제를 요구하며 협박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5000여 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 중범죄로 확대 가능한 문제..실효성 있는 법 개정 필요

스토킹 범죄의 유형도 다양하다. 직접 쫓아다니며 괴롭히기도 하고, 감시, 반복적 연락, 협박 등을 통한 공포감 조성, 불법 촬영, 생활 통제, 살인 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스토커르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밖에 없다. 

스토킹이 폭행과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순 스토킹 가해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사고 예방은 커녕, 사각지대 안에서 범죄를 행하는 범죄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 스토킹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사이버 스토킹은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행위다.

법률 위반에 해당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들어 사이버 스토킹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찰이 현장에서 즉시 긴급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있는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입법 예고에 들어간 상태. 하지만 밟아야 할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스토킹 등 범죄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초기에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스토킹이 폭행, 살인 등 신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이 범죄를 ‘경범죄’로 분류해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사회적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기울이는 한편, 극도의 공포감과 피로감에 휩싸여 있는 피해자를 위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강력한 법 개정을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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