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BNK금융의 맏형 부산은행의 실적 고공행진 덕으로 BNK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순이익을 일궈냈지만, 정작 빈대인 BNK부산은행장은 웃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14일 취임해 곧 취임 1년을 맞는 빈 행장은 그동안 고객 신뢰 회복에 주력해 왔다. 부산은행이 엘시티 특혜대출 의혹, 금융권 전반에 덮친 채용비리 이슈도 피해가지 못하면서 ‘비리 온상’이라는 오명을 얻은 까닭이다.

여기에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부산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에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 비난 여론은 가중됐다. 또 건전성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모습.

결국 “고객을 섬기고 신뢰받는 은행이 되겠다”던 빈 행장의 취임 일성은 말 뿐인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으로, 이 같은 취임 1년의 평가가 빈 행장의 앞날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사진=부산은행>

◆부산은행, 상반기 지방은행 1위 탈환 성공..건전성은 ‘최악’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부산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최대 기록.

지역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 부산은행 순이익(2032억원)은 대구은행(2941억원)과 경남은행(2215억원)에 밀렸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리며 지방은행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에도 건전성은 상당히 불안한 모습이다. 지방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2016년 1조511억원, 2017년 1조1217억원, 그리고 올해 1분기 1조2180억원 등 계속 늘고 있는 상황.

특히 지방은행들 가운데 부산은행의 건전성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비율)은 1.47%로, 전년 동기(1.00%)보다 0.47%p 높아졌다.

국내 5대 지방은행(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낮은 은행은 광주은행(0.66%)으로 부산은행과 비교하면 0.81%p 차이가 난다.

또한 부산은행의 고정이하분류여신은 5823억원으로 이 역시 지방은행 중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전북은행(1175억원)과 비교했을 때 4648억원이나 더 많은 수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뜻한다. 금융기관의 여신은 일반적으로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나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부실채권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은행 순익 1위 자리는 되찾았지만, 건전성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는 모습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부산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엘시티 특혜대출부터 채용비리까지..실적 급감에 고배당은 웬 말?

사실, 부산은행의 신뢰도는 이미 추락해 온 상태.

앞서 엘시티 비리 의혹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가운데, 올해 채용비리 논란까지 불거진 것. 특히 이 두 이슈에는 모두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더 큰 공분을 샀다.

부산은행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굵직한 비리 사건에 얽히면서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권을 강타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 검찰은 성 전 회장 등 7명을 불구속기소하고 3명을 구속기소했다.

성 전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되기 전 이미 지난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금융그룹을 이끄는 오너의 일탈 행위가 금융업계 최고 가치인 ‘신뢰도‘를 갉아먹으면서 이미지를 바닥까지 끌어내린 꼴이 된 형국.

성 전 회장은 2012년 11월 진행된 5·6급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부산시 세정담당관 송모(62)씨로부터 아들 채용 청탁을 받고 시험 점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송씨는 부산은행 정모(62) 전 수석부행장으로부터 부산시 시 금고 재유치 관련 편의 제공을 청탁받은 뒤 성 전 회장에게 아들 채용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은행 경영지원본부장 박모(55)씨 등 직원 4명은 조문환(58)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부탁을 받아 조 의원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시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의원 역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은행은 또 올해 5월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당여신 취급 등의 사유로 과태료 1억5000만원, PF영업 3개월 정지조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부산은행은 해운대 엘시티 개발사업 시행사인 엘시티 PFV의 관계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허위로 여신심사서류를 작성하고, 신설법인에 우회 대출을 취급하는 등 고의로 은행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은 부산은행을 비롯해 여러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부산은행 여신부문 특별검사를 통해 부실·특혜 대출 혐의를 발견한 바 있다.

부산은행을 둘러싼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032억원으로 전년(3268억원) 대비 1200억원 이상 급감했음에도 불구,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BNK금융지주에 수익의 절반 이상을 내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현금배당금은 1149억원으로, 2016년 799억원보다 43.78% 증가했다. 1년 전보다 32.11%p 증가한 배당성향은 56.57%였다.

업계에서는 실적이 하락해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에서 순익의 절반을 바쳤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부산은행 경영 이념 <사진=부산은행 홈페이지 캡쳐>

◆‘신뢰 회복’ 외친 빈대인 행장, ‘공염불’ 지적 속 불안한 향후 행보

빈 행장은 성 전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직후 부산은행장 대행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14일 정식 행장이 됐다.

당시 빈 행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부산은행 전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고객을 진심으로 섬기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을 한 지 벌써 1년이 됐지만, 신뢰도 회복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는 모습.

내부적으로 터진 각종 비리 사건과 건전성 문제 등 회사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빈 행장은 뒷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처가 난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 회복은 더디기만 한 분위기다.

더욱이 빈 행장의 취임 일성이 ‘공염불’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까지 더해지면서 이달 14일 취임 1년을 맞는 그가 부산은행 내에 여전히 산적한 난제들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BNK금융지주 홍보실 관계자는 “(부산은행은)지난해 지역경기 부진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면서 “이러한 안정된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안정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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