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국내 유명업체가 생산한 기저귀 안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감하고 연약한 피부를 가진 아기들이 쓰는 기저귀인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지적으로 엄마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공공뉴스>가 온라인 커뮤니티 및 제보 등을 토대로 ‘애벌레 기저귀’ 생산 업체를 확인한 결과, 이 업체는 국내 선호도 1위 기저귀 하기스를 만든 ‘유한킴벌리’로 드러났다.

더욱이 유한킴벌리는 앞서 2013년과 2015년에도 기저귀 애벌레 논란으로 책임론이 부상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비슷한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

특히 지난해 ‘발암물질 생리대’ 사태로 소비자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때문에 신뢰 회복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회사 측은 “제조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답변을 내놔 공분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KBS 뉴스 캡쳐>

◆유한킴벌리 하기스에 발등 찍힌 소비자..기저귀에서 애벌레 ‘꿈틀’

이 같은 내용은 14일 KBS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9개월 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기저귀 포장을 뜯다가 기저귀에서 1cm 크기의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발견했다.

해당 기저귀는 유한킴벌리가 지난 7월에 제조한 ‘하기스 에어솔솔 썸머’ 제품으로, A씨는 최근 인터넷 공식 판매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애벌레 기저귀’ 생산 업체가 국내 선호도 1위 기저귀 하기스를 만든 ‘유한킴벌리’라고 지목하는 제보글이 이어졌다.

유한킴벌리 측은 화랑곡나방 유충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조 과정에서는 살아있는 화랑곡나방 유충이 유입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제조 공정 자체가 고온·고압의 과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형태로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화랑곡나방은 나비목 명나방과에 속하며 이른바 ‘쌀벌레’로 불리는 해충으로 건조한 곡물이나 식품에서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특히 유충은 강한 이빨과 턱을 갖고 있어 종이, 비닐 뿐 아니라 컵라면 플라스틱도 뚫고 들어가 알을 낳는다. 화랑곡나방 유충은 국내에서 제조된 초콜릿, 에너지바, 컵라면 등에서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화랑곡나방 유충이 날카로운 이빨로 포장 비닐을 갉아 제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기들 속살에 바로 닿는 기저귀에서 벌레가 나왔다니 너무 끔찍하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실정.

문제는 유한킴벌리가 제조한 기저귀에서 애벌레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2013년 유한킴벌리에서 제조한 ‘하기스 매직 팬티’ 여아 특대형 기저귀에서 애벌레와 벌레 시체, 알 등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나와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당시 유한킴벌리 측은 유통 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 “기저귀의 경우 고온, 고압의 제조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조 과정 실수로 살아있는 벌레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는 커클랜드 기저귀에서 1cm 가량의 벌레가 탈피한 이물질이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커클랜드 제품은 코스트코가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해 자체 브랜드로 내 놓은 상품이다. 이 가운데 하기스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드러나 제조사인 유한킴벌리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하기스 에어솔솔 썸머 <사진=유한킴벌리>

◆올여름 효자상품, 하기스 에어솔솔 썸머 기저귀 판매량 급증

이처럼 문제가 된 하기스 기저귀는 아기 체형과 특성, 움직임에 최적화된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판매증가가 두드러졌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7월부터 이어졌던 폭염 기간 동안 통기성을 강화한 여름 기저귀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1~8월) 약 16% 증가했다.

특히 5월 출시된 신제품 ‘하기스 에어솔솔 썸머’ 기저귀의 판매 증가는 상대적으로 더 뚜렷했다.

하기스 에어솔솔 썸머는 숨쉬는 구조와 초고속 흡수과학을 적용해 특히 덥고 습한 여름에 아기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통기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1만1000여개의 바람구멍을 적용, 기존 자사 제품 대비 통기성을 150~200% 이상 높였으며 독일 피부과학연구소 더마테스트 피부자극테스트를 통해 엑설런트 등급을 받는 등 아이들의 여름 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화된 제품이다.

국내 여름용 기저귀 시장은 2015년 유한킴벌리가 썸머 기저귀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절기 기저귀 판매 중 썸머 기저귀가 차지하는 비중을 약 4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아기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기저귀를 구현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앞으로 고객의 니즈를 더욱 세심하게 담아내는 맞춤형 기저귀로 아기들에게 더 편안한 기저귀를 제공하는 소비자 중심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유한킴벌리는 소비자 중심 경영 멘토링 협약식을 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비자중심경영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로 했다. <사진제공=유한킴벌리>

◆‘착한기업’ 유한킴벌리의 추락..‘소비자 중심 경영’ 어디에?

한편,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2016년 5월 대치동 본사에서 열린 CCM(소비자 중심 경영) 멘토링 협약식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비자 중심 경영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로 약속했다.

CCM은 차별화된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인증하는 제도다.

1970년 창립된 유한킴벌리는 고객만족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1972년부터 올바른 제품사용 교육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 중심 경영을 일찍이 실천해왔으며 공정위 주관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4회 연속 CCM 우수기업 인증을 받는 등 소비자 중심 경영의 기업 문화로 정착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유한킴벌리는 다년간의 CCM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상담, 정보제공, 온라인 강연사이트 우리나눔TV를 통한 교육컨텐츠 제공 등 차별화된 고객만족 프로그램들을 실천해 왔다.

이와 함께 전사적인 고객만족 마인드 함양을 위해 제품에 대한 불만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고객만족 아카데미, 협력회사의 CCM 인증 지원 등을 통해 소비자 중심 경영 확산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기저귀 안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발견되면서 그동안 유한킴벌리를 구매해온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착한기업’ 이미지를 믿고 기저귀나 물티슈 등을 구매한 육아맘들은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

일부에서는 화랑곡나방 벌레 특성 상 유한킴벌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사용 시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판매처와 제조사가 책임 여부를 떠나 적극적인 원인 규명을 통해 소비자에게 해명하고 조치를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와 만족도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닌 만큼 최 대표의 ‘소비자 중심 경영’에 오점은 물론 경영제동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 홍보 관련)부서가 야유회를 가서 연락이 닿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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