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최근 국내 주요 그룹의 젊은 총수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대교체 출발선에 선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말 많고 탈 많던 승계 전후 분위기를 누르고 당당히 국내 총수 ‘신뢰도’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체적으로 차분한 여론 속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구 회장과는 달리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갑질 논란, 실적 부진 등 회사 안팎으로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 부사장은 졸지에 리더십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

‘젊은 피’들의 뜨거운 경영수업이 한창인 지금, 같은 열정 그러나 다른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LG,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박차..재벌·총수 신뢰지수 1위 ‘굳건’

구광모의 LG그룹이 계열사인 LG서브원을 매각하면서 일단 논란에서는 벗어나는 분위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서브원 사업부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건설부문과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업무)부문을 분할한 뒤 지분 50% 이상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MRO와 건설부문은 서브원의 핵심사업부로, 전체 매출액의 59%와 31%를 차지하고 있다.

서브원을 인수할 유력후보로는 LG그룹 방계기업인 희성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희성그룹은 서브원의 건설부문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파트너십을 구축한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가 MRO사업부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LG그룹이 서브원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율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회사를 통해 내부거래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LG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 비중이 절대적인 서브원 역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 된다.

구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총수일가는 (주)LG 지분 46.68%를 보유 중으로 (주)LG는 서브원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서브원은 그룹 내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80%에 달할 정도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실제로 60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내부거래규모가 가장 크다.

이와 함께 건설업까지 추가되면서 그룹 내 계열사들의 부동산 및 건설 관련 업무도 맡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따라 총수일가가 간접 지배하고 내부 거래 비중이 큰 서브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만 40세에 재계 4위 그룹을 이끌게 된 구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그룹 현안 파악에 힘을 쏟았다.

구 회장은 외부 접촉은 자제하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지만 인사 및 투자를 통해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융복합 연구개발 단지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을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동행 등 그룹 총수로서 얼굴을 드러냈다.

특히 국내 30대 재벌 가운데 (주)LG는 국민에게 가장 호평을 받고 있으며 구 회장의 신뢰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한국CSR연구소에 따르면, 상위 30대 재벌 및 총수를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 (주)LG가 재벌과 총수 신뢰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신뢰지수는 ▲경제력을 포함한 사회 전반적 영향력 ▲한국 경제성장 기여도 ▲한국사회 발전 및 통합 기여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국가 및 사회 발전에 미치는 악영향 등 5개 항목을 조사해 지표화한다.

9월 조사결과 재벌 신뢰지수는 (주)LG가 전체 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삼성, 현대자동차, SK, GS 순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주)L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한국사회 발전과 통합 기여도에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5개월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재벌총수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주요 그룹 3, 4세대 기업인 가운데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인물로 24.5%를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 갑질 횡포 국민청원

◆실적부진에 갑질 논란까지..열정 많지만 평가 ‘글쎄~’ 

젊은 경영인이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또 한 곳 있다. 현대중공업이 ‘3세 경영’에 잰걸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정 부사장이 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첫째 아들로 올해 만 36세다. 정 부사장은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로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로보틱스 경영지원실장 등 그룹 내 요직을 꿰차고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선박 서비스를 주도하고 로봇사업, 의료빅데이터사업 등 신사업부문도 챙기고 있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했다. 정 부사장은 지주사 지분 5.1%를 확보하며 부친인 정 이사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또한 최근 그룹은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는 현대중공업과 합병하고 현대중공업 지분 3.9%를 현대중공업지주가 매입하도록 했다.

이는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것으로, 당초 내년 3월까지였던 지주사 규제 해소 기한보다 앞당겨 지주사 개편을 완료하면서 정 부사장의 오너경영체제의 원활하고 빠른 안착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그룹 내부에서는 정 부사장의 승계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 여기에 정 부사장도 그룹 미래 먹거리 창출 등에 힘을 쏟으며 승계를 위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내부에서 불거지는 ‘갑질’ 등 잡음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

정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에서 입지를 넓히고는 있지만, 내부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며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이 4대 보험을 유예받는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을 크게 줄인 사실이 지난 7월 대한기업 대표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며 “현대중공업의 기성 삭감, 추가 인원 투입 강요, 불공정 계약 등 갑질 횡포로 당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빠듯한 하청업체는 정부기관에 납부해야 할 4대 보험금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먼저 제기됐다.

7월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중공업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으며, 불공정 계약 및 공정관리, 인원관리, 작업계획관리 등 현대중공업이 일삼고 있는 불공정을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갑질 논란 속에서 실적 또한 저조한 상황.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244억원,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5% 줄었고,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이다.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을 털어내고 구 회장이 ‘신뢰 경영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실적 부진에 갑질 논란까지 휩싸이며 정 부사장은 자존심을 구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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