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배임’ 의혹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버랜드가 있는 삼성물산 땅 일부를 삼성 총수 일가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가족묘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KBS 단독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다.

해당 묘소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 묘소. 삼성물산은 총수 일가에 지난 30년간 자사 소유 땅을 ‘무상’ 사용하도록 했으며, 그 결과 삼성물산은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리와 관련, 수십억 원의 인테리어 공사비를 대신 결제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한차례 배임 의혹이 제기된 상황. 

그러나 의혹의 불씨가 꺼지기도 전, 또 다시 특정 개인의 묫자리를 회사 땅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해 더 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비슷한 잡음에 연이어 휘말리면서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의 ‘화수분’ 아니냐는 의심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KBS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부지 안에 위치한 이 선대회장 묘역의 땅 주인은 삼성물산으로, 삼성물산이 이 선대회장의 묘역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묘역이 조성된 것은 1987년. 당시 관할 관청은 묘와 상석, 비석 자리 등을 합쳐 499㎡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 이는 당시 법으로 허용하던 가족묘 크기(500㎡)의 최대치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의 동상, 성묘객(주로 총수 일가와 임원)을 위한 영빈관 부지는 묫자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묘를 꾸미기 위한 잔디밭, 연못 등 관련 시설을 다 합하면 최소 5만㎡가 이 묘역에 해당한다고 KBS는 추정했다.

KBS가 감정평가사들에게 의뢰해 묘역과 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는 5만㎡ 땅 임대료를 추산한 결과, 지난 30년간 이 땅의 최소 11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삼성 총수 일가가 이 땅을 개인의 것처럼 사용하면서 실제 소유주인 삼성물산에게 단 한푼의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에스원이 경비 업무를 맡고 있고, 조경이나 묘역 관리도 에버랜드 조경 사업팀이 하고 있음에도 총수 일가는 이에 대한 관리비도 내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성물산의 배임죄도 거론한 상태. 회사의 이익에 반해 특정 개인의 묫자리를 회사 땅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는 논리다.

결국 삼성물산이 총수일가에 임대료를 요구하지 않아 11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는 것. 게다가 110억원은 임대료에 대한 추산 금액일 뿐 영빈관 이용료와 묘역 경비, 조경 인건비 등은 전혀 포함되지 않아 실제 회사의 손해액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물산의 이번 배임 의혹이 더욱 달갑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삼성 일가의 자택공사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삼성물산이 이 회장 등 총수일가의 서울 한남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는 혐의를 받은 이력이 있는 까닭.

삼성물산은 이 회장 등 일가 자택을 관리하는 사무실을 설치, 2008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수십억 원의 공사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대납한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를 압수수색 했을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시됐다.

해당 의혹은 삼성물산 임원의 개인비리로 일단락 지어졌다. 경찰은 올해 2월 이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삼성물산 임원 등 2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이 회장 자택 공사 대금 일부인 38억원을 인테리어 업체에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납부,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 혐의다.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선대회장 묘역 <사진=KBS 뉴스 캡쳐>

이처럼 개인의 비리로 사건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러나 잇따라 불거진 두 사건으로 삼성물산 이미지는 크게 실추된 모습. 국내 굴지 대기업이 총수 일가의 ‘꿀단지’ 노릇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삼성물산은 이번 KBS 보도 직후 30년간 돈 한 푼 받지 않고 삼성 총수 일가에게 문제 없이 제공해 오던 이 선대회장의 묘역 부지에 대한 비용 처리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이 사실상 배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자 뒤늦게 후속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 같은 의심에 무게를 더하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에버랜드 홍보실 관계자는 “에버랜드 땅은 회장님(故 이병철 선대회장) 땅과 에버랜드 법인의 땅이 섞여 있다”며 “당시 회장님 땅을 에버랜드가 무상으로 임대를 해 쓰고 있었다. 회사 측이 회장님 땅을 무상으로 쓰고 있으니 (묘소 설치 등과 관련해)상호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와의 임차 계약 등과 관련해서는 “간단히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계속해서 알아보고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