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도로 위 흉기·살인 행위→솜방망이 처벌 강화 및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50대 남성 A씨는 최근 걱정이 많아졌다. A씨의 자녀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면서다. 대학생인 A씨의 아들은 평소 술을 좋아하는 탓에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어울리며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기분파’인 아들의 성격을 잘 아는 A씨는 자신의 아들이 술을 마시고 분위기에 틈타 음주운전을 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 특히 음주운전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아들이 다치거나 혹은 무고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A씨는 아찔했다. A씨의 아내는 “걱정이 과하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 조심해서 안 좋을 건 없다는 게 A씨의 생각. A씨는 음주운전자뿐 아니라 술을 마신 후 돌발행동을 할 수 없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로 경각심을 일깨워 조금이나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랐다.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BMW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있던 보행자 2명을 치고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춰선 모습.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만큼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일도 없다. 자동차 운전 사고는 어느 한 사람만 잘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 실제로 운전 사고는 상대의 운전과실 등으로 발생한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음주운전 행위는 ‘도로 위의 살인자’로도 불릴 만큼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여전히 경각심 없이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고 난동까지 부리는 사태도 발생해 음주운전과 음주 후 행패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

정부가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등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규정을 이미 한차례 강화했지만 국민들의 요구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음주운전 사고로 법조인 꿈 산산조각 난 20대 청년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검사·정치인을 꿈꾸던 20대 청년이 음주 차량에 치여 뇌사 판정을 받은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차량 음주 측정기 설치 의무화’ 등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20대 현역 군인의 지인이 가해 운전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의식불명 상태인 20대 현역 군인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인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리고 당국의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동참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저는 사고 피해자 두 명의 친구입니다”라며 “한 명은 죽음의 문 앞에, 한 명은 끔찍한 고통 속에 있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앞서 해운대 음주운전 사건은 9월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만취한 운전자 A씨가 몰던 BMW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있던 현역 군인 B씨와 그 친구 C씨를 친 뒤 주유소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해당 사고로 B씨는 15m를 날아 담벼락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머리부터 추락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C씨 역시 담벼락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운전자 A씨와 동승자 D씨는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청원인은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34%”라며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C씨는 하체가 으스러진 고통 속에서도 B씨가 피범벅이 돼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기어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동승자는 차에서 걸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고 한다”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의료진의 말을 빌려 B씨가 며칠 내로 뇌사판정을 받을 것이며 약 일주일 후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전하며 “스물두 살 젊은 친구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꿈은 산산이 조각났으며 그의 미래 역시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B씨는 고려대 정경학부 소속으로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었다.

청원인은 “사고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해자 측과 동승자 모두 아직까지 사과 조차 하러 오지 않고 그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은 상태”라며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반인륜적인 가해자 측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청원인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며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 사고라 해 가볍게 처벌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주운전 재발률은 40%를 넘는 등 매우 높다. 하지만 음주운전 초범의 경우 기껏해야 벌금형에 그치는 확률이 높고 교통사고 치사의 경우 기본 징역 8개월~2년의 형량을 받고 있다”며 “이마저도 면허 취소와 집행유예 판결이 나는 경우가 72%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워싱턴 주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청원인은 덧붙였다.

청원인은 “음주운전에 관한 솜방망이 처벌 실태는 훗날 잠정적 피해자를 계속해서 양산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국가는 안일한 대처를 보이고 있다”며 “헌법 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사회복지’ 의무의 측면에서 국가는 이에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교통법 제148조2에 따르면,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1~3년 이하 징역 또는 500~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법 행위지만 양형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당 청원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

해당 청원은 5일 오전 9시 기준 2032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 8월27일 11시15분께 경기도 구리시 강변북로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황민의 차량 크라이슬러 닷지 챌린저 SRT 헬캣 스포츠카의 블랙박스 영상. <사진=MBN 뉴스 캡쳐>

# 뒤늦게 드러난 음주운전..유명인들의 ‘도덕불감증’

최근 TV프로그램 출연 뒤 유명해진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 남편 등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뮤지컬 연출가인 황민씨는 음주운전 사고를 내 결국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김주경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중대성을 고려할 때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캐나다 국적인 황씨가 도주 우려가 있고, 관련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씨는 8월27일 오후 11시30분께 경기 구리시 토평동 토평IC 인근에서 음주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 중 갓길에 정차한 35t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동승한 뮤지컬 단원 2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황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04%의 만취 상태임에도 불구, 시속 167㎞로 과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를 넘은 상태에서 운전 중 사망사고를 내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이나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씨의 벌금형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김씨는 올해 상반기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일식당 셰프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4월22일 오전 3시께 서울 중구 퇴계로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238%로, 이는 면허취소 기준인 0.1%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특히 문제는 김씨의 음주운전 적발이 이번이 세 번째라는 것. 경찰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1월28일 벌금 400만원을, 2013년 4월30일에도 음주운전으로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가수 한동근 역시 음주운전에 적발돼 큰 공분을 샀다.

한동근은 8월30일 오후 11시께 서울 방배동 인근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에 한동근이 음주운전으로 적발 돼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달 5일 “한동근의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한동근은 현재 본인의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향후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라며 “또한 필요한 조사가 있을 경우 성실히 경찰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애정과 관심을 주시는 팬분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사는 소속 아티스트 전원에게 음주운전 예방 위한 정기교육과 함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더욱 주위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인,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인 만큼 음주운전에 더 무거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8월 인천 연수구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8 송도맥주축제에서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축제 참가자들이 가상 음주운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도로교통공단>

# 음주운전 처벌 강화, 적발 줄고 구속률 2배 늘었다

한편, 음주운전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은 줄어든 반면 구속수사를 받는 인원은 증가하고 있는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사범은 18만1708명으로 2013년 23만6969명에 비해 23.3% 감소했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2013년 347명에서 2017년 571명으로 64.6% 증가했다. 또 벌금형 약식기소가 아닌 정식재판에 넘긴 비율(구속 기소 제외)은 2.7배 늘어났다.

이와 함께 법원의 음주운전자 처벌도 강화하는 추세다.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2013년 5978명에서 2017년 1만212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음주측정 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격했다. 2017년 음주측정거부사범(3585명) 중 27%인 95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징역형 선고비율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음주운전사범의 7%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반면 음주측정거부사범은 전체의 21.6%가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금 의원은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줄고 있지만 재범률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음주운전이 근절될 수 있도록 처벌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약한 처벌 수위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처음 시작하는 음주운전은 어렵지만 그 이후로 습관처럼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범법 행위. 음주운전 근절은 국가와 국민 모두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음주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처벌 강화는 물론 올바른 음주문화와 음주 후 운전하지 않는 성숙한 운전의식이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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