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악의적 루머 등 생산·유포→팩트체킹 시스템 활성화 및 법적 정비 필요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가짜뉴스가 사회적 이슈로 오르면서 A씨는 몇 년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인터넷 기사를 생각했다. 두 아들을 둔 여성 B씨가 자신과 두 아들이 남편 및 시아버지 등 수십명의 남성들로부터 10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세 모자 성폭행 조작사건’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학대를 가한 사람들에 대해 비난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심지어 입에 답지 못할 욕을 적어서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대중들은 이 세 모자의 인터뷰가 적힌 기사와 동영상을 보며 더욱 가해자에 대해 분노를 키웠다. 또 세 모자를 위한 카페, 블로그 등이 개설되기도 했다. 결국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 방영한 결과 이 사건은 그들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세 모자 성폭행 조작사건은 국민 불안감을 높인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한 쪽의 의견과 상황을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미 수차례 발생한 사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IT산업의 발전으로 하루에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넘쳐나는 가운데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정보를 듣는 방법과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고 A씨는 생각했다.

지난해 4월 경기 수원 화성 행궁광장에서 수원시립공연단 소속 무예24기 시범단이 허위사실·비방·가짜뉴스 척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적 논란으로 급부상했다.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가짜뉴스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

전문가들이 가짜뉴스의 기준을 정하고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비생산적인 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국내외 가짜뉴스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 개정 및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가짜뉴스에 칼 빼든 경찰, 한달새 37건 적발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에 강력한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도 지난달부터 집중단속을 거쳐 가짜뉴스 37건을 단속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 분석 기능을 강화해 단속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9월12일 특별단속을 시작해 지금까지 37건을 단속했다”며 “이 가운데 21건은 삭제·차단 요청했고 16건을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가짜뉴스 16건 중에서 7건에 대해서는 수사 단계로 전환했다. 나머지 9건도 수사 전 단계인 내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혐의점이 밝혀지는 대로 정식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삭제·차단은 21건 중 18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3건은 가짜뉴스가 유포된 사이트에 직접 요청했다.

앞서 경찰은 본청 사이버안전국장을 총괄로 사이버수사과와 수사·형사과 등 4개 과가 협업하는 ‘허위사실 유포 사범 특별 단속 추진체’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운영에 나섰다.

수사 대상은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상 가짜뉴스 등에 대한 계획적인 유포 행위, 이른바 ‘지라시’ 등 사설 정보지를 통한 오프라인상 가짜뉴스 배포 행위 등이다.

경찰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 단속에 집중하는 한편 관련 제보 접수와 분석을 담당하는 팀을 보강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각 지방청 전담수사 인력도 2명씩 증원해 현재 157명을 운용 중이다.

또한 경찰은 가짜뉴스 유통경로 추적을 통해 최초 작성자는 물론 이를 악의적·계획적으로 퍼 나르는 중간 유포자도 수사할 방침이다.

민 청장은 “경찰은 매년 허위사실 유포 단속기간을 설정해 집중단속 했지만 근래 들어 1인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 매체가 많아지고 전파성이 강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7년 이하 징역부터 경범죄 처벌까지 법제화가 돼 있다”며 “특히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 생산과 유포는 엄히 처벌하는데 국민들의 경각심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짜뉴스 생산·유포자가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퍼뜨렸다면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 청장은 “허위사실 중에서도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가 유통되는 것이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며 ‘악의’를 가진 피의자를 엄단할 것을 경고했다.

이어 “악의적 조작과 의도적 생산·유포 근원을 찾아 발본색원하는 수사를 해나갈 것”이라며 “SNS 등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를 경각심 없이 전파할 것이 아니라 팩트(사실)를 체크하고, 잘못 유포하면 처벌받는다는 점을 꼭 알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 <자료=리얼미터>

# 가짜뉴스 둘러싼 시각차..근절 대책 진통 예상

가짜뉴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뉴스 방지법은 최근 유튜브와 카카오톡 등 온라인·SNS를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명백히 위법한 가짜뉴스를 24시간 내에 삭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명예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3.5%였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20.7%)의 세 배인 셈. ‘잘모름’은 15.8%다.

세부적으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우세했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찬성 84.0%, 반대 5.4%), 정의당(73.7%, 11.5%), 바른미래당 지지층(43.8%, 29.5%)과 무당층(47.0%, 27.3%)에서 찬성이 우세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층(32.8%, 50.7%)에서는 반대 여론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찬성 82.0%, 반대 6.4%)과 중도층(65.3%, 25.8%), 보수층(46.9%, 35.5%) 모두 찬성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찬성 83.8%, 반대 12.9%)와 20대(71.2%, 11.9%), 50대(58.2%, 27.5%)와 30대(54.7%, 22.0%), 60대 이상(52.5%, 26.3%) 순으로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찬성 78.3%, 반대 6.7%)에서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경기·인천(68.2%, 19.0%)과 대전·충청·세종(65.1%, 22.6%), 부산·울산·경남(64.5%, 16.1%)에서도 찬성응답이 60%를 넘었다. 대구·경북(55.8% , 29.9%)과 서울(54.3%, 27.7%)에서도 찬성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8038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 6.2%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이처럼 국민 절반 이상이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가 돌연 발표를 연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는 방통위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이 함께 준비한 합동 브리핑이었다.

그러나 발표 예정 시간이 계속 늦춰지다 정오가 넘겨 돌연 연기 결정을 고지했다.

진성철 방통위 대변인은 연기 배경에 대해 문의가 이어지자 “국무회의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차후 자료 보강을 통해 다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예정이었던 범정부 대책에는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포털과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 유도,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 허위조작 정보 관련 온라인 모니터링 담당관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와 여권은 가짜뉴스 대책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국무회의에서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마땅하다”며 검·경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통한 신속 수사 및 엄중 처벌과 유통 매체 조치 등 강경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박광온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가짜뉴스대책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도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다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는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야권에서도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방침에 대해 ‘개인미디어 통제’라고 반발하는 등 정쟁화될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대책 발표를 연기하면서 가짜뉴스 대책 방안 마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2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가짜뉴스 문제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이재진 한양대학교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 박홍기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 피용익 이데일리 기자, 이재진 한양대학교 교수, 한규섭 서울대학교 교수, 김태완 변호사. <사진=뉴시스>

# 사회불안 초래하는 가짜뉴스, 법적 정비 필요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가짜뉴스를 차단하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제도권 언론의 고유 기능을 강화하고 팩트체킹 시스템과 관련 법규를 세세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2월1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페이크뉴스(가짜뉴스) 개념과 대응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좁은 의미의 가짜뉴스는 상업적, 정치적 의도성을 가진 조작행위고 수용자가 오인하게 만드는 양식으로 정보를 구성하고 전파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면 언론의 사실관계 확인(팩트체킹) 역할 강화와 함께 사회적 팩트체킹 시스템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안명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 심의팀장은 기성 언론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현재 사회적 환경이 가짜뉴스의 확산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가 26개국 가운데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안 팀장은 “매체 융합 현상이 심화하고 언론 시장 경쟁이 심화할수록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익현 지디넷 미디어연구소 소장도 가짜뉴스를 직접 만드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없이 이를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키는 기존 언론사도 확산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가짜뉴스가 제도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발생했지만 뉴스의 신뢰성에 기대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라며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가 강한 만큼 언론의 사실 검증 기능을 강화해 가짜뉴스의 범람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가짜뉴스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 개정 및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할 수 있고 포털 등 서비스 제공자가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고 삭제하게 하는 조항은 사용자 권리 침해와 해외 사업자 역차별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

특히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책은 가짜뉴스 차단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팩트체킹 시스템과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가짜뉴스 공유사실을 적극 알리는 등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가짜뉴스의 유통을 조속히 봉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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