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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고양 저유소 화재, 그리고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날린 풍등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최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원인이 스리랑카 노동자가 날린 풍등 때문이라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20대 스리랑카인의 구속영장 신청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경찰이 스리랑카 노동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외국인이라고 봐주면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의견과, 반면 총체적인 관리 시스템 부실에 따른 사고를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 중 경찰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 스리랑카인, 48시간 만에 석방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고양경찰서는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 A(27)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이날 재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했다.

검찰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긴급체포됐던 A씨는 48시간 만에 석방됐다.

경찰은 지난 9일 검찰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에 보강 지시를 내리고 반려했다.

앞서 A씨는 8일 경찰에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하루 전인 7일 오전 10시34분께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려 화재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주변 잔디 밭으로 떨어지며 불이 붙었다는 설명. 이 불씨가 저유소 유증환기구를 통해 폭발이 생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시 폭발사고로 휘발유와 저유시설 등 43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경찰은 이번 검찰의 결정에 대해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등 조치를 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이슈는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결과, 잔디에 풍등이 떨어져 불이 붙고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18분 동안 대한송유관공사 직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저유 탱크 주변에 화재 감지기가 없었고, 탱크 안에는 유증기 회수 장치가 없었다는 점도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를 희생양으로 삼고 화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A씨에게 중실화 혐의 적용하고 이에 따른 영장 신청은 무리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리랑카 근로자 선처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선처 목소리 ‘봇물’..“총체적 관리 부실 책임을 외국인에 전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소식이 들린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인을 당장 풀어주고 큰 상을 주십시오’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스리랑카인의 가혹한 처벌은 부당합니다’ 등 저유소 화재 사건과 실화 혐의를 받는 A씨의 선처 청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한 청원인은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며 “3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폭발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자의 과실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돈 벌고 일 하기 위해 들어온 평범한 우리 이웃 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행여 과실 책임이 있다 해도 구속은 부당한 처사다. 이후 재판에서 징역형이 떨어지는 것도 형이 과도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고양 저유소 화재로 인해 한 스리랑카인에게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말을 듣고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며 “유증기 나오는 근처에 잔디나 풀은 왠말이며, 그 흔한 화재 감지 센서는 왜 작동을 안하는지 스프링클러는 있는지, 도대체 저유소 관리하는 직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잡아들인 게 풍등 날린 외국인 근로자다. 법리적 문제가 아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한다면 스리랑카인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위험하고 중요한 시설인 저유소 관리가 허점 투성이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을 거다. 개인적으로 상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저유소 화재 이슈가 다뤄졌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유시설은 국가기반시설인데 바람에 날아온 풍등의 일개 불씨로 파기됐다”며 “근본 원인이 풍등을 날린 외국인 노동자인가, 아니면 안전장치와 관리의 문제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어 “단순히 풍등을 날린 외국인 노동자를 원인으로 지명한 것은 조급한 졸속 수사”라고 비판하며 “오죽하면 바람과 풍등을 구속하라는 얘기가 나오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전국 대형 저유시설에 대한 부족한 부분이 뭔지 일제점검 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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