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계형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력이나 출신학교, 신체조건 등을 묻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 일부 계열사를 비롯해 롯데, CJ 등 대기업들은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 방식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와 관련 없는 출신지역, 학교, 가족관계, 신체조건, 사진 등 차별적 요소 없이 직무능력만을 보고 채용하는 형태다.

앞서 공공부문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됐고 민간부문은 일부 기업이 블라인드의 의미를 살려 기업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직무별 블라인드 채용을 활용한 사례로 롯데그룹과 CJ그룹 등이 꼽혔다.

롯데그룹의 ‘SPEC태클 전형’은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시행되며 계열사별로 인력 수요가 있는 직무에 대해 신입‧인턴사원 선발에 적용된다. 롯데백화점 MD(상품기획), 롯데마트 식품 MD, 롯데하이마트 온라인 MD, 롯데홈쇼핑 PD, 롯데닷컴 프로그래밍 등 직무에 따라 블라인드 전형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CJ그룹의 경우 ‘리스펙트(Respect) 전형’으로 출신학교와 학점, 영어점수 등의 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일절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채택했다. 올해는 CJ제일제당의 식품영업, CJENM의 콘서트 기획, CJCGV의 멀티플렉스 매니저, CJ대한통운의 계약물류 등의 다양한 직무에서 도입됐다.

또한 그룹 내 일부 신입사원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SK그룹은 끼와 열정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인재를 ‘바이킹형 인재’로 일컫으며 ‘바이킹챌린지 전형’을 진행해 왔다.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주) C&C 등은 일부 신입사원을 서류, 면접단계에서 블라인드 전형으로 선발하고 인턴기간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해 최종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현대백화점에는 ‘워너비 패셔니스타(Wannabe Passionista) 전형’이 있다. 지원자들은 500자 내의 자기 PR을 작성하고 최대 10MB의 관련 파일을 등록해 본인을 어필할 수 있으며 이름, 학교명, 전공, 성적 등을 배제한 채 블라인드 인터뷰를 받는다.

이후 4주간 실시되는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그램의 평가를 중심으로 심사를 받아 최종입사가 이뤄진다.

특히 모든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으로는 동아쏘시오홀딩스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 등이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자회사 동아제약, 동아ST 등은 정기공채 신입사원 모두를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 ‘채용전환형 인턴’ 전형으로 뽑는다. 선발된 인턴들은 약 4개월간 근무한 후 직무능력과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역량이 뛰어난 인턴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은 연구개발 등 전문직을 제외한 전 부문에 걸쳐 순차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올해 신입사원 선발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서류·면접 과정에서 최소한의 요건만 만족했다면 학교나 학점 등을 보지 않는다. 합격자는 2개월간의 인턴활동을 거친 뒤 평가를 통해 신입사원으로 전환된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는 인턴십 전형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주요 그룹에서는 신입 채용전형에 일부 블라인드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류접수 단계에서 입사지원서에 사진, 가족관계, 신체사항 등의 불필요한 입력란을 없앴다.

KT에는 ‘KT스타오디션’ 전형으로 참가신청 시 일체의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즉, 입사지원서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직무에 대한 역량과 경험들을 오디션 대상자들은 5분간 형식의 구애 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발표하게 된다.

효성은 서류전형에서 학점, 외국어, 연령 등에 별도의 자격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집단토론은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되며 면접관은 지원자의 명찰을 보고 이름을 확인할 뿐 다른 정보를 알 수가 없다.

한경연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공개 채용, 수시 채용, 블라인드 채용, 정규직 전환형 인턴 채용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스펙을 보지 않는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은 희망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 경험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